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물론 <고사>에서 엿보이는 <여고괴담>과 <쏘우>와의 조합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퀴즈의 정답과는 상관없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학생이나, 어느 순간 특별한 이유 없이 오로지 죽임을 당하기 위해 사라지는 희생자, 그리고 절대로 초자연적 존재일 수 없는 범인이 짧은 시간 안에 너무나 완벽히 상황을 통제하며 계획한 그대로 작전을 수행하고, 상당히 긴 시간 외부와 연락이 두절됐음에도 상황 종료 전까지 어떠한 외부의 개입도 없는데다, 머지않아 살해당할지도 모를 내부의 인물들조차 단 하나의 시체로 인해 학교 밖으로 도망치는 것을 손쉽게 포기해버리는 등 논리적 측면에서 속속 빈틈을 선보이며 높은 점수를 포기하는 것이 문제다.
애초부터 친구의 목숨을 담보로 진행되는 퀴즈에 관객을 동조시킬 생각일랑 전혀 없는 영화는 게임의 용도와 목적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잔혹한 장면을 만들기 위한 장치적 측면에 더욱 초점을 맞춘 채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장르적 측면은 아비규환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상황대처와 극단의 변화를 빠른 편집으로 담는 데 놓여 있기에 이로 인해 촉발되는 한 개인의 광기는 어느새 자연히 영화의 핵으로 부각된다. <고사>는 이 '어떤 이'의 광기에 영화의 반전과 핵심을 모두 녹이며 살인자들의 게임에 분명한 목적을 심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여고괴담> 시리즈와 같은 일련의 학원공포물이 그랬듯 고등학교라는 시공간에 대한 은유와 비판, 나아가 인간을 향해 측은한 감정을 불어넣으며 주제전달의 목적만큼은 효과적으로 달성한다.
그러나 빠른 편집과 잘 짜인 미장센을 통해 영화 전반에 걸쳐 세련미를 목표하는 것과는 달리 이를 거스르는 정직한 고딕체 자막 사용이나 가끔씩 진지한 연기를 잊어버린 듯 보이는 배우들의 모습은 정제된 공포영화로서의 면모에 여러 차례 흠집을 낸다. 또한 영화의 여러 속성들이 명확한 합일점을 이루지 못한 것은 헐거운 논리적 개연성보다 더욱 아쉬운 점이다. 여러 공포영화에서 본 구성들이 세밀히 맞물리며 색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시감 짙은 구성들을 차례차례로 오가며 영화의 제 갈 길을 완수하는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설정에 서린 새로운 시도와는 달리 처음부터 장르영화의 흔한 자리를 목표하고 있는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강상준 기자 (FILMON)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정말로 진귀한 장면이 나오니 이것만은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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