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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아이> - 아리아님이 보고 계셔

ESSAY ON 2008/10/13 11:49 Posted by 파란다이스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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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감정이라고는 전혀 섞이지 않은 여자의 목소리, 그리고 행동을 지시하는 여러 디지털 사인들. 솔직히 말해 내 경우 트레일러에서 선보인 이 미스터리가 참으로 격하게 궁금해서 극장을 찾았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게다가 들리는 얘기로는 영화의 중심에 의외로 SF적 설정이 자리 잡고 있다고도 하니 내 비록 터널 안을 날아다니는 폭격기조차 심심해하는 성격이라도 <이글 아이>를 볼만한 이유는 그럭저럭 마련된 셈이다.

물론 자신과 전혀 상관도 없는 일에 갖은 고생은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마다않는 주인공들의 끊임없는 추격전은 예상대로 지루했고 영문도 모른 채 쫓기고 살해당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 역시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더군다나 그 실체가 슈퍼컴퓨터 아리아의 독자적인 ‘미국보완계획’쯤 된다손 치니 국가 위기 상황에 벌어지는 민간인들의 희생이 “합법적”이라는 이 철저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에는 때때로 심히 불쾌감을 자아낼만한 충분한 이유가 담겨 있기도 했다.

아리아가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해야한다’는 기분 나쁜 논리에 기반을 둔 채 미국 수뇌부 전부를 폭탄테러하려는 계획이 드러나기 전까지도 ‘국민들이란 철저히 감시해야만 하는 존재’라 역설하는 ‘국가’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역겹기 그지없다. 그렇게 <이글 아이>는 아리아의 궁극적인 목표를 아주 조금씩 조금씩 드러내며 어느새 조국수호를 최고의 기치로 삼으며 인권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국가라는 존재를 향해 폭탄을 터뜨릴 완벽한 근거를 다져나간다. 결국 갖가지 협박으로 인간을 다루며 자신의 목표를 수행해나가는 아리아도 또 다른 의미의 ‘국가’인 게 분명하지만, 왠지 모르게 폭탄이 한번쯤 터져서 대통령이고 뭐고 다 같이 폭사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딱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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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민으로서의 권리 같은 것도 참 많다는데 언제나 이런 거 챙겨먹기는 참 힘든 데 반해 국민의 의무 같은 건 참 꼬박꼬박 부여하고 강요하는 대한미국(오타 아님)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위대한 사업가는 노동자 다루기를 카드깡 정도로 알고 임금 못 받아 나간 자리 새 사람 박아 넣고 채우는 마인드로 굴지의 영화저널을 이루기도 하는데 이 상황에 국가라는 녀석은 그리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더란 말이다. 그래서 강의석 씨가 나신으로 탱크 앞을 막아 서 소총 모양의 비스킷을 씹어 먹는 퍼포먼스에 조용히 고소해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냥 그런 이유 때문에였다. 군대를 없애자는 과격한 발언에 이 땅의 수많은 애국자들이 분연히 일어서 이 나라가 외적에게 당했던 수많은 수모의 기록들을 들이대며 그의 ‘개념 없음’을 질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군대존폐에 단 한 번 고민한 적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끽해야 징병제의 부당함에 대해 시시껄렁하게 주억거리는 게 고작이었던 나는 그 순간 이 모든 의무라는 이름의 것들이 눈물 나게 지겨워졌던 것이다. 비록 SF적인 외양으로 표현되고 또 정말로 너무나 SF적인 설정에 기반을 둔 아리아지만 그 실체만큼은 너무나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단순히 “저건 그냥 영화잖아” 정도로 치부하기엔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정당한 세금 내는 노동자의 자그마한 권리를 찾기는 이다지도 힘든데도 여전히 군대는 제깍제깍 가야 되는 곳이고 군대폐지를 부르짖는 일개 대학생의 퍼포먼스에는 한 소리로 핏대를 세워야 하는 곳이 바로 이 나라 이 땅의 현실이니까 말이다.    

굳이 가족의 안위를 내건 전화가 오지 않더라도 나라의 위기가 닥친다면 홀연히 일어나 몸 바쳐 싸워야 하는 것이 ‘의무’인 국민들. 과연 국가란 존재는 누구이며 무엇인지, 그리고 국민이란 존재는 누구이며 무엇인지를 <이글 아이>는 은근한 포장으로 감춘 채 아주 명확히 구획짓는다. 그래서 비록 강군의 의견에 완전한 동조나 응원을 바치는 건 아니지만, 국군의 날이라는 뭣 같은 퍼포먼스에 깽판 노는 그의 또 다른 퍼포먼스에 혼자 고소해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그저 고마울 뿐. 여전히 ‘이글 아이’라는 이름의 국가가 의무만을 부과하고 감시의 눈빛을 희번덕거리나니 어찌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비웃을 수 있으리오. 또한 이 어찌 머나먼 미국의 이야기, 근미래 이야기라고 한정지을 수 있단 말인가. 정말로 폭탄은 터졌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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