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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스타와 파파라치의 사랑. 언뜻 <노팅힐>류의 예쁘장한 로맨틱 코미디가 떠오를 법한 스토리다. <내가 찍은 그녀는 최고의 슈퍼스타>(이하 <내가 찍은 그녀>)라는 제목 또한 그런 걸 기대하게 한다. ‘Delirious’(광란)라는 원제목이 지극히 설명적이고 기억하기조차 힘든 한글제목으로 탈바꿈되어 표면적으로는 로맨틱 드라마로 비춰지지만, 사실 이 영화는 신경쇠약 직전의 파파라치와 홈리스 배우 지망생의 버디무비다. ‘독점취재! 스타와 파파라치 사랑에 빠진 사연은?’이란 홍보 카피에 낚여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난감해질지 모른다.
파파라치 레스(스티브 부세미)는 최고의 팝 스타 카르마(알리슨 로먼)가 애인과 함께 있는 장면을 찍으려고 기다리던 중 배우가 되고 싶은 홈리스 청년 토비(마이클 피트)를 만난다. 갈 곳 없는 토비는 무작정 레스를 따라가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애원한다. 겉은 까칠하지만 은근히 마음 약한 레스는 고민 끝에 토비를 집에 들인다. 그런데 아침이 되자 먹여주고 재워주면 뭐든 하겠다며 들러붙는 토비. 결국 레스는 토비를 조수로 ‘채용’하게 되고, 이렇게 가진 건 카메라뿐인 중년 파파라치와 가진 건 미모뿐인 꽃청년의 이상하고 웃긴 동거가 시작된다.
파파라치는 착해선 안 된다. 레드카펫 위에 선 스타의 화려함뿐만 아니라 감추고 싶은 비밀까지 캐내야 하니까. 잘 잡은 ‘굴욕샷’ 하나에 거액이 왔다 갔다 하니 어지간히 독하지 않고서야 될 일인가. 사치스런 쇼 비즈니스의 일원이지만 곱지 않은 시선과 찌질한 생활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파파라치다. <내가 찍은 그녀>는 레스가 토비에게 ‘파파라치 수업’을 시작하면서 파파라치의 일상에 카메라를 밀착시킨다. 옆의 파파라치가 자리를 침범하려 하면 팔꿈치로 사정없이 가격하고, 시상식 등의 커다란 행사에 갔을 땐 선물 가방을 꼭 챙겨 와야 한다. 정보원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하고, 스타가 있는 곳이면 무슨 수를 써서든 들어간다. 대박 칠만한 사진을 건지기 위해선 밤을 새서라도 잠복한다.
노련한 파파라치와 순해빠진 조수. 영화는 전혀 다른 두 남자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으로 전개된다. 어지간히 독해서는 살아남지 못하는 파파라치 세계에서 토비는 순진한 행동만 일삼으며 스타의 사생활을 보호하려 하니 레스의 구박은 줄어들 줄 모른다. 게다가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가 신조인 소심하고 치사한 중년은 어디서 굴러왔는지 모를 어린애에게 사사건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그러나 곰도 구르는 재주가 있고 조수도 없는 거보다 있는 게 낫다고, 자신을 도와 열심히 뛰고 구르는 토비가 밉지 않다. 이러한 두 캐릭터의 충돌과 화합은 전형적인 버디무비의 형태를 이루며 디테일한 에피소드를 통해 잔잔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두 배우의 호흡이 예상 외로 좋다. <라스트 데이즈>에서 곧장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홈리스 청년 토비를 연기한 마이클 피트는 ‘상처 입은 젊음’이라는 자신의 아이콘을 잘 활용하면서도 기존에 보여주지 않던 가벼운 소품 같은 연기를 펼치며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내가 찍은 그녀>는 스티브 부세미의 영화다. ‘포토저널리즘’의 사명감을 불태우며 스타를 좇는 ‘자칭 사진작가’ 레스로 분한 그는 수다스럽고 신경질적인 중년 캐릭터를 완성시키며 광란의 재미를 이끌어낸다.
유명한 남자 스타가 극비리에 휘어진 성기를 수술 받고 나오는 순간을 포착해 거액에 팔아넘긴 레스가 자신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신문을 부모님께 자랑스럽게 가지고 갔을 때 쓰레기 취급을 받는 장면에선 ‘국민의 알 권리’와 ‘옐로우 저널리즘’ 사이에서 방황하는 파파라치의 고뇌가 드러낸다. 그리고 파파라치에게 시달리는 섹시 팝 스타 카르마는 가족과 연을 끊은 채 호텔을 전전하며 매니저를 가족 삼아 외롭게 살아간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내가 찍은 그녀>는 쇼 비즈니스와 파파라치 세계의 그늘진 이면을 포착한다.
물론 ‘스타와 파파라치가 사랑에 빠진 사연’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토비와 카르마가 홈리스 출신 파파라치와 톱스타라는 배경을 뛰어 넘어 사랑을 완성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작은 축을 이루고 있긴 하다. 그러나 우연히 만나서 우연한 계기로 친해지고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져버리며 이벤트처럼 이뤄지는 둘의 사연은 설득력이 부족해 썩 와 닿지 않는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스타와 파파라치의 러브스토리도, 연예 산업의 실상도 아니다. 바로 레스와 토비의 우정이다. 결국 배우가 되어 파파라치의 카메라 세례를 받는 스타가 된 토비가 레드카펫 포토라인 뒤 파파라치 무리 속의 레스에게 다가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미는 장면. 지지고 볶으며 인연을 만들어갔던 두 사람이 우정을 확인하는 이 마지막 장면이 따스한 잔상으로 남는 것도 그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말자. 이 영화의 진짜 마지막 장면은 그때 나온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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