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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ESSAY ON 2008/10/27 16:20 Posted by 비회원
어느 시사주간지에서 이 시대의 연대의식이 약해지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마도 대통령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인 듯 싶다. 정치권에 신물이 난 대중들이 정치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쨌거나 대중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우리나라 사회지도층 전반에 대한 불신을 그렇게 표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정치적 무관심이 연대가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도 그 결집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기사는, 그렇게 뭉치기를 싫어하고 함께 움직이는데 두드러기를 느끼는 대중 심리를 묘사하고 있었지만, 아마도 요즘처럼 부지불식간에 등장하는 놀라운 연대의 힘을 목격했더라면 다른 방식으로 쓰여졌을 것 같다. 연대의 힘이 무시로 어느 세계를 뒤흔드는 광경에 나 같은 심장 약한 사람들은 일종의 쇼크상태에 빠질 지경이니까. 

특히 연대에 관한 뼈져린 실패를 맛보았던 나로서는 느끼는 바가 크다. 올해 여름, 나는 연대에 관한 특별한 경험을 했다. 회사의 자금 사정 악화로 체불 임금 상황이 심각해졌고, 퇴사자 몇몇이 주도해 지급 이행 각서를 받았다. 물론, 각서는 실행되지 않았고 그 다음 전략으로 단체 항의 방문을 계획했지만 연대해야 할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외면 당하고 말았다. 왜 실패했을까 하고 오랫동안 자문해보았다. 사람들은 이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하길 바랐던 것일까? 게다가 임금체불의 악순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어쨌건 우리는 주제넘게 회사의 임금을 체불하는 시스템에 제동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모범 사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사실 그 생각은 우리로부터 시작된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도출한 것이었고, 문제와 상관없는 사람들마저도 술자리나 수다가 오가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이 문제를 화두에 올렸고, 그들에게서 심정적 지지를 얻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연대하는데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그런 충격 속에서, 요즘 나는 너무도 단순한 논리로 쉽게 연대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도 강경한 행동을 전제로 한 연대 말이다. 말뽄새가 보기 싫다며 권력자를 타도하기 위해서 영화인들이 연대한다. 심지어 그것이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 정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어이없는 착각에 빠진 이들도 있다. 또 어느 블로그에서는 어느 유명 가수의 팬들이 연대해 인터넷 방송에서 뽄새 없는 어휘를 남발한 자의 죄값을 묻고 있다. 말 실수를 했으니 잘못을 빌라며 무릎이라도 꿇려 앉힐 전투력을 보여준다. 이런 연대의 향연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머리가 핑그르르 돈다. 도대체 나에게는 그렇게도 어려웠던 그것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이뤄지고 있나.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건가. 

나는 방향을 알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 연대의 힘이란 건, 그러니까 아주 명확한 공격 대상이 존재할 때에야 발현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두둔해야 할 '내 편'이 있고, 공격해야 할 '적'이 분명할 때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게 아닐까. 조금 추상적일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저항하고자 하는 연대에 대해서는 '단체'가 아니라 '개인'으로 남고자 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집단의 물리력으로 논리를 무력화시키는 광경을 보면서 연대의 기쁨을 얻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함할 것만 같다. 연대해야 하는 이유 같은 것은 중요치 않다. 논리 싸움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누가 전쟁 참가자들에게 승리의 시뮬레이션을 그려주는가. 개인으로 나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지만 개인 대 다수의 싸움으로 극복할 수 있는 승리의 예감. 그 아찔한 쾌감. 그러니까, 그런 '본능'이 뒷심이 되어야 '연대'는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아직은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책을 좀 더 뒤져봐야겠다. 송순진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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