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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기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표정을 본적 있는가. 말도 못하고, 울기나 하는 아기들을 바라볼 때 대부분의 어른들은 마치 천사를 만난 냥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는다. 언젠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 전철에서 한 남자가 욕을 하고 화를 내다가 다음 역에서 탄 아이를 보고 너무나 환하게 웃었다는.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그 남자가 무섭기까지 했다는. 하여튼 아기들을 마주할 때 우리는 웃는다. 혹시 비슷한 이유로 관객을 웃게 만드는 그런 영화가 존재할까. 만약 그런 영화가 있다면 아마 <소년 감독>이 아닐까 싶다.

강원도 산골 노을골에 사는 상구(김영찬)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마을 공동집하장에 남긴 벽화를 찍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는 8mm 카메라 필름을 살 돈도, 카메라를 다루는 기술도 없다. 그러던 중 공동집하장이 곧 허물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상구는 시내 사진관 할아버지에게 서울로 가면 필름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상구는 이장집 딸 민희(론다 리)에게 러시아인 어머니를 찾아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돈을 빌려 서울로 향한다. 그의 오랜 친구인 진돗개 병태와 함께. 그리고 그곳에서 무너져가는 영화학교를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는 선생님(윤제문)과 조교(최여진)를 만난다.

노을골 소년 상구는 서울 여행을 통해 잊고 있던 두 가지를 찾게 된다. 하나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고, 다른 하나는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진돗개 병태와의 우정이다. 상구는 시내 사진관 할아버지에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들으면서, 청소년 영화학교에서 아버지가 사용했던 물건을 만지면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또 필름 값을 벌기 위해 병태를 판 상구는 그의 빈자리를 새삼 느끼고 자신이 얼마나 그를 사랑했는지 알게 된다. 이렇듯 상구의 카메라는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 잊을 수 없는 것들을 보게 만든다.

상구가 바라본 것은 곧 이우열 감독이 <소년 감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이기도 하다. 감독은 ‘소중한 것에 대한 기억과 상상’이라는 연출의도를 밝힌바 있다. 이는 등장인물을 통해 재현된다. 영화를 사랑해 나이가 들어서까지 카메라를 붙잡고 있는 사진관 할아버지, 집을 나간 러시아 엄마를 그리워하는 민희, 그리고 아버지와 병태를 그리워하는 상구까지. 서울에 도착해 상구가 찾아간 청소년 영화학교는 이우열 감독이 영화를 배운 ‘독립영화 워크숍’에 대한 그리움의 표상이다.

노을골에서 서울, 서울에서 다시 노을골로 돌아오는 이야기는 천천히 전개된다. 영화는 긴 편집 호흡을 갖고 있으며, 카메라를 통한 화려한 기교는 없다. 이는 시골에서 성장한 어린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도시의 바쁜 일상을 경험치 못한 아이가 어찌 빠른 세상을 포착할 수 있겠는가. ‘느림의 미학’이란 거창한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그의 시선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덧 우리의 유년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만날 수 있다.

영화 후반부 노을골에 도착한 상구가 뒤를 돌아보는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노을 가득한 들판을 보며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상구의 눈빛은 애잔하면서도 아름답다. 이우열 감독은 이 장면에서 많은 공을 들인다. 영화 내내 클로즈업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던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 상구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면서 그의 감정을 극대화 시킨다. 소중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 큰 울림을 주는 순간이다.

개인적으로 <소년 감독>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서울독립영화제였다. 찬바람이 불고, 마음까지 시렸던 겨울. 이 작품을 보고, 상처 난 심장에 빨간약을 바르듯 위안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느꼈다. 그 때 <소년 감독>을 영화제를 찾은 관객 뿐 아니라 많은 관객이 만났으면 하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나고 상구와 병태가 우리 곁을 찾았다. 긴 시간의 터널을 뚫고 빛을 본 그들을 두 팔 벌려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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