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영화만 봐도 장르 간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변종/잡종 장르가 활발히 생겨나고 있다. <바르게 살자>(2007)는 ‘예측불허 은행강도극’, <원스 어폰 어 타임>(2008)은 ‘해방기 코믹 액션’, <무방비도시>(2007)는 ‘리얼 소매치기 범죄액션’ 하는 식으로 홍보 문구를 통해 독립적인 장르를 표방하고 나서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제 장르는 말 그대로 이름 붙이기 나름이다. 무궁무진한 장르의 세계. 그 중에서도 매년 이맘때면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토속적 장르가 하나 있다. 이른바 ‘추석 코미디’라는 장르다.
*이 기사의 흥행 수치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참조했습니다.
2008년, 추석 코미디의 위세는?
예로부터 설과 추석은 매년 우리나라 극장가의 대목으로 꼽혔다. 명절 연휴를 기회로 오랜만에 모인 가족이나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극장을 찾기 때문. 그런 이유로 추석 극장가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한국 코미디가 대대로 강세를 보였다. 코믹 액션의 강자 성룡이 명절 영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 가까운 예로 2000년부터 작년까지 <공동경비구역 JSA>(2000), <조폭마누라>(2001), <가문의 영광>(2002), <오! 브라더스>(2003), <귀신이 산다>(2004), <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 2>(2005) <타짜>(2006), <사랑>(2007)이 매년 추석 극장가 승자로 군림했는데 이중 5편(<조폭마누라> <가문의 영광> <오! 브라더스> <귀신이 산다>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 2>)이 추석 코미디다.
특히 조폭 코미디의 3대 상표로 일컬어지는 <조폭마누라>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 시리즈는 ‘명절 코미디’를 대표하는 작품(<두사부일체> 시리즈의 첫 편(<두사부일체>(2001))을 제외한 3대 시리즈의 전편이 설과 추석 극장가에 걸렸다). 그러나 근래의 한국영화 위기와 맞물려 세 시리즈의 2, 3편이 1편과 같은 흥행을 기록하지 못하면서 추석 코미디의 위력도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06년 추석 극장가에는 18세 관람가의 범죄 드라마 <타짜>가, 2007년에는 액션 드라마 <사랑>이 선전한 것. 그나마 <사랑>은 외화 <본 얼티메이텀>의 맹렬한 추격을 받아 기존 추석 흥행작에 훨씬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2007년 추석 연휴인 9월22일부터 26일까지 <사랑>은 전국관객 844,298명을, <본 얼티메이텀>은 전국관객 707,979명을 동원했다. 2006년 추석 연휴인 10월5일부터 8일까지 <타짜>를 관람한 전국관객수는 1,408,320명이었다).
그나마 올해는 한국영화 침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다 추석 연휴도 사흘밖에 되지 않아 추석 대목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세 편의 한국영화 <신기전> <영화는 영화다> <울학교 이티>가 할리우드 영화 <맘마미아!> <방콕 데인저러스>, 일본 영화 <20세기 소년> <꽃보다 남자>와 맞붙었는데 이 중 추석 코미디는 <울학교 이티>가 유일했다. 2008년 추석 연휴인 9월13일부터 15일까지 흥행 정상을 차지한 것은 전국관객 499,957명을 동원한 <신기전>. 그 뒤는 <맘마미아!>(451,493명), <영화는 영화다>(206,863명), <울학교 이티>(159,739명), <방콕 데인저러스>(63,967명), <20세기 소년>(45,786명), <꽃보다 남자>(26,209명) 순이었다. 기존 추석 코미디에 비하자면 <울학교 이티>의 흥행 성적은 초라한 편이다.
한국 코미디, 무엇이 문제인가?
200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코미디는 한국영화의 효자 장르였다. <신라의 달밤>(2001) <엽기적인 그녀>(2001) <색즉시공>(2002) <선생 김봉두>(2003) 등의 코미디와 조폭 코미디 <조폭 마누라>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이 잇단 흥행을 기록한 것. 이때 흥행한 코미디 대부분이 중반 너머까지 관객의 배꼽을 빼다 결말에 다다라 최루성 드라마를 선보이면서 ‘코미디와 신파의 비율을 7:3으로 맞추면 흥행한다’는 공식(?)이 생겼고 곧 이 같은 공식을 따르는 코미디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특히 대목을 노린 추석 코미디는 보다 안전하게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기존 코미디의 흥행 공식을 철저히 답습하는 경향을 보였다. 추석 코미디의 대명사 격인 조폭 코미디 역시 속편 제작에 박차를 가하며 좀 더 자극적인 웃음과 눈물을 제조하는 데 몰두했다.
울학교 이티
한국영화가 위기를 맞고 있는 요즘, 적어도 코미디의 부진은 장르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추석 코미디를 비롯한 한국 코미디가 새로움에 대한 고민 없이 계속해서 전형성을 답습한 결과 관객들의 외면을 당한 것. 그런 의미에서 <울학교 이티>는 한국 코미디 부진의 원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진심으로 학생들을 아끼는 체육교사 천성근(김수로)은 입시 교육을 강화하라는 이사회의 요구로 졸지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다. 하루아침에 영어교사로 보직 변경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 그러나 포기를 모르는 열혈 교사 성근은 영어교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벼락치기 작전에 돌입한다.
<울학교 이티>는 한국 코미디의 전형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번에도 코미디와 신파의 7:3 공식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이다. 성근이 영어교사로 거듭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던 영화는 약 70퍼센트 지점을 지나면서 성근의 좌절과 입시 위주 학교 교육의 실상을 그리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거기다 성근의 지도로 불량 청소년 정구(백성현)가 권투 꿈나무로 성장하는 이야기와 성근이 원조교제 현장에서 제자 은실(문채원)을 구출하는 이야기까지 영화 곳곳에 뻔한 장면들이 끼어든다. 때문에 120분의 상영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울학교 이티
문제는 ‘전형성’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전형성이라는 말을 뒤집어 보면 그토록 여러 번 되풀이될 만큼 그 효과를 검증받았다는 뜻이 된다. 중요한 것은 전형성을 활용하는 태도다. 전형성을 활용하기 앞서 과연 이 영화의 주제나 이야기를 펼치는 수단으로써 장르의 전형성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뼈저리게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너는 내 운명>(2005)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너는 내 운명>은 이른바 '신파'라 불리는 멜로의 온갖 전형성을 끌어안고 있었다. 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성매매 여성과의 사랑, 무조건적인 순애, 불치병,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사연, 극적인 재회 등등. 그러나 영화는 그러한 전형성을 통해 관객들을 '울리는' 데만 골몰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온갖 전형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사랑의 순수한 본질을 그리는 데 몰두했다. 이것이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관객이 영화에 설득되면 웃음과 눈물은 자연히 그 뒤를 따르는 법이다. 이와 반대로 진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웃음과 눈물을 향해 ‘쉬운 길’을 가려는 생각에서 무턱대고 전형성을 가져다 쓴다면 그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고민 없는 전형성은 그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나 이야기로 느껴질 뿐이다.
‘쉬운 길’을 가려 했던 여러 한국 코미디에 싫증을 느낀 관객들을 위해 <울학교 이티>가 새로움에 대해 좀 더 고민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는 비단 <울학교 이티>에만 던지는 질문이 아니다. 기존 조폭 코미디의 자극을 덜어낸 <바르게 살자>(2007)가 관객들로부터 쏠쏠한 호응을 얻어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한국 코미디가 뼈를 깎는 고민의 시간을 견딘다면 머지않아 추석 코미디의 영광은 다시 재현될 것이다. 장성란 기자 (FILMON)
누구나 학창시절을 겪어 성인이 되었기에 누구나 학창시절의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추억은 어떤 추억보다도 강렬한 잊지 못할 일들이지요. 울학교 이티는 그런 학창시절을 배경으로 점점 심해지는 입시 경쟁속에 변해가는 학교안의 체욱쌤에 대한 모습을 그린 영화입니다.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귀여운 여자고등학생부터 부잣집도련님 뚱보학생 가난한 학생등 우리내 학창시절의 친구들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아 그 때 그 친구 ... 저 학생들 속에 나의 위치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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