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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전 실험 발포 장면. 수려한 경관이 눈에 띈다.


<신기전>은 이래저래 관심을 끄는 영화다. ‘최초의 로켓 화포’란 소재, 100억의 제작비, 나날이 발달하고 있는 사극을 찍는 솜씨, 여기에 <약속>(1998)으로 흥행성을 검증받고, <와일드 카드>(2003)로 만만치 않은 연출력을 보여준 김유진 감독까지. 김유진 감독이 이 큰 규모의 영화에서 <와일드 카드>의 70% 정도의 유머와 긴장감을 선보여도 썩 괜찮을 영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쯤 되면 그 결과가 어떨지 궁금해질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신기전>은 매끈한 짜임새가 돋보이는 소위 ‘웰메이드 영화’는 아니지만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들의 감정을 쥐락펴락 하기엔 충분한 영화다.

이렇게 얘기하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영화의 볼거리다. <신기전>은 7개월 여 동안 원주, 용인 한국 민속촌, 안동, 남원, 태안, 완도, 순천, 속초 등 전국 17개 지역에서 촬영을 했다. 제작진은 2년 동안 전국 로케이션 헌팅을 하며 ‘더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신기전 실험 발포 장면 등 스쳐지나가는 장면들 속에서 그 운치를 맛볼 수 있다.

그중 압권은 실제 경복궁에서 촬영된 명 사신단 입궐 장면이다. <신기전>은 영화사상 최초로 경복궁 촬영 허가를 받았고, 단 하루 동안 5대의 카메라와 500명의 엑스트라 동원해 500여 년 전 그곳에서 벌어졌을 일들을 재현했다. 특히 하이 앵글로 잡은 경복궁 전경은 그 끝을 짐작할 수 없어 더없이 웅장하다.

주인공 설주 뿐 아니라 뒤에 보이는 모든 인물이 각자 역할을 다한다.


물론 <신기전>에서 <적벽대전>의 스펙터클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중국의 풍경은 말 그대로 ‘카메라만 들이대도 스펙터클한 장관’이지만, <신기전>의 촬영 장소는 중국이 아닌 한국이다. 하지만 김유진 감독은 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절경과 스펙터클이 주인공인 중국 무협영화는 꾸준히 등장해 왔고, 애초 자신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김유진 감독은 스펙터클 보다는 신기전을 만드는 이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는 짜임새 있는 드라마로 발전했다. 이것이 <신기전>의 두 번째 장점이다.

<신기전>은 고려 말 화약 제조장이었던 아버지가 역모에 휩싸여 억울한 죽음을 맞고 상단 행수가 된 설주(정재영)가 신기전을 만들어 명나라와 맞서는 이야기다. 애초 그는 조정에 대한 불신으로 신기전 제작에 불참했으나, 상단과 ‘패밀리’들의 위기 속에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꽤 설득력이 있다.

별 비중 없어 보이지만 카메라에 스쳐지나가는 인물들 또한 각각 자기 역할을 해낸다. 금오스님(이경영)은 죽음 앞에서의 초연함을, 인하(도이성)와 방옥(류현경)은 뜨겁지만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다. 또 명나라에 의해 고통 받는 민중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의 동정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신기전>은 사랑, 애국, 가족, 죽음 등 영화가 가장 드라마틱해질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면서 일정한 감정의 소요를 낳는다.

스펙터클의 강박에서 벗어난 것은 여러 액션 장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주된 액션 장면은 신기전의 활약이 아닌 설주가 펼치는 화려한 검술이다. 설주는 ‘상인인 그가 어디서 저런 무술을 배웠을까’가 <신기전>의 가장 큰 미스터리로 남을 정도로 싸움을 잘한다. 전후좌우 움직이며 펼치는 그의 칼사위는 요소요소에 배치돼 긴장감은 물론 화려함을 선사한다.

영화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설주가 어떻게 저렇게 무공이 뛰어날 수 있는지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에 신기전이 등장하면서 영화의 비주얼은 변화를 꾀한다. 지금껏 대부분의 액션이 실내에서 펼쳐졌고 전후좌우로 움직였다면, 신기전이 등장하면서 실내를 벗어나, 상하 이동의 새로운 액션의 선보인다. 파란 하늘 높게 날아가 적을 무력화시키는 신기전은 말 그대로 ‘신기’에 가깝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단 한 번의 신기전의 위용을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5천여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대규모 전투 장면도 그 위용에 미치지 못한다.

그중 <신기전>의 가장 큰 장점은 두 나라의 싸움을 그리면서도 ‘애국심’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불안한 요소가 없지 않다. ‘명의 침략’이라는 배경 위에서 사건이 전개되는 만큼 영화 곳곳에 중화사상에 대한 혐오가 나타난다. 더욱이 <신기전>의 제작 총지휘가 <한반도>(2006)에서 납득할 수 없는 애국주의를 노래한 강우석 감독이 아니던가. <신기전>이 조선을 배경으로 한 <한반도>가 된다면 영화는 자신의 여러 장점을 스스로 버리는 셈이다.

김유진 감독은 이러한 우려를 비웃듯 정색한 얼굴로 애국을 외치지 않는다. 그것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설주, 홍리(한은정) 등은 쉽게 어깨에 힘을 주지 않는다. 설사 눈에 쌍심지를 켜고, 우국충정을 드러내더라도 이내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바꾼다. 이들의 연애관계는 전통 사극 주인공들이 펼쳐왔던 것처럼 진지하지 않다.

닭살신공을 펼치고 있는 정재영과 한은정.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뤄낸다.


이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도 느껴진다. 김유진 감독은 관객이 알아듣든, 듣지 못하든 고집스러울 정도로 유머를 많이 쓴다. <와일드 카드>에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한 이도경은 <신기전>에서 명나라와 야합한 상인 홍만을 연기, 다시 한 번 분위기를 띄우는 것처럼 영화는 진지한 옷을 스스로 벗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흐름을 깨는 것이 아니라 이 자체가 <신기전>의 흐름을 이룬다. 일명 ‘허허실실’ 전개다.

만약 <신기전>이 완벽한 짜임새와 정색하고 뭔가를 외치는 영화였다면, 적지 않은 흠이 발견되는 영화가 됐을 것이다. 잠시 언급했지만 5천여 명이 등장한 대규모 전투 장면은 감동적이나, 흔히 봐오던 외국의 스펙터클한 영화와 비교하기 힘들다. 또 사극과 현대물을 넘나드는 한은정의 연기 또한 극의 흐름을 방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유진 감독은 전체적으로 ‘긴장의 공백 상태’를 두면서 보기 편한 영화를 만들었고, 한은정 또한 거기에 일정 부분 기여한다. 정재영과 한은정의 부조화가 탄생시킨 보는 사람조차 낯 뜨겁게 만든다는 ‘닭살신공’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신기전>은 점점 어깨에 힘을 빼고, 능글능글해지는 김유진 감독의 다음 영화를 또 다시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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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usinessman.tistory.com/ BlogIcon 비지니스맨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픽적으로는 마지막 대형신기전(?) 발사 때 조금 아쉬웠습니다. 무슨 미사일 발사하는 것같이 그려놓고 폭파 장면도 말도 안되게 그려놔서 피식했다는...

    2008/09/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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