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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그 일상으로의 초대

FEATURE ON 2008/11/15 14:15 Posted by 파란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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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쓰고 도포자락 휘날리는 유림단체 어르신들이 들으면 난리가 날 일이다. 기독교 단체 역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이들처럼 극단적인 지점에 서서 뜬금없이 전통과 도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동성애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불편하고 편협하다. 하지만 최근 한국 문화콘텐츠 곳곳에서 발견되는 동성애와 동성애자의 모습은 과거처럼 극단적인 시각으로 다뤄지지도, 어둡고 음습한 공간에 묶여있지도 않다. ‘호모’라는 불유쾌한 단어로 대변되듯 그저 멸시당하는 게 당연시됐던 그들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최근의 움직임은 금기나 패륜, 혹은 단순히 선정적 소재에 머물던 동성애 코드를 더욱 폭넓게 활용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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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마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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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2005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를 기점으로 2006년 말 개봉한 <천하장사 마돈나>에 이르기까지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는 남성간의 사랑이나 성적소수자의 존재는 언제나 극도의 갈등 관계 속에서 형상화됐다. 동성애란 그 자체로 사회 시스템과 편견에 대항하는 크고 작은 혁명의 상징과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MBC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원래는 한쪽이 여자’라는 안전장치를 두르고 비교적 얕은 게이 코드를 내세웠던 것처럼 이제는 게이나 동성애가 우리네 일상적 풍경 속으로 들어오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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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상관없어. 갈 데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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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이러한 흐름은 11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에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서스펜스, 호러, 뮤지컬, 코미디, 성장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혼용한 <앤티크>, 이 영화의 가장 분명한 외피 중 하나인 로맨틱코미디의 조각이 온전히 ‘훈남’들 사이에 자리 잡은 일상 속 게이 코드에 의해 완성되는 것은 어느새 혐오와 모멸의 단계를 거쳐 치열한 문제의식 단계를 넘어서며 밝게 변화한 성적소수자의 현재를 압축한다. 어느 따뜻한 케이크 가게 속에 자리 잡은 게이 파티셰 민선우(김재욱)에게 주어진 갈등은 언제고 극복할 수 있는 정도만 부여될 뿐이며 이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다분히 ‘유희적’이다. 여전히 가벼운 호모포비아는 남아있지만 오히려 영화는 이 부분을 영화의 가장 주요한 코미디 코드로 치환하며 일상으로 유입된 변화한 게이의 존재를 더욱 분명히 한다.

이는 재작년 말 개봉해 본격적인 한국산 퀴어 영화를 표방한 이송희일 감독의 영화 <후회하지 않아>가 독립영화 관객 동원 신기록을 수립하며 ‘동인녀(남성간의 사랑을 소재로 한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는 여성을 지칭)’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것과는 또 다른 지점을 이룬다. <후회하지 않아>가 동성 간의 사랑을 무겁고 음울하게 다뤘던 것과는 달리 처음부터 퀴어 영화와는 거리가 먼 <앤티크>는 동성 간의 사랑이라는 주제에 시선을 두지 않고 오히려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며 동료들에게 동화되고 마침내 성장하는 어느 동성애자와 그 주변인들의 밝고 명랑한 일상성을 건져 올리는 데에 주력한다. 이는 11월 20일 개봉 예정인 단편영화 <소년, 소년을 말하다> 역시 마찬가지다. <후회하지 않아>의 제작자이기도 한 김조광수 감독은 자전적 소재를 영화화한 <소년, 소년을 말하다>를 통해 첫사랑의 순수하고 풋풋한 감정을 남학생 사이에 배치하며 다시 한 번 결코 낯설지 않은 일상의 이름으로 동성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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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드라마 <바람의 화원>

‘신윤복이 여자’라는 가정에서 시작하는 팩션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지닌 동성애 코드 역시 TV속 동성애 코드의 일상성을 뒷받침한다. 문근영이 분한 신윤복은 남장여자라는 설정을 통해 김홍도가 가진 사제지간 이상의 감정에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여기에 더해 기생 정향을 향한 신윤복의 야릇한 감정 역시 작품 외부에 있는 시청자로 하여금 자연히 동성애와 결부된 상상을 떠올리도록 유도한다. 어느 순간 공중파TV드라마조차 남장여자라는 단순한 설정을 손쉽게 동성애 코드로 활용하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곤 하는 것이다. 드라마제작진에게 있어 게이 코드가 대수로운 수단이 아니듯, 시청자들에게도 게이 코드는 더 이상 특별한 언어가 아니다.  

어느덧 한국의 문화콘텐츠들은 성적소수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그릇된 시각을 교정하려는 분명한 목적의식에서 벗어나 그저 ‘쿨하게’ 동성애를 논한다. 아니, 즐긴다. 동성애 역시 이성애와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이들이 느끼는 생경함은 그대로일지 모르지만, 밝고 다채로운 시각으로 조망하는 게이의 세계가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일상적인 공간으로 유입되어 온 게이 코드. 그것을 즐기던, 이상해하던, 꺼리던, 분명한 건 밑도 끝도 없는 혐오의 시간만큼은 분명히 지나쳤다는 사실. TV와 영화는 정말로 쿨하게 이를 증명해낸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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