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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스트 Ballast

2008 | 감독, 각본 랜스 해머 | 프로듀서 랜스 해머, 니나 파리크 | 촬영 롤 크럴리 | 미술 제럴 레번웨이 | 음향 샘 왓슨 | 출연 마이클 J. 스미스 Sr., 짐마이런 로스, 타라 리그스 | 96분 | 2008 JIFF 국제경쟁부문

미국 뉴올리언스의 미시시피 삼각주, 황량한 벌판을 마주하고 있는 곳에 로렌스와 대리우스 쌍둥이 형제의 집이 나란히 서 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권총 자살한 대리우스. 평생을 함께 해온 쌍둥이 형제를 잃은 상실감에 로렌스 역시 총을 뽑아 들지만,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한편, 대리우스와 이혼한 후 형제를 증오하며 살아가던 말리는 아들 제임스와 생활고에 빠져 허우적 거린다. 제임스는 마약 딜러인 동네 건달들에게 번번히 돈을 뜯기고 얻어터지고, 말리는 그런 아들 하나만을 희망으로 삼으며 언제 잘릴지 모를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러나 건달들의 위협으로 차 사고까지 당한 말리와 제임스는 로렌스가 유산으로 남긴 집으로 이사를 가기로 한다. 이제껏 서로를 외면하던 로렌스와 말리는 제임스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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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배의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바닥에 싣는 돌이나 모래가 채워진 주머니, 혹은 기구에 매다는 모래 주머니. 또는 철도나 도로 위에 까는 돌을 의미하는 말 '발라스트(Ballast)'에는 균형을 잡는다, 중심을 잡는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2008년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랜스 해머 감독의 <발라스트>는 미시시피 삼각주 변두리에 사는 흑인 가족의 휘청거리는 삶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잡고 다시 한 발 나아가려는 노력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권총 자살한 형, 형의 죽음 이후 삶의 의욕을 완전히 놓쳐버린 동생, 마약과 폭력에 시달리는 10대 소년, 생활고에 찌든 이혼녀. <발라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미국의 소외 계층을 향한 눈을 또렷하게 뜬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영화들이 바라보는 풍요의 상징, 기회의 땅, 정의를 수호하는 일등 국가라는 판타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풍경이다. 이 흑인 가족들은 "학교에 가면 뭘해.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잖아"라고 말하고, "집안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며, 청소년 농구단에 들어갈 20달러가 없어 돈을 구하러 다녀야 할 극빈의 상황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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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비극의 틀에 갇혀버릴 것 같던 사람들. 그러나 영화 중반부부터 미묘한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원치 않았지만 가까이 살게 된 말리와 로렌스는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무덤덤히 채워주기 시작한다. 로렌스는 말리를 위해 먹을 것을 사다 주고, 말리는 로렌스에게 저녁을 대접한다. 삐뚤게만 나가려던 제임스도 어느새 말 없이 TV를 보며 식사만 하는, 기묘한 가족과의 시간에 편안함을 느끼는 듯 하다. 그리고 대리우스와 로렌스가 함께 운영하던 슈퍼마켓을 다시 열기로 하면서, 말리도 의욕적으로 새 인생을 살아보려는 듯 열심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영화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했던 이력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만큼, 랜스 해머 감독은 자신의 첫 영화 <발리스트>에서 모든 작위적 수식과 형식을 걷어버렸다. 카메라는 인물의 옆에서 소리 없이 걷고, 그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황량한 세상의 단면을 비춘다. 실제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비전문 배우들로 이뤄진 등장인물의 감정은 정형화된 슬픔과 희망의 표정에서 벗어나 날 것의 느낌을 준다. 그들은 슬프다고 마냥 울지 않고, 아프다고 마냥 찡그리지 않는다. 희망의 빛을 조금 발견했다고 금세 환하게 웃지도 않는다. 그냥 뚱 하게 자기 삶을 바라보고, 또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의 희망과 슬픔, 그리고 삶의 맨 얼굴은 바로 이렇지 않느냐고 말하는 듯. 송순진 기자(www.film-on.kr) 

2008.05.02 <발라스트>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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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스트'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뭔가?
'발라스트'는 몇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배의 중심을 잡기 위해 싣는 모래 같은 것을 뜻하기도 하고 철로에 깔린 자갈을 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제목은 주인공들이 안전을 찾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 썼다.

영화 속 배경인 미국의 시골 마을이 을씨년스럽게 묘사됐다. 보통 할리우드 영화에서 등장하는 전원 풍경과는 많이 다르다.
이 지역은 다른 영화에선 흔히 볼 수 없었던 미시시피 삼각주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영화들은 주변부, 시골, 소외된 지역 같은 곳은 피해가기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다. 미국이 굶주린 국민들을 제대로 돌봐주지 않고 있다는 점도 꼬집고 싶었다. 미국은 너무 행복에만 중독되어 있지 않나.

쌍둥이 형제와 그 가족들의 삶을 극단적이지만, 우리의 삶에서 한 순간을 떼어놓은 듯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이 영화는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현실적이기도 하다. 쌍둥이를 일상적으로 보긴 힘들고 그 중 한 명이 자살하는 상황도 일상적이진 않다. 그러나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정서는 슬픔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그런면에서 영화의 개연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이 자살하자, 다른 한 명이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자신도 자살을 결심한다. 쌍둥이의 심리에 대한 조사를 따로 한건가?
개인적으로 내 어머니가 일란성 쌍둥이었다. 영화에서는 쌍둥이 형제가 서로를 분신으로 여기며 성격과 취향마저 똑같은 인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리우스는 말리를 사랑해 결혼까지 했지만, 로렌스는 그녀를 미워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일란성 쌍둥이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느끼는 슬픔 가운데일란성 쌍둥이가 자신의 형제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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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화면이 헨드 핼드로 이뤄졌다. 특별히 촬영을 위해 주문한 게 있나?
나는 모든 장면에서 자연광을 쓰고 배우와 촬영감독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했다. 항상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카메라가 주인공들에게 멀리 떨어져서 거리를 두고 촬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카메라가 보고 있는 것도 배우들이 아니라 배우의 눈을 통해 바라본 것들이다. 이런 방식은 데이빗 보위가 주연했던 영화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의 방식이다. 데이빗 보위는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으로 열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그저 관찰자일 뿐이지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들을 그저 관찰하려고 했다.

고도의 심리와 정서를 전달하고 있는데 비전문 배우들을 통해 연기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겠다.
전문 배우들일 경우 감정을 인공적으로 전달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현실적인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고, 여기 등장하는 배우들은 대부분이 실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감정이 나올 것이라 믿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나는 백인인데다 삼각주 주민도 아니니 아웃사이더나 다름없다. 때문에 나름대로 시나리오에 대사를 쓰긴 했지만 가능하면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영화의 사운드였다. 차 사고가 나는 장면에서도 배우들의 비명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처럼 고요하게 표현했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나?
사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차 사고가 나고 배우들이 소리를 지르는데, 그걸 보니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편집 과정에서 소리를 빼봤는데, 그 장면을 더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그렇게 마무리됐다.

미국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첫 작품을 냈지만 이전에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영화에서 스탭으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과 방향을 튼 이유가 궁금하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영화에서 아트디렉터로 일을 했다. 대학에서는 건축을 전공했는데 대학 졸업 후 <배트맨>의 고담시티 디자인을 의뢰받아 일을 시작했다. 내가 19살 쯤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를 보고 엄청난 압도감을 느꼈는데 그 때 영화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워낙 겁쟁이었던지라 전공은 건축학을 전공했다. 때문에 영화 쪽 일을 제안받았을 때 어릴적 꿈에 한 발 다가가기에 좋은 기회이고 이왕이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아트디렉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해 할리우드에서 8년간 일했다. 그런데 스튜디오 영화들의 반복적인 내러티브와 상업주의에 대해 신물이 났다. 이렇다면 내 손으로 내가 만든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 영화 연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미국 영화 산업 내에서 <발라스트>와 같은 영화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는 얼마나 될까?
글쎄, 난 이미 내 영화에 대해 객관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관객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지 못하겠다. 미국에서는 오는 8~9월 쯤 개봉할 예정인데 아마도 큰 규모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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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회원 2008/05/0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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