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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는 처음부터 변종이었다. 마찬가지로 슈퍼히어로 영화도 처음엔 그저 만화의 아성을 영화로 이어가려는 시대착오적이며 변칙적인 욕망의 결과물 정도로 여겨질 만했다. 허나 시대는 슈퍼히어로를 변종이 아닌 주류로 바뀌어 놓기에 이르니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양대 산맥인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가 애지중지하던 자신의 캐릭터들을 하나둘 영화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며 전 지구적인 야망을 불태운 오늘날의 풍경은 정말로 경이롭기 그지없다. 올해만 해도 <아이언맨>의 전 세계적인 득세와 <인크레더블 헐크>의 세컨드 임팩트에 힘입은 마블엔터테인먼트가 영화사로서 그 이름을 굳건히 세운데 이어 <다크 나이트>까지 결정적 한방을 작렬할 준비를 마치고 있으니 슈퍼히어로 영화는 어느새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장르물이자 주류 블록버스터로 각인되어 벌써부터 변주의 서곡을 울릴 채비까지 마친 실정이다.

그러니 이런 영웅 하나쯤 등장할 만도 했다. 슈퍼히어로라고 만날 악당들과 토닥거리며 가족을 지키고 이웃을 지키고 도시를 지키고 또 지구만 지키란 법 있나? 그 정도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이 따른다’는 아버지 같은 삼촌의 유언이 없는 한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희희낙락할 수도 있는 거고(<스파이더맨>), 세계 곳곳을 쏘다니며 인생 한번 세게 노니는데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점퍼>). 하다못해 초능력이 없더라도 초재력(超財力)을 이용해 범죄소탕이라는 수단 겸 목적을 내세우며 자신의 음습한 강박증을 해결하는 사나이도 있지 않았나(<배트맨>시리즈). <핸콕>이 내세우는 ‘까칠한 영웅’, 즉 자신이 소유한 초능력을 공적 영역에 엉뚱히 행사하며 오히려 반영웅(anti-hero)적인 모습을 극단으로 가져간 캐릭터 핸콕(윌 스미스)은 어쩌면 이런 평범한 일반인들의 욕망을 슈퍼히어로의 몸에 주입한 가장 원초적이며 가장 그럴듯한 욕망의 발현체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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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중독자에 거리의 부랑아 같은 행색, 시민들을 그를 가리켜 “asshole”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반바지에 모자 푹 눌러 쓰고 선글라스 챙긴 뒤 아스팔트 대차게 걷어내며 날아올라 비틀비틀 마천루 사이를 헤매다 때때로 건물과 부딪치는 핸콕의 모습은 여지없는 사회부적응자다. 슈퍼히어로의 몸에 사회부적응자의 영혼을 덧댄 이 기묘한 조합은 악당들의 총격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갖가지 심각한 사고를 야기하며 기분 따라 성질 따라 도시를 휘젓는 그의 모습따나 처연한 코미디를 만든다. 그저 누구나처럼 조금 행복해지고 싶은 자그마한 소망마저 가눌 데 없는 핸콕은 외톨이로 몇 십 년을 보내며 그나마 가진 초능력마저 공적 영역에 흡수당할 수밖에 없는 불행의 늪에 허우적대며 사람들의 미움과 원성만을 사왔다. “이곳 LA가 아닌 뉴욕으로 가줬으면 좋겠어!”라는 어느 LA시민의 말에 씁쓸한 웃음을 머금는 까닭도 그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얼핏 전혀 다른 슈퍼히어로를 의도하는 듯한 <핸콕>은 전형적인 슈퍼히어로물을 그대로 답습하는 영화다. 말하자면 단지 그 시작이 창대하지 못했을 뿐인데, 초능력과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을 시작으로 숨겨진 시간의 원천을 파고들며 불행한 과거와 이색적인 설정(영화의 반전이기도 한)이 맞부딪치는 핸콕의 중요지점에 다다르면 곧 모든 슈퍼히어로들의 끊임없는 고민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 <핸콕> 역시 자신의 초능력을 슈퍼히어로답게 활용하며 말 그대로 ‘히어로’로 거듭나기 위한 일련의 성장담, 그 연장선 위에 놓여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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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콕이 종착점은 전형적인 슈퍼히어로물을 향해 가지만 그에게는 동류의식을 느낄 돌연변이 친구가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는 잊고 있던 자신의 진실에 접근할수록 <엑스맨>의 로그(안나 파퀸)처럼 이 세계에 홀로 우뚝 서야 되는 사명감만을 짙게 체득할 뿐이다. 따라서 후반부 일견 느닷없어 보이는 설정들이 반전이나 과잉을 의미하기보다는 슈퍼히어로로서의 원천적인 숙명과 맞물린 필연적인 결과로 비춰지는 것도 당연하다. 때때로 신파적이고 또 고전적인 의미로 합일되는 듯 보이기도 하는 이 처연한 코미디는 처음부터 고독에 취해 비틀거리는 알콜중독 사회부적응자의 사회적응을 다룬 후 ‘독고다이’로 거듭날 수밖에 없는 숙명의 소유자를 목표한다. 그러니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에서의 우마 서먼처럼 상어를 집어 던지며 실연의 대상을 응징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영역의 코미디를 의도할 수밖에 없는 것 역시 다분히 필연적일 밖에. 그렇게 이 ‘고전적 영웅’의 탄생기는 슈퍼히어로물을 향한 변주의 가능성만을 조용히 내비춘 채 선배영웅들의 망토자락에 곱게 몸을 숨긴다. 강상준 기자 (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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