고급스러움, 친절함, 순수함 따위의 긍정적인 단어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플래닛 테러>의 ‘최종병기 그녀’ 로즈 맥고완(Rose McGowan) 같은 배우 말이다. 잘린 다리에 기관총을 꽂고 좀비를 해치우는 체리 달링으로 분한 맥고완은 그야말로 B급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조금 역겹고 약간 어이없으며, 많이 웃기고 상당히 통쾌한 <플래닛 테러>를 보며 커다란 스크린으로 ‘처음’ 접한 그녀의 활약이 내심 반가웠다.
대부분의 관객에게는 ‘듣보잡 배우’겠지만, 로즈 맥고완이란 이름은 90년대 비디오계에서 ‘B무비 속 팜므파탈’과 동의어였다. 스타도 없고, 작품성도 별로지만 한 번쯤 볼만해 극장 개봉 없이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하는 틴에이저 무비나 치정 스릴러 혹은 ‘컬트’라 불리는 별난 영화들. 로즈 맥고완은 그런 영화 속의 독보적인 악녀였다. 특히, 위험한 장난으로 친구를 죽인 후 목격자를 매수하는 악랄한 퀸카들을 다룬 변종 틴 무비 <조브레이커>(Jawbreaker, 1999)를 통해 맥고완은 99년 MTV 무비 어워드에서 최우수 악역상을 수상하며 대표적인 악녀가 됐다. 섹시하고 도발적인 그녀의 외모는 못된 퀸카 그룹의 퀸이나 문제 많은 여학생으로서 불량스런 카리스마를 뽐냈다.
아일랜드계와 프랑스계의 부모를 둔 맥고완은 이국적인 관능미를 주 무기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다. 검은 머리에 새하얀 피부, 졸린 듯한 눈, 붉은 립스틱 짙게 바른 입술. 언뜻 디타 본 티즈가 생각나는 외모의 맥고완은 고혹적이지 않는 관능미, 순수함이 아닌 백치미로 1990년 데뷔 후 줄곧 섹시녀 혹은 악녀라는 일관된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 나체나 다를 바 없는 망사 드레스를 걸치고 레드 카펫을 밟거나 마릴린 맨슨과 사귀는 등 사생활에서까지도 그녀는, 도발적이고 비주류스러웠다.
그동안 비디오로만 접하던 로즈 맥고완을 이제야 스크린으로 처음 만나게 됐다. <플래닛 테러>는 로즈 맥고완의 주연작 중 한국에 개봉되는 첫 영화다(사실 내세울 만한 주연작도 별로 없다). 찾아보니 조연한 영화 또한 개봉한 게 몇 편 안 된다. 앞서 개봉한 <데쓰 프루프>에선 금발 소녀 팸으로 출연, 백치미를 한껏 뽐내며 스턴트맨 마이크의 첫 번째 희생자로 처절하게 죽었고, <블랙 달리아>에도 잠깐 나온다. 그리고 오래 전의 <스크림>과 <원시 틴에이저>. 그나마 비디오로라도 국내에 알려진 게 <둠 제너레이션>(The Doom Generation, 1995), <어디에도 없는 영화>(Nowhere, 1997), <조브레이커> 정도. 대부분 엽기, 컬트, 스릴러, 저예산 영화다.
<플래닛 테러>는 로즈 맥고완에게 여러모로 중요한 작품이다. B무비를 표방한 <플래닛 테러>는 사실 영리한 A급 영화다. 대관절 기관총 달린 다리로 우스꽝스런 난장판 액션을 펼친 그녀는 자신만의 B급 외모와 감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연기력 따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개성 또한 잃지 않으면서 온 몸을 내던져 스스로 B급이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너무도 자연스럽고 심지어 빛난다. 그런 로즈 맥고완을 ‘B무비의 여왕’이라 부르는 걸 주저할 이유가 있을까.
로즈 맥고완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따위엔 웬만해선 오르지 않을 배우다. 어쩌면 스스로 오르길 거부할 수도 있겠다. 상관없다. 영원한 B무비 배우로 오래도록 기억될 테니까. 그녀는 <플래닛 테러>를 찍으며 로드리게즈 감독과 사랑에 빠져 지난해 말 약혼까지 했다. 서로의 B급 매력에 빠져버린 두 사람은 이미 다음 프로젝트도 활기차게 발표하고 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뮤즈가 된 로즈 맥고완의 행보가 주목된다. 정미래 기자(FILMON)
플래닛 테러 (Planet Terror, 2007) 극장에서 즐기는 B무비에 환호하다! 본래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와 함께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동시상영 영화였으나, 잘 알다시피 국내에서는 심의나 인지도 등등의 문제 때문에 결국 두 작품 사이에 무려 1년이나 텀을 두고 극장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나마도 다행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데쓰 프루프>가 타란티노의 장기인 수다와 더불어 추억의 액션 영화와..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정말 그녀를 다시 보게 된 멋진 영화와 캐릭터였습니다~
2008/07/03 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