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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의 교훈

ESSAY ON 2008/10/19 17:55 Posted by 비회원

영화진흥위원회 국정 감사가 끝났다. 뉴스를 보니 역시 부산국제영화제 컨퍼런스에서 발생한 논란이 국회에서도 계속된 듯 하다. 그러니까, 강한섭 위원장의 말실수가 여야 할 것 없이 이번 국정감사의 '야마'였던 것이다. 또 그러니까, 벌써 기억도 가물가물한 몇 년 전인가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가 미디어와 국회를 장악하면서 각종 유행어를 만들어낸 것처럼, 이 아수라장 같은 영화산업 위기의 한 복판에서도 정책은 간데없고 강한섭 위원장의 "대공황"과 "하류 진보주의자"가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아까워. 영진위 위원장이 덜 유명했던 탓에 '대공황'이 국민유행어가 될 일은 요원해졌다. 세금도 아깝다. 월급은 떼여도 세금만은 꼬박꼬박 냈건만. 고작 강한섭의 인간성이 어떤가, 그런 것 뿐이라니. 왜 국감에서 위원장의 자질을 분석 하는 뒷북이나 치고 난리람. 차라리 공정택 교육감처럼 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하는 화끈한 얘기라도 내놓던가. (그러니까 강한섭 위원장이 요즘 언론과 정치계의 표적이 되는 이유가, 3기 영진위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품위없는 모양새를 연출하기 때문이라면, 국감을 통해 영진위 위원장에게 요구된 것이 고작 '말 조심 하시라'라면 이것 참 쓸데없는 국력낭비 아닌가. 그런 말은 그냥 소주나 한잔씩 들면서 하실 일이지.) 

처음 영화기자로 일하게 됐을 때, 사수로부터 잔소리처럼 듣던 말이 있다. "넌 니가 관찰하는 영화판에 대해 애정을 좀 가져라" 정말 애정이라곤 요만큼도 없었다. 영화보다는 소설이 가까웠고, 학교 땐 연극이 더 좋았다. 온갖 좋은 얘기는 다 갖다 쓰면서, 나눠주는 것에는 놀부보다 인색한 동네라고 생각했으니까. 문화계라는 것이 겉은 화려해보여도 비상식적인 일이 비일비재한 동네인데, 그래도 영화는 좀 다르겠거니 했더니 여기도 '합리적, 상식적'이라는 단어를 들이대면 민망하긴 피차일반.(뭐, 안그런 동네 있냐고 묻는다면 할 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중문화에서 영화는 오랫동안  절대강자. 여전히, '영화산업'은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며 여야 모두 대동단결, 이것만은 그래도 꽤 오래 지켜낸 한국문화계 마지막 자존심이다.

그런데 요즘엔 그나마 남아있던 마지막 자존심에 금 가는 소리만 시끄럽다. 문학, 공연, 음악, 미술 등 줄줄이 배 곯아도 아랑곳 않고 한 놈만 잘 키워보자며 열심히 밥 퍼다 날랐는데 그 자식이 몸이 성치 않다는 거다. 언제나 체질 개선할꺼냐고 물어봤자 소용 없다. 물론 훈수나 좀 두고 과자값이나 좀 보태던 나같은 옆집 아줌마들이 애를 어떻게 키웠냐는 둥 따지고 들 일은 아니다. 그냥 혀나 끗끗 차면서 뒷담화나 즐기다가 "에휴, 뭐 저 놈의 집구석이 그렇지"라고 고개를 돌리면 그만, 요즘엔 뉘 집 자식들이 잘나가는지 뭐 다른 재밌는 구경거리는 없는지, 신경 끄면 그만이다. 그래, 고작 이런게 국감이 주는 교훈이다. 주머니는 점점 헛헛해지고 극장가는 나날이 썰렁해져 간다. 송순진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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