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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폐업으로 실업자가 된 젠슨(제이슨 스테이섬). 집으로 돌아온 그는 눈앞에서 아내를 잃고 살인자 누명을 쓰게 된다. ‘터미널’ 교도소에 들어간 그는 교도소장 헤네시(조안 앨런)를 만나고, 그녀는 젠슨이 ‘죽음의 경주(데스 레이스)’에 참가할 것을 요구한다. 인기 레이서였던 ‘프랑켄슈타인’의 대역이 된 젠슨은 이제 1승만 하면 자유를 찾게 되고, 사랑하는 딸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기관총 등 각종 무기가 장착된 차이 탑승하게 된 젠슨. 그는 살기 위해 죽어라 달리지만, 그를 둘러싼 음모는 목을 서서히 조여 온다.

<데스 레이스>의 출발은 흥미롭다. 현재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경제 난국과 미디어 환경에 대한 감독의 혜안은 날카롭다. 배경을 설명하면 이렇다. 미국의 경제 대공황 이후 실업자와 범죄율은 폭등한다. 정부는 민간 교도소에 범죄자 수용을 위탁하고, 민간 교도소는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온갖 이벤트를 동원한다. 이렇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찾기 위해 노력한 끝에 나온 것이 ‘데스 레이스’다. 


왜 목숨을 걸고 데스 레이스를 펼치게 하는가. 죄수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서? 답은 간단하다. 그것이 가장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매스미디어가 발전하고 수많은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관중들은 자극에 둔감해진다. 피를 보지 않고는 흥분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폭력의 수위와 시청률이 정비례 하는 현실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바로 죽음이다. 심판도, 규칙도 없다. 오직 살기 위한 본능과 그것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수천만의 시선’만 존재할 뿐이다. 자비? 쌈이나 싸먹어 버려라.

같은 맥락에서 ‘터미널’이란 교도소명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터미널’은 ‘말단의, 종말의’이란 뜻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막장’이란 얘기다. 이건 외딴 섬에 자리 잡고 있는 교도소의 지리학적인 특성을, 막장 인생을 살아온 죄수들을 상징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터미널은 자본주의의 종착역,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상관없이 돈이 ‘주님’이 된 미래 현실을 상징하는 기표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있다. 젠슨의 여성 파트너, 남성 시청자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레이싱 걸, 케이스(나탈리 마르티네즈)는 젠슨이 프랑켄슈타인 마스크를 벗자 “지난번 프랑크보다 잘생겼네요”라고 말한다. 여기엔 프랑크슈타인이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라는 뉘앙스가 짙게 풍긴다. 프랑켄슈타인은 한 사람이 아닌 민간 교도소가 흥행을 위해 만든 실력 있는 레이서들의 집합군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 봉사하도록 만든 괴물인 셈이다. 이처럼 <데스 레이스>는 자본주의와 미디어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갖고 출발한다.

<데스 레이스>는 이런 흥미로운 출발에도 불구하고, ‘나는 액션영화야’라고 끊임없이 소리치며 드라마엔 별 관심이 없다. 젠슨과 민간 교도소를 둘러싼 음모가 밝혀지고, 인물들 간의 갈등이 커지지만 단선적인 구조는 ‘용두’를 지탱하기 어렵다. 이는 같은 모티브로 출발한 <쇼생크 탈출>(1995)과 비교해 보면 더욱 명확해 진다. 아내 살해 누명, 교도소장과의 유착,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 탈출을 향한 갈망 등 두 영화는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하지만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팀 로빈스)가 비를 맞으며 두 팔을 벌리는 순간 전해오는 전율은 <데스 레이스>에는 없다. 왜? <데스 레이스>는 감동 보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액션에 더 많은 초점을 맞췄으니까.


‘스테이지 1, 2, 3’로 진행되는 데스 레이스는 컴퓨터 게임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된다. 경주를 하다, ‘공격’ 혹은 ‘방어’ 아이템을 획득하면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도 똑같다. 이처럼 스테이지가 높아질수록 액션의 강도는 높아지고, 마치 관객은 영화 속 시청자가 된 것처럼 경주에 몰입하게 된다.

액션 신 연출 또한 탁월하다. 머스탱, 닷지, 포르쉐, 재규어, BMW 등 최고의 차들과 거대한 탱크가 펼치는 레이싱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여기에 차에 장착된 50구경 기관총, 76미리 탱크 포탑, 오일, 네이팜 등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무기는 눈을 어지럽힌다. 폴 WS 앤더슨 감독은 CG 사용을 최소화하고 스턴트 액션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실감나는 액션 시퀀스를 연출했다. 또 감독이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피 튀기는 액션’과 건조한 기계음이 인상적인 록, 힙합 음악이 합세,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다만 처음에 보여줬던 날카로운 시선은 점점 무뎌져 스스로 ‘볼거리’에 만족한 감독의 연출이 아쉬울 뿐이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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