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키사라기 キサラギ
2007 | 감독 사토 유이치 | 각본 코사와 료타 | 제작 미야케 스미지, 노마 키요에 | 촬영 카와무라 아키히로 | 미술 아라카와 아츠히코 | 음향 시마다 타카오 | 음악 사토 나오키 | 출연 오구리 슌, 산타마리아 유스케, 코이데 케이스케, 츠카지 무가, 카가와 테루유키 | 108분 | 2008 JIFF 영화 궁전 섹션
<키사라기>는 재치 있는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호연만으로 구현 가능한 경제적인 대중영화의 모범이 되는 영화다. 러닝타임 내내 다섯 남자와 단 하나의 공간만을 조명하는 영화는 제한된 공간과 다섯 명의 배우만으로도 넘칠 듯 풍만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며, 조변석개하는 미스터리와 정제된 배우들의 매력을 이용해 끊이지 않는 궁금증과 웃음을 통해 재미 속에 의미를 각인시키려는 대중영화로서의 유려한 흡입력을 과시한다.
1년 전 자살한 연예인 키사라기 미키의 추도회를 위해 모인 다섯 명의 남자가 빌딩 옥상에 위치한 작은 방에서 서로의 소장품을 공개하고 추억을 공유하며 ‘찌질한’ 오타쿠의 모습을 자랑한다. 속도감 있는 상황과 대화들은 오직 배우들의 연기와 적확한 대사만으로 완성 가능한 촌극 코미디의 진수를 꿰뚫으며 이 사소한 이야기에 흥미를 동할 수밖에 없게 이끈다. 배우들의 다양한 표정과 센스 있는 연기, 매순간 급진전하는 상황과 절묘한 대사만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가벼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뒤가 구린 영화의 분위기는 모두 키사라기의 사인(死因)으로 수렴되며 웃음과 미스터리라는 상반된 코드 모두를 확실히 쓸어안는다. 또한 한자리에 모인 다섯 명의 남자가 죽은 키사라기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대수롭지 않은 사실조차 점층적으로 공개하면서 이를 통해 그녀의 사인 추리에 깊게 대입시키는 전개는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백미를 이룬다.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며 야단법석을 떠는 다섯 남자들로 인해 이야기는 코믹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독특한 미스터리로 집중되며 ‘밀실 개그 미스터리’라는 초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미워할 수 없는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돌아가며 칼자루를 쥐락펴락하면서(절대 비유법 아님) 서로를 키사라기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과정들은 매순간 코믹하고도 진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룬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도 확신할 수 없는 이 비밀스런 이야기의 종점은 <키사라기>의 터무니없는 미시적 상상력마저도 무한한 재미를 불어넣는 것이다.
<키사라기>는 오직 훌륭한 시나리오와 훈련된 배우만으로 가능한 경제적인 영화 만들기의 가능성을 명증하는 좋은 예다. 영화 내내 깔깔대고 손뼉 치던 관객들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사이에도 환호성을 지르며 갈채를 보내고 마는 것은 한정된 공간을 매순간 생경한 구도로 조명하며 독특한 시선을 마련하고 있는 영화의 면밀한 시선 덕분이다. 촌극과 미스터리라는 상반된 코드를 뒤섞는 영화의 형식은 꽤나 압축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풍성해지는 작은 영화의 경제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강상준 기자(www.film-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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