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개봉 전부터 수차례 언급돼 왔고 또 관람을 강요하듯 반복적으로 노출된 예고편에서조차 충분히 확인할 수 있듯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기존 장르영화에 대한 또 다른 장르화를 꾀한 영화다. 제목부터 직접적 수혜를 받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웨스턴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로부터 캐릭터와 서부영화의 서사를 부분 차용하고, 감독 스스로 결정적인 영감을 받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 이만희 감독의 만주 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의 현대적 변용 끝에 만들어진 <놈놈놈>의 형태는 기존 웨스턴 장르영화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이질적이다.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증명하듯 존재하지 않는 불균질한 시대상을 완성한 건 물론이고, 이 완전히 새롭게 짜인 시대 속에 박힌 인물들 또한 배경 못지않게 이질적인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곳은 신대륙 서부도 아니고 또한 만주도 아니다. 영화는 오히려 명확한 시대를 빌어 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배경을 구축한 어드벤처 영화에 가깝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놈놈놈>을 이해하는 보다 적절한 토대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놈놈놈> 또한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쌓아올린 ‘김지운식’ 공간이 아니면 안 된다는 듯 공간으로 관객의 시각 전체를 단숨에 수렴하고, 공간을 통해 말을 건네는 특유의 화법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 결과 영화의 배경이 되는 30년대 만주는 주축을 이루는 ‘세 놈’뿐만 아니라 일본군과 독립군과 이러저러한 마적단까지 가세하는 복잡한 형국을 이루어 맥거핀이나 다름없는 지도 한 장에 목숨을 거는 첨예한 격전지로 탈바꿈한다. 물론 영화는 애초부터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군상의 면면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시대의 얼굴을 드러낼 생각일랑 전혀 없다. 게다가 지도에 건 각 인물들의 욕망을 탐구하거나 이를 크게 활용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때문에 영화는 수많은 인물들이 얽히고설킴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일방적인 쫓고 쫓김이라는 단선적인 노선 위에 이야기를 전개해나갈 뿐이다. 만주는 그렇게 전혀 다른 질감의 ‘이상한 만주’가 되어 ‘세 놈’조차 압도하는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을 자처한다.
전혀 다른 세 명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처럼 주연 캐릭터들의 면모는 기존 한국 장르영화의 캐릭터 부재를 향한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듯 무척이나 명쾌하다. ‘좋은 놈’과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분장 및 의상을 통해 완성된 면밀한 시각적 형상화 후 배우들의 호연으로 매무새를 마친 캐릭터는 마치 정말로 서부영화의 캐릭터인양 전형성을 띄는 가운데에도 구획이 분명한 고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그 중 ‘좋은 놈’ 박도원(정우성)만은 상대적으로 그가 영화에서 선보이는 역동적인 액션만큼 캐릭터를 드러내지 못하는 게 사실이지만 이 역시 ‘나쁜 놈’ 박창이(이병헌)와 ‘이상한 놈’ 윤태구(송강호) 캐릭터에 의한 상대적 손해 정도로 치부해야 옳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좋은 놈도 나쁜 놈도 아닌 이상한 놈이듯,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고 종국에는 캐릭터 스스로가 지도에 서린 맥거핀까지 떠안으며 영화 전체를 견인하는 것 또한 이상한 놈이라면 이 경우에는 오히려 윤태구에게 쏠린 불균형한 무게중심을 굳건히 붙드는 송강호의 연기를 칭찬해야할 것이다.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세트 구축과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에 초점을 드리운 나머지 액션이 배제될 때마다 눈에 띄게 드러나는 단선적인 이야기 구성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스펙타클을 대변하는 백미이자 대미인 후반부 대규모 사막 추격전에서 확연히 구체화된다. 넓디넓은 부감으로 사막 추격전의 여러 그룹들을 조망하는 스케일에 비해 내용면으로는 질주하는 오토바이 한 대를 따라잡기 위한 일방적인 추격전에 그치는 이 장면은 실제로도 각 집단들이 순번을 정해놓은 듯 대열에 합류해 국지적인 총격전만으로 기나긴 레이스를 이끌어 가고 있어 앞서 선보인 제국열차 탈취나 귀시장 격전만큼의 시각적 재미를 과시하지 못한다. 단순히 흘러가는 상황을 조망하는 데 그치고 있는 이 장면은 그저 액션에조차 배제된 서사의 빈자리를 다시금 서늘하게 환기시킬 따름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같은 분위기의 물고 물리는 보물지도 쟁탈전이 아닌 김지운 감독의 ‘어드벤처 영화’라는 점을 상기하자면 ‘간지우성’에 환호하고, 이병헌에 감탄하고, 송강호에 웃고, 세트에 압도되는 것만으로 이미 영화는 생경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목표만큼은 충분히 완수한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좋은 놈도 나쁜 놈도 아닌 이상한 놈인 것처럼 <놈놈놈>을 지배하는 것 역시 좋은 캐릭터도 나쁜 서사도 아닌 그저 이상한 만주일 뿐이니까. 강상준 기자 (FILMON)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간의 평가대로 김지운 감독은 ‘이미지’주의자다.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장화, 홍련>(2002) <달콤한 인생>(2005) 등의 전작에서 살펴보듯 그의 영화적 욕망은 각각의 작품마다 특정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있다. 특히 <장화, 홍련>과 <달콤한 인생>에서 ‘이미지’는 영화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두 작품은 정교한 이미지를 켜켜이 쌓아올려 특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김지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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