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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란 모름지기,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같은 중앙지가 아니면 씨네21, FILM2.0, 무비위크 같은 전문지의 타이틀을 붙이고서야 실질적으로 '활동'이란 게 가능한 직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산업의 크기가 작은데 반해 스타들의 출몰이 잦은 동네라 그런지, 실속 없이 숟가락 하나 올리고 보자는 매체들도 없진 않아서 제대로 의미 있는 기사를 생산하기도 쉽지 않고 그것으로 주목받기는 더욱 힘들다. 남들이 우루루 하고 몰려가는 것을 외면하자니 트렌드에 둔감한 것 같고, 그렇다고 별 생각 없이 따라가자니 모두 똑같은 사진과 똑같은 기사를 배설해내는 것 같아 회의가 든다. 그래도 딴에는 좀 다른 걸 해보자는 생각은 굴뚝 같았으나 그간의 결과를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온다.

그렇게 보낸 34개월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실업급여 수급자'가 되기로 작심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만 3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을 보냈건만, FILM2.0에서의 경험(특히 마지막 퇴사 처리 과정에서의 경험)은 나를 비롯한 '필름온'의 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을 하도록 종용했다. 그것은 FILM2.0에서 미처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꼭 한번 이뤄보고 말리라는, 억지 혹은 투정 같은 기분을 안주삼아 홧김에 웹진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었지만 회사 차려줄 부자 아빠도, 정계에 진출시켜 줄 엄마도 없는 처지들이라 욕심은 못 냈다. 그냥 1년에 7700원 하는 도메인 하나 달랑 샀다. 체불 임금이나 제때 받아내면 백수 생활을 다함께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다짐했을 뿐이다.

필름온 역시, 어쩌면 영화계란 밥상에 올라간 수많은 숟가락 중 하나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리는 '영화 전문 웹진'을 표방하고는 싶은데 이 컨셉은 사실상 지난 해 실패한 것으로 이미 업계에 증명된 바 있다. 때문에 야심차게 해도 모자랄 출발을, 우리는 그냥 소심하게 시작하기로 했다. 시작하는 글을 써야겠단 생각으로 보름 동안 가열차게 머리를 굴려봤지만, 멋있는 미사여구는 끝내 떠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한 가지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 있다. FILM2.0에서 하고 싶었던 '건강한 2인자'까지는 몰라도 건강한 3인자, 건강한 4인자, 건강한 5인자는 어떤가. 아니면 건강한 14인자, 건강한 15인자가 되어도 괜찮다. 건강한 198인자 쯤 되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스타 기자가 되지 않아도, 영화 기자가 영화 평론가가 되지 않아도 의미 있는 글들을 써내고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미래가 올지 안올진 모르겠지만, 뭐 안 온다고 하더라도 밥이야 굶겠나 생각한다.

너무 진지했나? 사실은 그냥, 요즘 젊은 애들은 스스로 뭘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안한다는 어르신들 잔소리를 몇 번 들었더니 오기가 생겼다. 한번 가보자는 것 외엔 아무 생각이 없다.

필름온의 시작은 전주국제영화제로 연다. 이번 우리의 목표는 하나다. 국제경쟁부문의 영화들을 모조리 보고 리뷰를 쓰는 것이다. 혹시 영화를 본 이들이 있다면, 한번쯤 전주에서 대담을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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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woody79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투를 빕니다. 힘내세요!

    2008/05/0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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