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형사(유청운)는 ‘귀신 같은 탐정’ 혹은 ‘미친 형사’라 불린다. 그는 사건 현장을 재현하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신기한 능력의 소유자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속속 해결한다. 놀라운 사건해결 능력으로 늘 신문을 장식하는 번 형사지만 그의 능력은 때로는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도 한다. 퇴임을 하는 상사에게 그 자리에서 귀를 잘라 선물로 주는 행동은 동료들을 경악케 한다. 결국 그는 ‘미친 형사’라는 딱지를 달고 경찰서를 떠나야만 한다.
몇 년 후, 부임 후 딱 이틀 동안 번 형사와 근무한 호 형사(안지걸)는 그를 찾는다. 18개월 동안 미해결된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절도용의자를 쫓던 왕 형사가 사라지고, 이어 도심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탄환은 실종된 왕 형사의 것으로 사건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그동안 신이 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민간인 번’은 호 형사와 짝을 이뤄 사건의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매드 티텍티브>의 핵심은 인간의 다중인격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다중인격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중 한 인격은 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번 형사의 놀라운 능력도 이에 기인한다. 그는 다중인격의 실재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비범한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실종 사건도 마찬가지. 그는 유력 용의자인 치와이 형사(임가동)가 7개의 인격을 갖고 있다는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추적한다.
이 작품은 ‘액션 마스터’라 불리는 두기봉 감독의 전작들과 유사하면서도 전혀 다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지금껏 조직, 사회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군상간의 갈등을 포착하면서 그들이 빚어내는 긴장관계를 스크린 위에 담아냈다. 하지만 <매드 디텍티브>에서는 한 인간 속에 내재한 다중인격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이는 공동연출을 한 위가휘 감독의 영향이 크다. 위가휘 감독은 두기봉 감독과 ‘밀키웨이 이미지’ 프로덕션을 창립한 감독으로 이번 작품의 아이디어를 제한했다. 두기봉 감독은 <매드 디텍티브>가 ‘밀키웨이 이미지’ 프로덕션 창립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작품이며, 향후 회사의 새로운 제작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두 감독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죄, 탐욕을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작품이 <매드 디텍티브>이다.
<매드 디텍티브>가 보여주는 결정적인 순간은 다중인격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용의자를 쫓던 번 형사가 치와이가 7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장면은 관객과 감독이 정면 승부다. 두기봉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관객들이 처음으로 일곱 개의 인격을 목격하게 되는 장면을 찍을 때가 좀 떨렸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믿었던’ 인물들의 새로운 인격이 속속 드러나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더욱 배가되고, 관객 스스로 ‘내 속에 어떤 인격이 있으며. 그 속에 악한 것은 존재하지 않은가’하는 불안한 의구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작품은 다중인격을 보여주는 충격을 넘어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관객이 인물들의 다중인격과 마주함과 동시에 그들과 같이 숨 쉬는 영화 속 인물들은 혼란 속에 빠진다. 그는 누구이고, 어느 게 진짜 그의 모습이란 말인가. 믿고 있던 사람들이 기대 밖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순간 인물들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순간 진실(혹은 진실로 보이던 것)은 사라지고, 다시 혼돈과 그를 은폐하기 위한 또 다른 인격이 등장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귀신같은 탐정’은 결국 한낱 ‘미친 형사’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미친 형사’가 더 이상 자신의 편이 아니라면 말이다. 인간은 진정 이기적인 존재인 것인가.
<매드 디텍티브>는 두기봉 감독의 전작 <흑사회> 시리즈처럼 액션을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낯선 것들을 마주하는 순간 발생하는 불안을 카메라에 포착하면서 전작 못지않은 긴장감을 형성한다. 영화 후반부 차를 타고 가던 번 형사가 교통사고를 당한 호 형사와 조우하는 장면은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1시간 반 동안 그들과 함께 ‘내 속의 나’를 발견하다 나오다 보면 당분간 누군가를 ‘미쳤다’라고 쉽게 말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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