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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맞춤 接吻

2007 | 감독 만다 쿠니토시 | 각본 만다 타마미, 만다 쿠니토시 | 제작 센토 타케노리 | 촬영 와타나베 마코토 | 미술 시미즈 타케시 | 음악 나가시마 히로유키 | 출연 코이케 에이코, 도요카와 에츠시, 나카무라 토오루, 시노다 사부로 | 108분 | 2008 JIFF 개막작

조용한 주택가, 일가족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평범한 직장 여성 엔도 쿄코(코이케 에이코)는  TV에서 살인 사건 소식을 보다가 살인범인 사카구치(도요카와 에츠시)의 모습에서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녀는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카구치에게 생필품을 넣어주고 편지를 보내면서 살인범 사카구치와 소통을 시작한다. 체포됐을 때부터 줄곧 묵비권을 고집하는 사카구치도 이런 쿄코에게 차츰 마음을 연다. 그러나 사카구치의 변호사 하세가와(나카무라 토오루)는 사카구치에게 집착하는 쿄코에게 연민과 위험을 동시에 느낀다.

흐린 날씨, 한산한 주택가. 산책을 하듯 추적추적 느린 발걸음을 옮기는 남자의 뒷주머니에는 이 고요한 거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망치 한 자루가 꽂혀 있다. 남자는 문이 열려있는 집이라면 어디라도 상관없다는 듯 한 가정집에 들어가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포함한 일가족 3명을 망치로 살해한다.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잃지 않는 살인범 사카구치는 자수하기 전 매스컴에 얼굴을 들이미는데 성공해 전 일본은 이 냉혹한 살인마의 섬뜩한 미소를 접하게 된다.


‘입맞춤’이라는 로맨틱한 제목을 내세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잔혹한 살인사건으로 문을 여는 만다 쿠니토시 감독의 <입맞춤>은 살인범에게 불현듯 찾아온 사랑이나 변호사와의 삼각관계와 같은 멜로 코드를 잔뜩 갖춘 채 철저히 그 주변만을 겉돈다. 일생동안 단 한 번도 무언가에 몰두해본 적이 없었다는 28살 미혼여성 쿄코가 사카구치의 미소에 혹해 그의 기사를 스크랩하고 손수 써내려간 글씨로 꼼꼼히 자료를 정리하는 것은 절대로 살인범에 대한 변태적인 동경이나 작은 일탈, 그리고 연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약삭빠른 동료들에게 이용당하고, 가장 열심히 일하지만 언제나 손해 보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저 외면당하기만 하던 쿄코의 잠재된 분노는 살인범 사카구치의 득의양양한 잔혹한 표정으로부터 다른 무언가를 발견한 까닭이다. 사카구치라는 존재는 이제껏 그녀에게 복종만을 강요하던 세상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으며, 짙은 고독에 휩싸여 살아온 자신과 완벽히 동류의 인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만다 쿠니토시 감독은 고독한 인간의 느닷없는 가정파괴를 따뜻한 시선에 가두며 동어반복의 식상함에 빠지지 않는다. 쿄코가 사카구치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일탈 이상의 자기 파괴를 향해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사카구치는 자기 안의 세계에서 벗어나 무고한 사람을 셋이나 해쳤다는 죄의식에 서서히 사로잡혀간다. 체포된 이래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줄곧 묵비권을 행사하는 사카구치의 소망은 오직 사형뿐이었지만 쿄코에게 마음을 열고 또 입을 열어 그녀의 청혼을 수락하는 과정은 죽음으로 무던히 마무리하려 했던 극단적 이기주의에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마련하며 어느새 치유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영화는 사카구치의 이해할 수 없는 살의, 그런 그의 감정과 행동에 동화되는 쿄코, 그리고 이런 쿄코에게 연민의 감정으로 접근하는 변호사 하세가와를 뒤쫓지만 결코 크나큰 감정의 기복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지금껏 잠재되어왔던 쿄코의 미묘한 감정을 명확히 설명하고 그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면밀한 시선에 더 가까이 위치한다.

물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다 생각하고 언제나 외톨이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쿄코가 사카구치라는 거대한 환상을 등에 업고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은 슬프고도 애처롭다. 사카구치와 쿄코, 그리고 하세가와 사이에는 연민과 고독의 감정이 끊임없이 뒤섞여 있지만 결국 살인과 사형으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려 했던 사카구치의 그릇된 신념과 그를 통해 거짓 힘을 얻은 쿄코만큼이나 애잔하고 슬픈 파국을 향해 모든 감정들을 침잠시킨다. 배우들의 정제된 연기와 이를 십분 활용하며 배우의 힘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만다 감독의 건조한 연출은 공감을 자아내기 힘든 이야기에 충분한 힘을 불어넣는다. 강상준 기자(www.film-on.kr)

영화 어땠어?

장르 안에서, 그리고 사회 안에서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함을 다시금 입증한다. 허남웅(FILM2.0)

김기덕 감독의 <숨>을 일본인의 정서로 보는 듯한 느낌. <숨>이 생략과 감성으로 가슴을 향해 돌진한다면 <입맞춤>은 뇌세포에서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흐르는 듯하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인간적 이해가 돋보인다. 송순진(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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