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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 중 <사랑은 단백질>과 <무림일검의 사생활>을 만든 연상호 감독과 장형윤 감독을 만났다. 한국 독립애니메이션계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두 감독과의 인터뷰는 장형윤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금이 아니면 안돼’에서 1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유쾌하고도 진지하게 진행됐다. 평소 친분이 있는 두 젊은 감독은 서로의 작품에 대한 경쾌하면서도 예리한 ‘칼부림’뿐만 아니라 한국 애니메이션계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서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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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윤 감독(왼쪽)과 연상호 감독. 그들은 친구이자, 동지이며 서로의 자극제다


다른 표정, 같은 생각

두 분 평소 친하시죠.
장형윤 감독(이하 ‘장’) 별로 안 친한데...(웃음)
연상호 감독(이하 ‘연’) 친해요. 같은 시기에 동종 업계에서 작품 활동 하니까 친해지네요. 사상적으로는 다른 면이 많아서 공유할 게 별로 없는데, 업계 차원에선 공유할 게 많죠.

사상적으로 어떤 차이가...?

굳이 얘기하자면 전 빨갱이고, 형윤이 형은 덜 빨갱이에요.(웃음)

언제 처음 만나셨나요.

2003년 인디포럼에서 처음 봤어요. 연 감독은 <지옥>을 내놨고, 전 <편지>를 내놨죠.

서로 첫인상은 어땠나요.

연 감독은 신입사원 같은 분위기였는데, 오타쿠에 말도 많았죠. 전 상태 좋았고요. 준수한 젊은 감독이었죠.(웃음)
첫 인상이라. 기억이 잘 안나요.(웃음)

두 감독님 작품색이 다르잖아요. 평소 서로의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편지>를 좋아했어요. 전 내러티브가 있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당시만 해도 드물었어요. 단편 독립애니메이션이 회화나 디지털 아트에서 발전해서 이미지 중심에 작품들이 많았죠. 당시 내러티브 중심의 애니메이션이 <편지>랑 <지옥> 정도? 반가웠어요. 그래서 <편지>를 좋아하게 돼서 친해지고, 그 이후에 디테일하게 씹기 시작했죠.
만날 씹어요. 질투하는 거 같아요.(웃음) 연 감독 작품은 너무 세서 제 제 취향은 아니에요. 근데 굉장한 장점이 있죠. 영화적인 애니메이션이거든요. 국내 단편들이 영화적으로는 부족한 게 많은데 그걸 잘해요. 또 애니메이션이 착하고, 아름다운 것만 있어서는 안 돼요. 다른 종류의 애니메이션도 있어야 하는데 그 스타일을 유지하는 감독은 별로 없어요. 근데 연 감독은 그걸 하고 있어요. 이유 없는 폭력이 아닌, 사회적인 의미망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요. 그런 면에서 뛰어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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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윤 감독은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계의 최고의 블루칩으로 평가받고 있다


<셀마의 단백질 커피>, 관객을 만나다

이번에 개봉한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에 <사랑은 단백질>하고 <무림일검의 사생활>이 옴니버스로 엮였잖아요.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나요?
연, 장 절대 안했죠.(웃음)
고민이 많았어요. <사랑은 단백질>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2억 지원받은 작품이에요. 단편치고 큰 돈이죠. 근데 배급할 곳이 영화제 밖에 없다는 게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거죠. 많은 관객들을 만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옥>을 DVD로 내기 전에 개봉하려고 극장을 알아왔어요. 근데 일본에서는 러닝타임이 3-40분이면 개봉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최소 50분 넘어야 개봉이 가능한 거예요. 순진했던 거죠. 영화제 말고는 개봉할 길이 없으니까 어떻게든 묶어서 개봉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에 배급사를 찾아 나섰죠.
작품의 색깔이 너무 달라서 이걸 옴니버스로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도 했어요.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생각보다 잘 붙는 거 같아요. 옴니버스 영화로서의 연결성은 별로 없지만 세 편을 하나로 묶으니 영화제 느낌은 없어지더라고요.
관객층을 보면 영화제에 잘 안 오시던 분들이 많이 찾아 주시더라고요. 관객층 넓히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천명 관객’은 훌쩍 넘었죠. 올해 개봉한 독립영화 중 가장 흥행이 된 작품이라는데. 이런 반응 예상했나요?
천명 정도는 들 거라고 생각했죠. 천명도 안 들면 어떡해요.(웃음) 하긴 워낙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너무 안 되면 어쩌나 고민도 했어요. 근데 생각보다는 잘 된 것 같아요.

실제 관객들을 보면 반응은 어떤가요.
좋아요. 물론 몇몇 분들은 악플을 남기지만 지만 전반적으로는 생각보다 더 좋아요.
제 작품이 영화제에서 반응이 좋아요.(얼마전 폐막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무림일검의 사생활>은 관객상을 받았다-편집자) 일반 관객도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 가능성이 있겠다 생각했죠. 관객들이 <쿵푸 팬더>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만 원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관객들은 저희들 작품을 재밌게 볼 준비가 충분히 돼 있어요. 엄청난 퀄러티나 블록버스터만 기대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재미 한 가지면 가능하겠다는 거죠.
악플을 봐도 7천원 버렸다는 반응은 아니에요. 그건 중요해요. 관객들이 평가할 때 7천원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거니까. 그게 가장 기본적인 가치라고 생각해요. 근데 보신 분들이 많지 않아서 이 관객들을 일반 관객의 표본으로 삼기는 어려워요. 오히려 일반 관객 반응을 보려면 공유 사이트를 가야죠. 거기서 다운로드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반가운 예가 있어요. 얼마 전 <셀마의 단백질 커피>로 검색을 했는데 영화 공유 사이트가 뜨는 거예요. 파일이 있나 해서 봤는데, 제목만으로 사람을 낚는 것이더라고요. <셀마의 단백질 커피>를 밑밥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니.(웃음)

앞으로 이런 방식 개봉이 생길 수도 유행할 수도 있겠어요.
일단 비슷한 퀄리티, 비슷한 길이의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나와야 그게 가능하겠죠.

기획 단계부터 준비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근데 그게 실제로 이뤄질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예전에 이 얘기가 나왔어요. 형윤이 형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별별이야기 2> 중에 <아주까리>를 만든 홍덕표 감독하고 셋이 옴니버스 장편을 기획해보자고 했어요. 제목도 정했어요. <저질만화> 아니면 <불량만화>.(웃음) 근데 추진력이 부족했어요. 돈도 없고. 재밌는 기획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어요. 요즘 최규석 작가가 낸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같은 만화 단편집도 많아요. 또 약간 언더 지향인 <새만화책>에도 좋은 작품들 많고. 이런 작품들을 원작으로 기획을 해도 좋을 거 같은데, 그걸 실제로 할 사람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는 있는데 제작자는 없다?
장, 연 없죠.
근데 난 작가가 있느냐는 것도 의문인데?
작가로 불리는 기준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자기 색깔을 갖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게 기준이라면 생각보다는 많지 않을 거야. 독립영화도 마찬가지잖아. 수많은 독립영화가 쏟아져도 독립영화 감독이 많지는 않잖아.

열 손가락 꼽기가 힘든가요?
<셀마의 단백질 커피>에 셋, 원종식 감독, 박지연 감독, 홍덕표 감독, 한병아 감독, 윤재우 감독, 전승일 감독, 김성일 감독 등등 열명은 넘을 거예요. 근데 탈탈 털어도 스무 명은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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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은 상복은 없지만, 독특한 작품 세계로 10여 년 동안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문제적 감독이다


칭찬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음, 생각보다 많이 적네요.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전반적인 얘기를 하기 전에 잠깐 이번에 개봉한 작품들 얘기 먼저 할게요. 연상호 감독의 <사랑은 단백질>은 전작인 <지옥>하고는 많이 달라요. 최규석 작가의 원작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전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장르에 대한 과도기 아닌 시점에 대한 과도기요. <지옥> 이전의 작품에서는 제 얘기를 했어요. <지옥>에서도 개인의 감정에 대한 얘기를 했고요. 사람들이 사회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걸 고려하진 않았어요. 근데 <지옥 2>에서는 사회성이 좀 생겼죠. 그 때 <사랑은 단백질>을 접했어요. 사실 당시 사회성 짙은 작품들을 별로 안 좋아했어요. 대부분의 작품이 사회를 겉핥기식으로만 다뤘거든요.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을 나눠서 지배계층은 나쁜 놈들이고, 피지배 계층은 불쌍하고 착하다는 식으로 묘사했어요. 억압받다가 희망을 찾는 아주 비현실적인 얘기죠.
인간이나 주인공들의 심리를 묘사하지 않았던 것도 문제에요. 광고매체처럼 상징적으로만 묘사하고 개인을 묘사하지는 않았죠. 그 안에는 분명 개인이 있거든요.
<사랑은 단백질>은 사회를 다루는 방식이 특별했어요. 개인의 감정을 다루면서도 복잡한 사회구조를 담았어요.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지옥 2> 할 때였고, 기회가 생겨서 만들었죠. 

<무림일검의 사생활>은 무협과 로맨스가 결합된 건데, 둘이 연결되기 쉽지 않잖아요. 어떻게 구상했나요?
영화 아카데미 다닐 때부터 무협과 로맨스가 결합된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시대극에 나오는 로맨스는 싫어서 현대를 배경으로 했죠. 또 전에 로맨스는 많이 해봐서 액션에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제가 개인의 감정에 관심이 많아요.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감정들이요.

연상호 감독님은 <무림일검의 사생활> 어떻게 보셨나요.
레이아웃이 잘 안 맞는구나 생각했죠.(웃음) 형윤이 형이 재능이 있어요. 그림을 잘 못 그리긴 하지만 <무림일검의 사생활> 만한 작품 만들기 힘들거든요. 시나리오 구체적으로 짜 놓고 들어가는 게 아닌데, 마지막 편집하는 순간 말이 되게 만드는 능력은 형윤이 형만이 가진 중요한 능력이죠. 시나리오대로 만들었는데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는 작품도 많잖아요. 근데 형윤이 형은 연출점을 놓치지 않는 힘을 갖고 있어요.
칭찬인지 아닌지 모르겠네.(웃음)
칭찬과 비판을 떠나서 재능이 있다는 거죠. 영화적인 감. 애니메이션계의 왕가위라고 할까?

장형윤 감독님은 연상호 감독님의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웃음)
맞는 얘기인 거 같기도 하고.(웃음) 그에 비해 연 감독은 미리 완벽하게 짜놓고 하는 편이에요. 프로덕션 과정에서 위험한 부분들이 많이 없어지고 기간도 단축되니까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무림일검의 사생활> 할 때 실수로 너무 긴 시나리오를 썼어요. 근데 기간이나 제작비를 보니 그렇게 만들 수가 없었어요. 원래 공주도 등장해서 진영영과 혜미와 삼각관계를 이루죠. 공주는 동물원의 악어로 환생하고, 진영영은 동물원 앞에서 공주를 지키는 자판기로 환생해요. 만드는 도중에 이걸 어떡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만들었는데, 일단 완성 됐으니 다행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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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일검의 사생활>


글로벌 프로젝트? 수퍼맨도 못해!

제작비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작품을 만들고 개봉해서 수익을 내고, 그걸로 다음 작품을 만드는 게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단편은 그게 어렵다고 하면 빚을 내서라도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기획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이미 만들어졌던 애니메이션들이 한국 기획력의 현실이라고 볼 수 있겠죠. 저희는 그냥 가능성 정도인 거 같아요.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문제를 기획력의 부재, 스토리의 부재라고 하는데, 사실 전 그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짜 문제는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는 거죠. 기대치가 너무 커요. 글로벌 프로젝트여야 하고,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박찬욱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한테 세계적으로 먹히고, 캐릭터 상품도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모든 영화하는 사람들이 그걸 지향한다면 좋은 작품 안 나올 거예요. 형윤이 형도 마찬가지겠지만, 전 장편을 만들어 엄청난 흥행을 하고, 세계 모든 어린이가 그 캐릭터를 갖고 놀 거라는 생각 안 해요. 대중과의 공감대를 갖고 최소한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거죠. 저흰 저희 스타일의 영화를 만드는 거예요. 한마디로 하자면 장편을 기획할 때 편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거죠.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은 미약하지만 아직도 유효한 거 같아요. 정부 지원도 적지 않게 있는 거 같고요.
얼마 전에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다는 영화사 사장을 만났어요. <쿵푸 팬더>나 픽사를 얘기하면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거예요. 전 이해가 안 됐어요. <쿵푸 팬더>나 픽사의 작품들은 천억 이상의 작품들이에요. 그냥 남의 얘기라는 거죠. 사장한테 얘기했어요. 왜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하느냐. 그 돈이면 한국판 <반지의 제왕>을 찍지. 그러니까 실사영화는 힘들지 않냐고 해요. 참, 똑같이 힘들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니까 참 답답해요.
중요한 건 그게 정부의 생각이나 진흥원의 애니메이션 정책과 일치한다는 거예요. 사실 저희 같은 프로젝트로는 그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어요. 저희도 지원을 받지만 그건 ‘좋은 프로그램’에 주는 거지, 메인은 아니에요. 메인은 방금 말한 글로벌 프로젝트죠. 근데 우리나라에서 나온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건 국내에서 먼저 잘 된 거예요. <대장금> 같은 드라마가 그 예죠. TV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도 국내에서 성공하고 해외에서 성공한 케이스에요. 해외도 마찬가지에요. <슈렉>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작품 모두 자국 내에서 잘 됐어요. 국내에서 잘되는 게 먼저인데 이상하게 생각이 안 바뀌어요.
그 사장님은 글로벌 프로젝트로 만든 게 <디 워> 아니냐고 하는데, 전 싫어요. 그런게 글로벌 프로젝트라고 하면 우리한테 기대하면 안 되죠. 문화적 글로벌과 산업적 글로벌을 나눠서 생각해야 해요. 우리가 지향하는 건 문화적 글로벌이고, 그들은 산업적 글로벌이죠. 또 진짜 이해가 안 되는 건 10억을 투자하면서 대박을 꿈꾸는 거예요. 그건 도박이죠. 10억을 투자해서 본전을 뽑고 5-6억의 수익을 내면 괜찮은 장사꾼이라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천억을 벌기 원해요. 그러면서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다고 하는 게 어이가 없어요. 도박사한테 어떻게 우리 작품을 맡길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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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단백질>


시작도 안했는데, 이미 망했다고?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이 모두 실패한다는 것도 바보 같은 거예요. 실사영화도 100편 중에 10편 정도 수익을 내잖아요. 그런데 개봉한 애니메이션이 총 10편이 안 돼요. 그런데 그 작품들이 실패했으니 국내 시장은 없다고 판단해요. 제가 볼 때는 시장이 없는 게 아니라 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이 없는 거예요. 애니메이션 100편을 개봉했는데 다 망했다면 이해를 하겠어요. 근데 달랑 10편 개봉해 놓고 내수시장은 없으니 외국에서 팔릴 걸 만들어라 하는 건 웃기는 일이죠. 외국에서 잘되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거 알면 떼돈 벌게?(웃음) 정책적으로 내수시장을 돌파 못하면서 해외 시장을 돌파한다는 게 황당한 거지. 전 현 상황에서는 문화적 아이콘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애니메이션계의 영웅이 홀연히 나타나 부흥시켜주길 원하는 건데, 영웅이 그렇게 나오나요? 일본을 보죠. 미야자키 하야오가 없다고 일본 애니메이션계가 개판이 되지 않아요. 그만큼 풍부한 환경이 된다는 거죠. 미야자키 하야오는 고목나무에요. 고목나무가 있으려면 잔나무도 있고 풀도 있어야 해요. 반대로 얘기하면 고목나무가 없어도 괜찮은 자연이라는 거죠. 우리나라는 고목나무 키워야 한다고 허허벌판 시멘트 바닥에 씨 뿌리고 '왜 안 생겨' 하는 꼴이죠.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의 아이콘이죠.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후지산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에 후지산을 만들 수 있나요? 남대문이나 서울타워를 만들어야죠. 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처음부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작품을 만들었나요? 사람이 만들면서 발전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걸 당장 만들라고 하면 어떡해요. 정부 정책이 없다면 할 말 없지만, 있다면 그런 식으로 나가야 한다는 거죠.
애니메이션계를 뜯어보면 이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에요.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인데요, 나중에 욕먹겠다(웃음),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감독들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이상해요. 김문생 감독이 100억 들여서 <원더풀 데이즈> 만들었어요. 근데 그분이 그 전에 애니메이션 만들었나요? 한 편도 없어요. <아치와 씨팍>의 조범진 감독도 비슷해요. 그 전에 <업 앤 다운 스토리>라는 단편을 만들었는데 내러티브가 없어요. <마리 이야기>와 <천년여우 여우비>의 이성강 감독은 그나마 단편 작업을 많이 한 경우죠. 하지만 회화나 비디오 아트처럼 내러티브 없는 작품이 많았어요. <원더풀 데이즈> <아치와 씨팍> <마리 이야기> 모두 비슷한 시기에 들어간 작품들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많은 투자를 받았을까요. 한탕주의죠. 애니메이션 붐이라니까 투자자들이 어디 한번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투자를 했으니 당연히 망했죠. 시장이 없어졌다, 투자하면 망한다는 생각은 영화 시장에 대한 분석자체를 안 한 거예요. 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게 눈에 보이잖아요. 
한 번 작품을 만든 사람이 두 번, 세 번 만들면서 더 잘 만들잖아요. 이성강 감독도 <마리 이야기> 보다 <천년여우 여우비>에서 나아진 거 같아요. 관객도 많이 들었고요. 다음 작품을 만든다면 분명 더 좋아질 거예요.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입봉한 감독이 몇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없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사실 옴니버스로 개봉한 걸 잘했다고 생각해요. 관객을 만나는 시도를 해야 관객의 취향을 알 수 있잖아요. 처음부터 기획하고, 제작발표회도 하고 했으면 좀 더 많은 관객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경험이 없어서 못 한 상황이고, 이것들이 경험으로 남겠죠. 미야자키 하야오도 처음부터 흥행되는 장편을 쏟아낸 건 아니잖아요. 실패했지. 갑자기 잘할 수 없고. 작품이 좋으면 기회가 생기고 만들다 보면 잘해지는 거지 한국에는 그런 기회가 많아서 지금 장편 만드는 사람들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 전작보다 나빠지겠냐. 그건 아니라는 거죠.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키우는 방법은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 만들어서 1년에 2,3편씩 개봉하는 거예요. 그럼 데이터가 쌓이고, 만드는 사람이나 투자하는 사람이나 노하우가 생기겠죠. 지금 기준이 되는 건 픽사와 드림웍스인데, 그건 데이터가 될 수 없죠. 천억을 투자할 수 없는 나라에서 제작비 천억 이상의 작품을 쓴다는 건 말이 안 되요. 시행착오도 있겠죠. 하지만 백억 짜리 만들어서 홀딱 망하면 데이터도 안생기고 돈만 버리는 꼴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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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윤 감독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선물한 <아빠가 필요해>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 그것만이 희망이다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제작비가 어느 정도인가요. 지금 감독님들 작품을 80분 정도로 늘린다고 가정하고요.
예전에 모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6억이면 만들 수 있다"고 했는데, "6억 갖고는 못 만든다"는 악플이 엄청 달렸어요. 빠듯하죠. 근데 <셀마의 단백질 커피>는 6억 안 들었어요. 편당 1억 9천정도 들었으니까요. 
2D 애니메이션에 한해서 그래요. 우리가 3D 애니메이션은 제작비를 실제로 집행해본 적이 없어서요. 2D면 6억이면 빠듯하게 만들 수 있어요.
100억 짜리 하나보다 6억짜리 영화를 만들어서 개봉하는 게 문화적으로 좋죠. 

2D니 3D니 하는 건 기호의 차이 같아요. 퀄러티만 좋다면 관객들은 선택을 한다는 거죠.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의 특장이 있잖아요. <사랑은 단백질>이나 <무림일검의 사생활> 속 동물 캐릭터는 실사에서는 힘들잖아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허용되고, 그만큼 상상력이 풍부해 질 수 있다는 거죠.
동물이 나오느냐, 실사로 표현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중요한 건 그림이 주는 쾌감이죠. 요즘 인기 좋은 <나루토>를 예를 들어 보죠. 실사에서 표현 안 되는 기법이 없어요. 그런데도 애들이 좋아하는 건 실사와 다른 그림이 주는 쾌감, 이미지가 주는 쾌감이라는 거죠. 그걸 확인하는 길은 만들어서 내 놓는 거 밖에 없어요. 투자자나 정부가 생각을 바꿔야할 때에요. 갬블러 기질을 버리고, 이걸 문화 산업을 부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해야한다는 거죠.
'문화 컨텐츠'잖아요. 분명 문화가 먼저 나오는데 컨텐츠에만 방점이 찍혀있어요. 해외에 팔리는 거만 중요하다고 하고요.
지금의 정부 지원 정책이나 투자 심리가 시작된 게 <라이온 킹> <주라기 공원>이 흥행하면서예요. 영화 한 편이 자동차 몇 대 판 거 보다 돈 많이 번다더라, 하면서 그런 분위기가 생겼어요. 갬블러 기질 밖에 없는 거죠.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어요. 실사영화에 충무로와 독립영화가 있는 것처럼 애니메이션계에서 충무로의 역할을 하는 제작사가 있나요?
TV 애니메이션 만드는 회사도 충무로의 싸이더스FNH나 MK픽쳐스와 같은 규모는 안 돼요.
<장금이의 꿈> 말고는 지금 한국 TV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상상을 초월하게 낮아요. 예전에 <호돌이>나 <까치>에 비하면 그냥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TV에 트는 수준이죠. 돈이 안 되고 제작비가 없으니까 그래요. 해외 투자자의 투자를 받거나 <장금이의 꿈>처럼 히트 상품을 애니메이션화 하는 방법이 전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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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에게 1인 제작 시스템의 전설이란 명성을 안겨준 <지옥>


밝은 미래? 꿈꾸지 않는다. 다만...

진짜 고민 많겠어요. 얘기 들으면서 난감함과 동시에 궁금증이 생기네요. 감독님들은 왜 애니메이션 작업을 계속 하시는 거예요? 침체기가 길어질지 아니면 발전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밝은 미래를 꿈꾸시는 건가요. 아니면 작가적 자존심인가요.
밝은 미래를 보고 하는 건 아니에요. 이왕이면 밝은 미래가 되면 좋겠지만요.(웃음) 작업을 할 때 안 좋을 쪽을 생각하고 해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어떻게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겠다는 거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우리가 밝은 미래를 만들거나 시장이 밝아질 거란 막연한 기대 때문은 아니에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잘 될 것인가에 대한 예상을 할 수 없어요. 단지 연상호는 잘 될 거야하는 생각으로 하는 거죠. 저 하나 잘 된다고 해서 애니메이션계가 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지금 작품으로 잘 만들고 잘 팔아서 다음 작품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거죠. 한국 애니메이션계를 이끌어갈 거야, 하면 못 만들 거 같아요.
그렇게 하면 못 만들지. 너무 부담스럽잖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잖아요. 그저 냉정하게, 합리적으로 만드는 거죠. <왕의 남자>도 천만 관객이 넘을 걸 예상하고 만든 건 아니잖아요. 
월드컵 4강 갔다고 프로축구가 부흥한 것도 아니잖아요. 개인의 비전을 보고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게 맞지. 한 명이 움직인다고 산업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 좋은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드는 게 필요하죠.
그 가운데 연대의식도 필요해요.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연대해서 잘못 된 산업구조를 고치는 게 필요하다고 발언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독립영화계처럼.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얘기하니까 머리와 가슴이 동시에 아파오네요. 잠깐 숨 좀 돌리죠. 어떻게 애니메이션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편한 얘기 하면서요.(웃음)
애니메이션 감독이 멋있는 직업인줄 알았어요.(웃음)
옛날에 미술 학원, 동화학원을 다녔어요. 뭐 돈 많이 벌려고 시작한 건 아니고요, 회사 들어가서 일하는 게 싫어서요. 한 번 뿐인 인생 멋지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살아보자는 거죠. (웃음)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서 누군가한테 감동을 주고 정서에 영향을 끼치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느껴졌어요.

감독이나 배우나 존중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생각해요. 눈에 뻔히 보이는 얕은 수의 영화를 찍는 사람들 빼고, 좋은 영화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뭔가를 주는 사람드은 대단한 거 같아요. <괴물>이나 <왕의 남자>는 끊임없이 회자 되잖아요. 관객들은 그만큼 정서적 만족감, 포만감을 받는 거니까.
내 작품을 보고 애니메이션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전 <아키라>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재작년인가 누가 <지옥>보고 애니메이션을 시작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너무 일찍 이뤄져서 다른 꿈을 찾아야 할 처지가 됐죠.(웃음)
넌 다 이뤘어. 그만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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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장형윤 감독의 팬이 되게 만든 <편지>


상 복 많은 자 VS 상복 없는 자

연상호 감독님은 장형윤 감독님 보다 상복이 없죠? 이번에 미장센 단편영화제에 장형윤 감독님은 <무림일검의 사생활>로 관객상 받으셨는데. 안 부럽나요?(웃음)
처음에 질투가 났죠. 상을 주는 체계가 잘못됐다고 생각도 하고.(웃음) 제가 형윤이 형보다 작품 활동을 더 오래했어요. 1997년부터 작품을 했는데 상은 일본에서 딱 한 번 받았어요. 
난 많이 받았는데.(웃음)
예전부터 그랬어요. 누군 만난 상 받는 사람이고, 난 상 못 받는 사람이고. 근데 부럽지 않아요. 상 받는 사람은 늘 바뀌어도, 꾸준히 작품 만드는 사람은 저니까요. 상 받은 사람 이름 기억도 않나.(웃음) 그래서 그게 크게 중요하지 않는 거 같아요.
그 때부터 계속 받는 내가 있잖아.
그 때는 못 받았잖아. <아빠가 필요해>부터 받았잖아.
아냐, <편지>도 세 개 받았어. 난 전부 14개를 받았거든. 하하. 상금을 받으면 다음 작품 만드는데 도움이 되서 좋아요.
심지어는 내가 상을 많이 받은 사람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어요.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감독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휩쓸긴 뭘 휩쓸어, 하나도 못 받았는데.

독립영화계를 보면 안타까운 게 있어요. 상금은 대부분 영화 찍느라 진 빚 갚는데 쓰잖아요. 
보통 빚 갚죠. 저는 몇 년 동안 이를 못하고 있었어요. 치과 가면 보통 몇백 들잖아요.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우수상 받아서 그 상금으로 치과 갔어요.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받은 상금으로 무릎 수술하려고 노리고 있었는데.
전 상금을 못 받아도 매달 적금을 받는 몇 안 되는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이랍니다. 하하.
넌 집도 있잖아.
그야 내가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그렇지.
연 감독이 손이 빨라요.
잠도 없고. 하긴 형은 잠도 많잖아. 상 많이 받아야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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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후지더라도 무조건 만든다는 장형윤 감독.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 평가하시길


대박을 향한 꿈, 셀마가 되다

두 분 많이 다르시네요. 근데 작품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연상호 감독님은 속도가 빠르고 원색을 주로 사용하시고, 장형윤 감독님은 미장센을 중요시 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로 사용하시잖아요.
연상호 감독은 <아키라>를 보고 시작했고, 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시작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음, 이거 좀 불행한 얘긴데요. 둘 다 두 일본 애니메이션이잖아요. 애니메이션에 대한 옛 추억은 대부분 일본 애니메이션이니. 아이러니 해.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이 최고야,(웃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난 일본 애니메이션 안 봤으면 애니메이션 안했을 거예요. 우린 미야자키 하야오나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타카하타 이사오, <은하철도 999>의 린 타로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보고 자랐어요. 난 처음 한국 건줄 알고 봤는데.(웃음)
웃긴 건 일본에 가서 사람들과 얘기하면 정서가 거의 똑같다는 거예요. 몇몇 작품 빼고 한국에서 대부분 방송했으니까. 얘기를 하면 서로 아는 거죠.

애니메이션이 성장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분명하죠.
그렇게 영향을 끼치는 데 그 때 안 좋은 작품을 보고 자랐으면 어떡했을까 아찔해요. 대부분 거장들의 작품으로 작품성이 뛰어난 좋은 작품이었잖아요. 근데 요즘 애들은 불쌍해요. 저질 작품 밖에 안 하니 원.
요즘 애들이 학원가지 애니메이션 보나? 10년 전부터 그런 현상이 생긴 거 같은데, 당시만 해도 애니메이션 좋았죠. <달려라 하니> <날아라 슈퍼보드>가 시청률 30%가 넘었다는데. 그 작품들이 좋은 애니메이션이라는 건 아직도 사오정 얘기가 나오고, 저팔계 성대모사를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그 때만 해도 한국 애니메이션도 분위기 좋았어요. 
그게 다 <라이온 킹>하고 자동차 얘기가 나와서 그런 거라니까. 그 때 시장이 형성될 뻔 했어요. <달려라 하니> <날아라 슈퍼보드> <머털도사> 등 좋은 작품들이 반응도 좋았으니까. 근데 눈 먼 돈이 들어와 사람들을 현혹시킨 거죠. 막 형성되려는 시장도 망가지고, 눈 먼 시장도 망하고, 개판 된 거죠.
서서히 토양을 마련하고 잘 될 수 있는 시기였어요. <2020년 원더키드> 얼마나 좋은 작품이에요. 조금만 더 하면 우리도 명작 나올 수 있었는데. 무리하게 키우려다 토양 자체를 바꿔버리니까 그랬지. 근데 그 정확한 내막을 모르겠어요.
당시 분위기가 이랬어요. <블루 시걸>을 만들 때인데, 충무공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하면 일본에 외주를 줘서 5분짜리 트레일러를 만드는 거예요. 1-2천만원이면 ‘일본 간지 나는’ 트레일러가 나와요. 그걸 갖고 63빌딩에서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는 제작발표회를 해요. 그리고 투자받고 도망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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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 같이 만들어도 작품을 빨리 만든다는 연상호 감독.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 평가하시길


그대는 나의 자극제요!

정말 놀라운 얘기들이 많네요. 두 분이 얘기하면서 서로 많은 걸 배울 거 같아요. 지향점에 대한 고민도 나눌 수 있고요.
일단 기술적인 면에서 많이 배워요. 연 감독이 섬세하고, 편집도 잘하거든요. 그리고 자극이 되는 측면도 있고요. 

어떤 면에서 자극이 된다는 거죠?
장편을 계속 만든다는 것과 그 방법을 모색한다는 거요. 나 혼자 그러면 외롭잖아요. 근데 연 감독이 작품 만들면 제가 왠지 불안해지면서 열심히 하게 되죠. 경쟁도 하고, 자극도 되고요. 연 감독이 만들면 적어도 1년 안에는 완성을 하는 정도로 진행을 하죠.(웃음)
작품도 좋지만 전 개인적으로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발언을 자주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영향력을 미치려면 좀더 유명해져서 해야 하지 않을까?
영향력 없더라도 했으면 좋겠어.
어디다 하지?
‘필름온’에다 하지.

하하, 감사합니다.(웃음) 좀 생뚱맞은 질문이겠지만, 두 분 20년 후의 모습 상상해 보셨나요.
자주 상상합니다. 전 지금부터 머리를 잘 보호해서 절대 대머리가 되지 않을 거예요. 이것만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 외에는 별로 없어요.(웃음)
전 살 안찌고 스타일리시하게 늙고 싶어요. 근데 지금도 살찌고 있는데 어쩌지.(웃음)
근데 20년 후에 장편 애니메이션 2편 했다고 하면 너무 우울할 거 같아요. 앞으로 7, 8편은 만들어야죠. <지옥> <사랑은 단백질>을 20년 전에 만들었던 연상호입니다, 하면 얼마나 슬퍼요.
전 3년에 한 편씩은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2년은 너무 빠듯하고요. 어, 근데 일생 동안 만들 수 있는 게 몇 편 안되네요.
전 지금 장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두 편 있어요. 일단 이걸 빨리 끝내야 할 것 같아요.
두 개다 내용이 강하고, 폭력적이에요.

<지옥>의 느낌하고 비슷한가요?
지옥하고는 다를 거예요. <지옥>은 잔인하잖아요. 이건 잔인하지는 않아요.
<돼지의 왕>이라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하고 비슷한 느낌이에요. 사회 드라마인데 시나리오가 탄탄해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보다 복잡한 이야기에요. 지금은 모든 게 분명했던 시대를 지나 복잡한 시대가 됐잖아요. 1990년대 중학교 1학년생들이 겪는 얘기에요. 그때는 군부독재가 끝난 시기인데 본질적으로 변한 게 없는 시대잖아요. 달라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금 우리 모습과도 닮아 있어요. 요즘 촛불시위 강경 진압하는 거 보면 달라진 게 없잖아요. 러닝타임은 80분 정도 될 거고요. 아직 투자는 못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진행하려고요. 내년 안에는 끝낼 겁니다. 
저는 청년필름에서 음악영화를 준비 중이에요. 트리트먼트까지 썼는데 내용은 좀 바꿔야할 거 같아요. 원래 <원스> 같은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정확히 그렇게는 안 될 거 같아요. 제작비는 프로덕션비만 10억 정도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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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바라보는 미래가 과연 밝은 미래가 될 것인지, 기대해 본다


“저흰 최신 개봉작 감독이에요!”

오늘 인터뷰 정말 즐거웠습니다. 한쪽으로 쓰리기도 하지만 두 분이 뭔가 하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기까지 하네요.(웃음) 
연 감독이랑 저랑 공통점이 있는데, 저흰 무조건 만들어요. 좀 후지더라도.(웃음)
전 개떡 같이 만들더라도 빨리 만들 거예요.(웃음)
몇 년간의 기획, 전 그런 거 싫어요. 난 액션영화인데 입만 벙긋벙긋하고 잘 움직이는 작품이라도 만들 거야. 내용만 재밌으면 본다니까.

기대 많이 하겠습니다. 하반기에 프로덕션 들어가고 인터뷰 한 번 더 해요.
올해 말에 제작발표회를 하려고요. 사람들이 많이 안 오겠지만요.(웃음)
전 연 감독 하는 거 보고 따라 갈 거예요. 진행 단계가 훨씬 빠르거든요. 전 연 감독 만들고 1년 안에만 만들면 되요. 좋은 거 보고 따라하면 되고요. 연 감독, 빨리 만들어! 제작발표회 할 때도 불러주고!(웃음)


장형윤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금이 아니면 안돼’ 홈페이지
www.nowornever.co.kr
연상호 감독의 애니 작업실 ‘스튜디오 다다쇼’ 홈페이지 www.studiodadasho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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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09 00:32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peter153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 보러가겠습니다. 한국의 미야자키 히야오가 되세요...

    2008/07/08 21:24
  2. 츠부키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쾌하고 기분좋은 인터뷰였어요.
    전 지금 두 분 이 모습 있는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계속 오랫동안 본인들이 원하는 작업들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이면 족합니다. 저는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보겠습니다! 여럿이 함께요!^^

    2008/07/09 11:00
  3. Favicon of http://www.zinsayascope.com BlogIcon 진사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좋은 인터뷰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셀마의 단백질 커피를 아직 안 봤네요 ㅠㅠ 꼭 보러가고 싶어졌어요.

    2008/07/09 14:27
  4. Favicon of http://novaj5.net BlogIcon 노바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잘 읽었습니다^^

    2008/07/09 16:44
  5. 김성희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요. (단편작가들의 수를 너무 낮게 잡으신 것 같아요 ^-^)

    국가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건 인정해요.
    그 정책을 바꿀만한 인재가 없다는 것도.
    보고 있으면, 머리와 손 발이 제각각 노는 인형을 보는 느낌이에요.

    스타프로젝트란 것이 천재찾기란 건 알겠어요.

    NFB가 애니메이션 명가가 된 데에는 노먼 맥클라렌같은 천재가 있었고, 미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형태를 갖추게 된 데에는 월트 디즈니같은 천재가 있었죠. 일본은 데츠카 오사무이고요.
    그러니, 그런 사람 하나 나오면 우리나라도 잘 될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시스템 만들기과 애니 제작을 같이할 수 있는 천재가 없어요. 아직은.

    사람이 없는 탓도 있지만, 환경도 엉망이죠.
    월트 디즈니가 장편부터 만든 것은 아니죠.
    그 단편들을 사주는 곳이 있었다는 얘기고, 그 단편들을 상영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는 얘기인데...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지속적으로 사주고 보여줄 곳이 없어요.
    그리고, 단편을 공중파에서 보여준다고 해도 문제인 것이...
    미국은 토요일 오전이 애니메이션 타임이고, 일본도 일요일 저녁이라는 황금시간대에도 애니가 방영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난 주중 오후 4시반에 하는 우리나라 공중파 애니들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독립작가들이 계속 애니메이션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구 김문생 감독은 단편작품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 CF들을 만들었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치토스, 감기약 하벤같은 작품들이요. 그리고 김문생 감독이 직접 연출하지는 않았지만, 원더풀데이즈 제작사에서 만든 단편으로 "요요지가"가 있습니다.

    앗, 수업시간이네요. 나중에 다시쓸께요. (두서가 없는 글인데 정리를 못하네요.)

    2008/07/13 12:38
  6. 김성희  수정/삭제  댓글쓰기

    급하게 타이핑치다가 오자 났나봐요. 수정이 안되네요. 음... 암튼.
    우리나라 영화들을 지켰던 스크린쿼터제처럼 우리나라에는 애니메이션의 방송시간을 지키는 애니메이션 쿼터제가 있답니다. 하지만, 그것을 계속 규제하고 축소하려고 하고 있죠. 애니메이션을 의무방영하는 제도를 만들고 그 시간대를 제한해서 프라임타임의 몇 %로 하기 전까지는 애니메이션 환경이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요.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은 좀 바꿔주셔야할 것 같습니다.
    제작비라고 하면, 홍보비도 포함됩니다. 그저 작품만 만들고서 끝이 아닙니다.
    극장판 애니를 만들었을 경우, 그 작품의 경쟁상대는 외국의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극장판 애니의 경쟁상대는 영화입니다. 스크린 수가 한정되어 있을 때, 애니메이션보다는 영화를 더 선호하는 극장주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겠죠.
    그러므로 극장판 애니는 철저히 상업적이어야 합니다. 상업적이란 말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말씀드리는 상업적이라는 것은 팔리는 상품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 상품의 조건에 동심을 위한 설정, 나무랄데 없는 만듦새, 멋진 스토리도 포함됩니다.
    이웃의 토토로도 멋진 상품이고, 라따뚜이 쿵푸팬더 역시 관객뿐만 아니라 제작사까지 만족시키는 멋진 상품입니다.
    아직 우리나라 극장판 애니 중에서 제대로 된 상품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치와 씨팍은 19금판정까지 받았으면서도 제대로 야한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천년여우 여우비 역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하쿠와 치히로의 사랑같은 소년소녀의 사랑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상품을 만나길 바랍니다.

    2008/07/13 14:06
  7. Favicon of http://novaj5.net BlogIcon 노바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개인적으로 결국은 방송쪽이 활성화되야한다고 믿는데... 일차적으로 지목할만한 문제점은 쿼터제가 있더라도 현재로서는 시간대 지정이 없어서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상황이고, 지키지 않더라도 별다른 제제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더군요.
    서양에서 단편들은 흑백시절부터 영화 앞쪽에 껴넣어주지 않았던가요? 기억이 가물한데... 아마 그러다가 스팀보트 윌리가 소리를 넣음으로서 뭔가 획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물꼬가 텄던걸로 어렴풋이 기억을(이놈의 기억력 -_-)...
    여우비는 저는 사랑이야기 이전에 후반부에 불교적 세계관으로 이야기가 갑자기 빠져버려서 아쉽더군요. 그리고 태권브이는 왜 하필 또 그때 겹치기 상영을 해가지구...ㅡ.ㅜ

    2008/07/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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