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회 세계 거장 감독을 소개한 전주국제영화제가 선택한 올해의 거장은 헝가리 감독 벨라 타르다. 벨라 타르가 연출한 9편의 장편과 3편의 단편을 소개하는 ‘회고전: 벨라 타르’는 7시간이라는 무시무시한 러닝타임 안에 독특한 서사 미학을 꾹꾹 눌러 담은 <사탄탱고>(1994)를 비롯해 39개의 쇼트만으로 이루어진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2000) 등 실험과 혁신으로 평가받는 벨라 타르 특유의 영화기법을 확인하도록 돕는다.
그중 중편 <맥베스>와 단편작 3편을 묶은 ‘벨라 타르 단편전’은 구스 반 산트, 짐 자무시 등 동시대 작가들에게 깊이 각인된 벨라 타르의 중요한 편린들을 엿볼 수 있다. <평원에서의 여행>은 평원을 여행하는 남자의 시적 독백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여기 담긴 한 남자의 다양한 감정 표현만으로 진동하는 인간의 고뇌와 인생이라는 쓸쓸한 여정을 압축한다. 세익스피어의 동명 연극을 스크린에 옮긴 <멕베스>는 단 한 개의 테이크만으로 ‘헝가리판 멕베스’와 ‘영화판 멕베스’를 완성한다. 클로즈업을 사용해 배우들의 표정과 역동하는 행동에 주목하고 카메라의 시선 안팎을 활용해 배경과 인물들이 유려히 오고 가는 과정은 ‘영화적 연극’이라는 낯선 기법들의 성찬이다.
이밖에 군부대 합숙소 내의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호텔 마녜지트>는 강제 퇴거를 명령받은 노인의 이야기를 다루며 일상 속의 흔한 모멸감에 대한 주제를 짧고 명확하게 건드린다.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옴니버스 영화 <비전스 오브 유럽>에 수록됐던 단편 <프롤로그>는 트래킹 쇼트로 줄서있는 사람들의 묵묵한 표정을 훑어내며 한마디의 대사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쓸쓸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강상준 기자(www.film-on.kr)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