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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영화의 고민 중 하나, 바로 세계화다. 국내 시장의 불안정성에 시달리던 영화계는 당연한 수순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게 됐는데, 최근에는 한류 붐 역시 급격하게 요동을 치는 바람에 보다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힘을 쓰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첫 날 오전부터 마련된 '해외영화 유치 및 국제공동제작을 위한 추진 전략' 세미나 역시 그런 과정 중 하나다. 세계 영상위원회 협의회인 AFCI(Association of Film Commissioners International)의 빌 린드스트롬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국제 세미나'를 갖다 붙인 것에 황당 물음표 열 여덟 개 쯤 떠올린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요즘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이번 세미나의 의미만은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먼저 발제에 나선 빌 린드스트롬은 AFCI에 대한 소개를 하고, 세계적인 마케팅에 필요한 덕목들을 얘기했다. '관계'와 '신뢰'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는데 다소 뻔한 얘기인 줄은 알지만 백 번을 되새겨도 모자람이 없는 말이긴 하다. 그는 "전주의 기업과 정치가, 영상위원회, 시민들이 모두 합의해 전주의 정체성을 만들고, 외부에서 전주를 바라보는 시선과 합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아무리 전주영상위원회가 해외 영화 유치에 발 벗고 나서도 전주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을 하거나, 전주 지방자치단체가 개차반을 만들면 다 헛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이 얼마나 어려운 주문이란 말인가.

서울영상위원회 홍성원 사무국장의 발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귀기울여 봄직 하다. 그는 '해외영화 유치와 국제공동제작의 필요성, 서울 사례'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서 "영상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해외 진출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며 안타까워했다. 영진위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해외 시장에 파는 것이 해외 진출이라고 바라보며 그나마 최근에는 글로벌 인력 양성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반해 영상위원회가 바라보는 해외 진출이란 생산된 상품 뿐 아니라, 제작의 과정 자체를 상품화할 수 있다고 본다. "해외 제작보다는 해외 작품의 국내 유치를 통한 제작"을 우선적으로 삼고 "국내 인력과 시설 등의 인프라 활용을 높이고 관광 등의 연계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다.

홍성원 사무국장의 말이 설득력을 가지는 까닭은 국내 영상관련 학과와 영화, 영상계 인력들의 존립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국 방방곡곡의 수십 개 영화, 영상 관련 학과에서 매년 수백 명의 졸업자들이 배출되지만 누구 하나 '취직 문제'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작금의 실태를 더욱 가속화하는 것이 바로 무분별한 해외 진출이다. 국내에선 영화계 일자리가 없어 간신히 만들어놓은 '임금단체협약'조차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스탭들이 다시 케이블 방송가에 덤핑 가격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마당에, 기술력 좋은 해외 스탭들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한 영화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은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르는 격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무조건 국내 스탭을 쓰고 국내에서 촬영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국내 인프라를 기본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는 조치 정도는 마련하고 해외로 나가도 나가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영진위의 역할이 한국영화 산업의 합리화와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최소한 영화 인력들이 먹고 살기 위해 카메라를 던지고 뛰쳐나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도록, 영상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단체로 백수가 되지 않도록, 국내에 설립된 수많은 스튜디오들이 사시사철 문을 걸어 잠그게 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무조건 해외에 나가서 더 잘 만들어서 더 많이 팔아보자는 장단에 춤을 출 것이 아니라, 국내 상황이 어떠한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겠나. 송순진 기자(www.film-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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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회원 2008/05/0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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