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아 바움백은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참 억울한 감독이다. 2005년 선댄스영화제, 뉴욕비평가협회상, LA비평가협회상, 2006년 전미비평가협회상 등에서 각본상 및 감독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오징어와 고래>가 DVD로 직행한 데 이어, 2007년 발표한 신작 <마고 앳 더 웨딩>까지 극장에 간판 한 번 못 걸어보고 얼마 전 조용히 DVD로 출시됐다. 데뷔작 <키킹 앤 스크리밍>(1995) 이후 <마고 앳 더 웨딩>까지 총 6편의 연출작 중 단 한편도 한국에선 개봉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각본을 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마저 DVD로만 소개됐다.
그렇다고 노아 바움백의 영화가 작품성만 있는 난해한 영화거나 무병 배우만 기용한 낯선 영화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가족’이라는 일관된 화두를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바움백의 영화들은 엄지손가락 치켜들고 완벽함을 칭찬할 정도는 아니지만, 꽤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기본적으로 저예산 영화를 표방해 비주얼 면에서는 소박할지언정 제프 다니엘스와 로라 리니(<오징어와 고래>), 니콜 키드먼과 제니퍼 제이슨 리, 잭 블랙(<마고 앳 더 웨딩>), 빌 머레이와 오웬 윌슨, 케이트 블란쳇(<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등 캐스팅은 결코 소박하지 않다. 오히려 ‘왜 개봉하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감독, 각본, 출연의 1인 3역을 해내며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노아 바움백의 작품들은 비록 아무도 모르게 DVD로 직행했어도 애정을 갖고 지켜볼만한 가치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고 앳 더 웨딩>은 이혼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와 그에 따른 소년들의 성장통을 그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오징어와 고래> 이후 또 한 번 위기의 가족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작가인 마고(니콜 키드먼)는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여동생 폴린(제니퍼 제이슨 린)과 말콤(잭 블랙)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클로드를 데리고 고향집에 간다. 그러나 마고는 백수에다 볼품없는 외모를 지닌 말콤을 영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폴린은 유명한 작가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언니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척 어색한 포옹은 했지만 이내 시작된 자매의 신경전은 며칠 앞둔 결혼식까지 불안하게 지속된다.
얼굴도 예쁘고 재능마저 뛰어난 언니와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인생을 사는 동생. 여성으로서 가장 밀접하게 영향을 끼치고 친분을 쌓으면서도 경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자매’다. 영화 속에서 정확히 설명되진 않지만 마고와 폴린의 대화 속에서 과거 두 사람이 아버지로부터 학대 당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고향집을 지키고 있는 건 폴린이며 엄마는 어딘가에서 따로 살고 있다. 해체된 가정 속에서 동일한 고통을 겪으며 세상에서 가장 친한 사이로 자랐다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자매가 겪는 동질감과 이질감은 영화 내내 미묘한 떨림을 만들어낸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으나 약물에 의존해야 하는 정신적 빈곤과 남편과의 불화로 괴로워하는 마고, 별 볼일 없는 삶이지만 뜨거운 사랑으로 행복해하는 폴린. 두 자매의 며칠 동안을 따라가면서 영화는 붕괴된 가족이 만들어내는 삐거덕거림과 봉합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인물에 최대한 밀착해 핸드헬드로 담아낸 화면엔 그들의 심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예민하고 이기적인 마고 역의 니콜 키드먼, 다혈질의 철부지 폴린 역의 제니퍼 제이슨 리, 절제된 코미디를 선보인 말콤 역의 잭 블랙 등 배우들의 호연이 눈부시다. 배경음악 같은 건 없고, 느닷없이 시작해 느닷없이 끝나 버리는 영화는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어떤 삶의 한 순간을 떼어내 보고 있는 듯하다. 내러티브와 영상미보다는 인물의 표정과 심리, 단발적인 에피소드에 주목하는 <마고 앳 더 웨딩>은 매끄러운 상업영화와는 다른 서걱서걱한 맛이 느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식의 미개봉작 DVD엔 스페셜 피처가 부실한 경우가 많다. <마고 앳 더 웨딩> DVD에도 역시 스페셜 피처는 소박하다. 노아 바움백 감독과 제니퍼 제이슨 리가 나누는 10여 분짜리 대화 영상이 하나 담겨 있는데, 중간 중간 메이킹 필름이 섞여 있어 적게나마 영화의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니콜 키드먼이나 잭 블랙의 인터뷰가 없는 건 아쉽지만, 감독이 마고 역으로 니콜 키드먼을 생각하고 대본을 집필했으며, 대본을 본 니콜 키드먼이 흔쾌히 승낙했다는 캐스팅 스토리부터 제니퍼 제이슨 리가 해석한 캐릭터와 주제 등을 들어볼 수 있다.
‘가족’이라는 커다란 화두 외에도 작가가 주인공이며 록 음악에 대한 오마주와 사춘기 청소년의 성적인 호기심을 담고 있는 등 <마고 앳 더 웨딩>엔 전작 <오징어와 고래>와 겹치는 부분이 많이 발견된다. 2007년 출시된 <오징어와 고래> DVD를 먼저 감상한 후 본다면 노아 바움백의 세계를 제대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미래 기자(FILMON)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by editor. 2008/07/20 23:55
| 1 ... 676 677 678 679 680 681 682 683 684 ... 7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