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보이(론 펄만)가 돌아왔다. 남들 면도할 때 입에 시가를 물고 뿔을 다듬는 헬보이.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코바에 환장하는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헬보이. 그는 외모는 물론 태생부터 다른 슈퍼 히어로들과 다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옥에서 온 그는 애초 인류를 멸망시킬 운명을 타고났다. 하지만 아버지라 부르는 블룸 교수(존 허트)의 따뜻한 보살핌과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것들(시가, 맥주, 초코바 그리고 사랑)에 영혼을 팔고(?) 스스로 뿔을 자르며 인간의 편에 서게 된다. 그리고 다시 헬보이가 펼치는 활약을 그린 작품이 바로 <헬보이 2: 골든아미>(이하 <헬보이 2>)이다.
<헬보이 2>는 시리즈 영화의 장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1편의 이야기 구조를 충실하게 따라가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영상미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세계관을 선보인다. 이야기 전개 구조는 1편과 거의 흡사하다. 1편에서 헬보이의 출생과 러시아의 흑마술사 라스푸틴과의 싸움을 보여줬다면, 2편에서는 헬보이의 성장과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누아다 왕자(루크 고스)의 대결을 그린다. 헬보이와 친구들이 처음 악의 세력과 조우하는 장면은 1, 2편이 거의 흡사할 정도다. 하지만 <헬보이 2>가 1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아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1편의 이야기를 좀 더 정교하게 구성하면서 이야기를 발전시켰다. 1편에서 미국-나치, 헬보이-라스푸틴 등 선과 악의 경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면, <헬보이 2>에서는 그 경계가 불명확해진다. 라스푸틴이 헬보이를 불러온 것은 말 그대로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헬보이 2>의 선악구조는 복잡하고 섬세해졌다(선악의 분명한 대결. 이는 얼마 전까지 액션영화에서도 흔히 사용되던 스토리다. 하지만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이 구조는 생명력을 잃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조차 좀 더 다양한 양상의 선악구조를 선보이고 있지 않은가).
아주 오래 전 인간은 요괴세계(전혀 요괴 같아 보이지 않지만 번역이 그렇게 된 관계로 요괴세계라고 칭한다. 어쩌면 요괴 같이 않은 이들을 요괴라고 부르는 건 인간의 편협함을 보여주는 장치일 수 있다)와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 누아다 왕자의 아버지 우드랜드 왕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황금 군대(골든 아미, Golden army)를 만들고, 불멸의 병기를 통해 전쟁의 우위를 점한다. 하지만 살육과 죽음만 존재하는 세상에 환멸을 느낀 우드랜드 왕은 인간들과 평화협정을 맺고 서로 침범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의 지나면서 인간의 욕망은 비대하게 팽창했고, 요괴세계를 위협하게 됐다. 이것이 누아다 왕자가 황금 군대를 깨워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결국 인류의 멸망은 인류 스스로 불러온 셈이다.
헬보이를 향한 인간들의 조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1편에서 헬보이는 사람들의 의구심 가득한 시선을 받지만 괴물을 물리치고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편에서 헬보이는 말 그대로 ‘찬밥’이다. 힘들게 아기를 구했어도, 애 엄마는 아기를 낚아채듯 빼앗아 도망가고, 괴물을 물리쳤을 때도 그에게 돌아오는 말은 ‘못생겼다’, ‘꺼져라’ 정도가 다다. 또 초자연 연구 방어국(BPRD)을 예산 잡아먹는 기관쯤으로 생각하고 비난하는 모습은 오직 ‘돈’이 주인 된 세상에 대한 씁쓸한 묘사다. 물론 결론은 없다. 하지만 작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인간과 선과 악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처럼 <헬보이 2>는 볼거리 충만한 블록버스터의 선을 뛰어 넘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헬보이 2>의 매력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탄생시킨 환상의 공간이다. 저 뒤뜰로 가면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를 기억하는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현실의 비극을 환상 세계를 통해 슬프도록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 아닌가. <헬보이 2>에선 1편에서 볼 수 없었던 감독의 이러한 역량이 돋보인다.
<헬보이 2>에서 환상의 공간은 현실과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아니 공존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인간은 같은 공간 속에서 요괴세계와 공존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찾기 위해 멀리 갈 필요 없다. 헬보이는 누아다 왕자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찾아간 ‘트롤 시장’. 그곳은 바로 뉴욕 시내의 지하다. 마찬가지로 헬보이가 누아다 왕자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내보낸 ‘엘리멘탈’(생명의 창조자이자 파괴자)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곳 또한 뉴욕 한복판이다. 트롤 마켓이나 엘리멘탈과의 싸움은 환상의 공간이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이처럼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면서 관객의 상상력을 환상의 공간으로까지 끌어올린다.
이 밖에도 <헬보이 2>는 여려 측면에서 1편 보다 한걸음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한층 밝아지고, 화려해진 영상미, 더욱 대담해진 헬보이의 몸개그와 유머, 그리고 에이브(더그 존스), 요한 크라우스(존 알렉산더) 등 다양해진 캐릭터들까지. 시리즈 영화의 미덕 혹은 블록버스터의 진화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헬보이의 여자친구 리즈(셀마 블레어)가 임신을 했다니 어찌 헬보이 주니어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며, <헬보이 3>가 기다려지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헬보이 2>의 명장면 하나를 소개한다. 헬보이와 에이브가 사랑에 빠져 ‘can't smile without you’를 부르는 장면이다. 에이브는 트롤 마켓에서 만난 누아다 왕자의 쌍둥이 동생 누알라 공주(아나 윌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에이브는 맥주를 마시며 ‘can't smile without you’를 부른다. 여기 리즈와 감정싸움을 한 헬보이가 합세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꽃미남도 아닌 이들이 부르는 사랑 노래가 어찌 감미로울 수 있을까마는 놀랍게도 아름답다. 이는 말로 설명 안 된다. 직접 확인해 보는 방법밖에 없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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