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물론 코미디로서도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설마 대단한 걸 기대한 건 아니겠지만) “큰 웃음 주러 내가 왔다”는 코미디영화의 상투적인 자기과시용 PR문구 말마따나 단순히 낄낄거리길 기대한 관객이라도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줄 게 분명하다. 굉장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할 수 있음에도 고작 <스파이더맨> 1편을 약 80% 이상의 큰 줄기로 삼아 <엑스맨> <배트맨> <판타스틱4> 등을 장면 장면으로 엮은 품새는 처음부터 슈퍼히어로에 대한 패러디라기보다는 <스파이더맨> 자체에 대한 패러디에 국한된 듯한 모습이다. 영웅적인 행보를 내딛을 때마다 주위를 더욱 고통에 몰아넣는 슈퍼잠자리맨의 활약상을 다양한 슈퍼히어로물의 익숙한 장면으로 대신하지만 여전히 그 근간은 기존 패러디 무비의 주요코드인 화장실 유머나 부담스런 ‘몸개그’에 한정된다.
물론 <스파이더맨>에서는 그저 경건히 표현되기만 했던 부분들을 여타의 성적 코드로 전환해 온전히 웃음의 대상으로 전치하는 패러디 정신은 인정할 만하다. 권위에 도전하는 패러디의 기본 속성이 사이언톨로지 신도인 톰 크루즈나 약물 스캔들에 시달리는 야구선수 배리 본즈를 향한 조롱, 또 노인이나 시체, 죽음조차 함부로 대하는 전복에의 쾌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역시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그러나 에두른 것도 아니고 정확히 스티븐 호킹 박사를 겨냥하여 장애인에 대한 독설을 끊임없이 늘어놓으며 그것을 쿨한 유머라 착각하는 개그코드들은 때때로 불편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장애인을 소재로 한 유머는 영화 내내 지속적으로 등장해 황당한 웃음을 선사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정치적 안일함 덕분에 뒤끝이 상쾌하지만은 않다.
영화가 끝난 후 상당히 긴 분량의 삭제 장면들이 촘촘히 나열되는 데에서 알 수 있듯 <슈퍼히어로>는 장면 장면으로 잘게 분할된 유머와 짧고 경쾌한 아이디어에 모든 것을 기댄 영화다. 그러나 이조차도 기발하다기보다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만을 선사할 뿐이며,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간단한 개그를 끊임없이 배치해 나가는데 급급한 영화는 슈퍼히어로물에 대한 새로운 패러디 무비라기보다는 이미 기존 패러디 무비가 구축한 지점에 숟가락 하나를 덩그러니 올려놓는데 그친다. 얇디얇게 저민 개그들조차 양념이 덜 배 헛웃음만을 유발하노니 영웅들이 선사하는 잔웃음조차 참으로 싱겁기 그지없다. 강상준 기자 (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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