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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스 TRICKS
2007 | 감독, 각본, 프로듀서 안제이 자키모프스키 | 촬영 아담 바제르스키 | 미술 에바 자키모프스키 | 편집 세자리 그르제시크 | 음악 토마츠 가스소브스키 | 출연 데미안 위, 아벨리나 발렌지아크, 라팔 구츠니크작
6살, 천진난만한 소년 스테펙의 하루는 엄마의 가게와 기차역 들락거리며 사람 구경하기, 누나 쫓아다니며 장난치기 등이다. 그런 어느 날, 기차역에서 한 남자를 발견한 스테펙은 직감적으로 그가 오래 전 집을 떠나버린 아빠라고 생각한다. 얼굴 형태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낙서투성이 사진 속엔 ‘여자에 미쳐서’ 가족을 버린 아빠가 있다. 스테펙은 아빠의 얼굴을 알고 있는 누나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하지만, 취직과 남자친구 문제에 정신이 빠진 누나는 듣는 둥 마는 둥. 스테펙은 급기야 아빠가 엄마와 우연히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누나에게 배운 행운의 트릭(계략)을 시작한다.
가끔, 단 한 명의 배우만으로도 영화가 펄쩍펄쩍 뛰는 것 같은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폴란드 영화 <트릭스>가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트릭스>는, 말하자면 천진난만하고 개구지기 이를데 없는 6살 소년 스테펙의 세상에 벌어진 한바탕 소동극이다. 여기 초롱초롱한 파란 눈빛을 한 꼬마가 있다. 슈퍼마켓을 하는 엄마와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려 면접에 나선 누나와 살고 있는데, 두 모녀는 먹고 살기 바쁜터라 스테펙은 늘상 혼자 논다. 철길을 따라 걸어도 보고 장난감 병정이 기차의 진동 아래서 살아남는지 실험도 하고, 누나와 데이트 하러 온 형을 꼬셔 오토바이를 타고 드라이브도 한다. 그러다가 누나가 나타나면 "엄마한테 가 있어!"나 "오늘은 따라오지마!" 같은 잔소리를 좀 듣는데, 그럴 땐 "누나, 수박 먹을래?" 같은 애교를 선보이며 능청스럽게 위기를 모면하는 영리한 녀석이다.
그런데 이거 큰일났다. 기차역에서 매일 아침 마주치던 한 남자, 어쩐지 바람나서 도망간 아빠 같은 거다. 유일한 아빠 사진은 온갖 낙서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지만 스테펙은 알 수 있다. 꼭 닮았다. 어떻게 하면 이 남자를 가정으로 되돌아올 수 있게 할까 고민하던 차. 스테펙은 운명을 바꾸어 줄 조그만 트릭을 써보기로 했다. 스테펙이 철길 위에 뿌린 동전 때문에 어떤 남자가 사고를 당할 뻔 하고, 아빠로 추정되는 그 남자는 사고를 막으려다 기차를 놓치고 만다. 철로에 동전 좀 뿌렸을 뿐인데. 그 남자는 드디어 자켓을 벗고 추적추적 엄마의 가게 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대로 직진하게 된다면 엄마와 아빠는 로맨틱한 해후를 하게 되고, 아빠는 돌아오게 되겠지?
유년 시절의 귀여운 판타지와 재기발랄한 유머가 녹아있는 <트릭스>는 이 두 배우의 싱그러운 매력이 가득하다. 400대 1의 경쟁 속에 스테펙으로 뽑힌 데미안 위는 정말 '귀여워 죽는다!'. <집으로>로 국민 남동생이 된 유승호 소년 못지 않다. 예쁜데다 착하고, 가끔 신경질도 내지만 대부분 자상한 누나 아벨리나 발렌지아크 역시 매력 만점이다.
안제이 자키모프스키 감독은 영화의 도입부에 "이 영화를 나의 누나에게 바친다"는 서명을 새겨 두었는데(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누나 등에 업혀 자란 세상 모든 남동생들이 감화 감동을 받을만한 영화임에 분명하다. 두 남매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에는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스테펙을 그려내는 솜씨 역시 재기발랄하다. 눈높이를 정확히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감독의 욕심은 아마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영화를 통해 재구성하고 싶다는데 있었는지 모른다. 폴란드 한적한 마을의 평화로운 정경 속에 추억의 한 때가 기록됐다. 기꺼이 그 추억의 여행에 동참하게 만든다. 이 정도면 가족의 달 5월, 어린이 날엔 딱 좋은 가족 영화가 아니겠는가. 송순진 기자(www.film-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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