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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평가대로 김지운 감독은 ‘이미지’주의자다.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장화, 홍련>(2002) <달콤한 인생>(2005) 등의 전작에서 살펴보듯 그의 영화적 욕망은 각각의 작품마다 특정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있다. 특히 <장화, 홍련>과 <달콤한 인생>에서 ‘이미지’는 영화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두 작품은 정교한 이미지를 켜켜이 쌓아올려 특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김지운의 영화에서 이미지는 곧 장르고, 장르는 곧 이미지다. <장화, 홍련>의 공포는 고풍스러운 앤티크 벽지와 고가구로 가득 찬 외딴집이 자아내는 긴장감 속에 숨어있고, 액션 느와르를 표방한 <달콤한 인생>은 은색의 호텔 바와 어둠에 물든 도시의 공터들에서 장르의 표정을 뽑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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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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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확실히 그의 영화에서 이미지는 이야기에 우선한다. <장화, 홍련>은 외딴 집이 만들어내는 그럴듯한 분위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미(임수정)가 새엄마한테 갖는 일방적인 반감에서 공포의 비극이 비롯됐다고 설명하지만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인생무상’이라는 주제는 <달콤한 인생>의 한껏 세련되고 매끈한 스타일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다. 이미지가 이야기에 우선하는 점은 김지운 영화의 특색이자 한계다.


김 감독의 신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서부영화의 형식을 빌려온 영화는 순제작비 175억 원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듯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웅장한 세트, 화려한 액션으로 무장했다. 김 감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시각적 이미지의 향연을 통해 장르를 건설하고자 한다. 과연 이미지는 훌륭하다. 김 감독은 공간과 캐릭터의 이미지를 웅장하고 세련되게 세공하는 데서 여지없이 특기를 발휘한다. 조선인, 중국인, 일본인이 뒤섞이고 많은 사람들이 국가와 민족을 떠나 철저히 개인으로 살아가는 1930년대의 만주. 영화는 1930년대 무질서한 만주의 시대상을 고증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통해 보다 화려하게 그려낸다. 이질적인 것들이 함께 섞여있는 시공간으로서 만주는 그 자체로 폭탄을 실은 채 달려가는 증기 기관차다. <놈놈놈>의 화려한 이미지는 30년대 만주의 혼란을 극대화하고 그 에너지를 연료 삼아 영화는 액션 활극이라는 장르를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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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의 이미지의 성취와 비교할 때 이야기의 짜임새는 그다지 매끄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여러 등장인물 중에서도 특히 태구(송강호), 창이(이병헌), 도원(정우성)이 보물지도를 두고 얽히고설키는 지점의 설명이 정밀하지 못하다. 그래서 좋은 놈이든, 나쁜 놈이든, 이상한 놈이든 결국에는 애초에 각자 가지고 있던 본분과 이유를 덮어둔 채 맹목적으로 보물을 찾아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의외의 효과가 발생한다. 태구, 창이, 도원이 보여주는 맹목성, 즉 비논리성은 이 영화를 잉태한 1930년대 만주의 이데올로기와 일맥상통한다. 구국이나 애국의 대의명분을 집어던진 그들은 철저히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 하나만을 좇아 움직인다. 이 영화에서 보물은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하는 셈이다.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는 모든 인간이 지닌 가장 원초적인 욕구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은 무조건 보물을 쫓을 수밖에 없다. 영화는 창이의 입을 빌어 “사람들은 언젠가 죽을 걸 알면서 말이야 꼭 안 죽을 것처럼 산단 말이지. 그게 재밌는 거야”라고 직접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게 볼 때 좋은 놈도, 나쁜 놈도, 이상한 놈도 결국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를 좇는, 다 같은 인간이다. 그들은 보물을 앞에 두고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를 겨룬다. 그 의지 앞에서 ‘좋은 놈’과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물을 앞에 두고 좋은 놈은 선의의 가면을 벗고, 이상한 놈이 과거에 나쁜 놈보다 더한 악한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남는 ‘이상한 놈’이 만주의 최고라 불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태구와 창이, 도원의 과거가 보다 자세하게 설명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영화의 주제와 더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모든 공력을 만주에 집중한 것이 나라와 민족을 잊은 수많은 사람들의 원초적 욕망을 드러내는 데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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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의 이야기는 이미지와 함께 ‘1930년대 만주’의 속성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드러내는 데 이바지한다. ‘1930년대 만주’의 중심에는 인간 개인의 철저히 원초적인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놈놈놈>은 거대 서사적 관점에서 벗어나 끝까지 개인의 욕망을 그린다. 그것은 선과 악을 뛰어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다. 비슷한 시점으로 일제강점기의 30년대를 다룬 <원스어폰어타임>과 <라듸오 데이즈>가 독립운동이라는 대의명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지 못했던 것에 비해 <놈놈놈>은 훨씬 세련된 화법을 선보이고 있다. 김지운 감독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놈놈놈>의 이야기는 이미지를 배반하지 않았다. <놈놈놈>의 이야기는 이미지와 함께 1930년대 만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탔다. 열차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장성란 기자 (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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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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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torystroy.tistory.com BlogIcon login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간은 말이죠. 그 세놈을 합쳐논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2008/07/28 11:39
  2. Favicon of http://www.zinsayascope.com BlogIcon 진사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월간 'SCREEN'의 그 기자님 맞으신가.. 어쨌든 반갑습니다 >ㅅ</

    영화를 못 봐서 스포일러 때문에 글은 제대로 못 읽고 내렸지만,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곧 찬찬히 읽어 보도록 하지요...^^

    2008/07/28 16:21
    • Favicon of http://whispersweetnothings.tistory.com BlogIcon 이실직고  수정/삭제

      어머 무명씨 같은 삶을 살았다고 자처했거늘 알아봐주시는 분이 계시네요.^-^

      2008/07/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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