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쇼인데 ‘뉴스쇼’라 하고, 이것도 모자라 ‘이색뉴스쇼’란다. 뉴스와 쇼라는 생경한 조합을 택한 것만도 모자라 MIB 요원이라도 되는 양 검은색 슈트 차림에 시꺼먼 선글라스까지 쓴 세 남자가 데스크에 나란히 앉아 앵커를 연상시키는 품새라니, 가히 이색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 ‘이색뉴스쇼’의 진의는 처음부터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이는 뉴스 앵커와는 1만 광년 떨어진 이들 ‘먹물 든 딴따라’들의 카메라를 쏘아보는 폼이 영락없는 뉴스 포맷의 패러디이기 때문도 아니고, 또 왼쪽 가슴엔 훈장을 오른쪽 팔에는 완장을 둘러 혁명가라고 불릴 듯한 차림으로 불의를 향해 일갈과 조롱으로 일관하기 때문도 아니다. 신해철, 김태훈, 김진표가 진행하는 케이블채널 tvN의 <이색뉴스쇼 SMASH>(이하 <스매시>)의 이색적인 위상은 오히려 자유로운 난상토론의 장과, 사회의식으로 똘똘 뭉친 엔터테이너들과, 모욕과 멸시를 마다하지 않고 사회 언저리를 향해 질주하는 취재본능과, 언론으로서의 사명감의 절묘한 조합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잡식성 하이브리드 시사다큐의 위상은 이색적이다 못해 특별하기까지 하다.
탈정형화 논점의 뉴스시사
9회 방영분의 스튜디오 촬영장 분위기는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큐 사인이 들어가기 전 서로 철 지난 농담들을 던지던 세 남자가 대본에 짜인 대로 오프닝 멘트를 능숙히 주고받을 때만 하더라도 그저 예고된 독설을 난사하기 위한 뻔한 쇼의 그저 그런 전초전쯤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만 일곱 살이 채 되지 않은 초등학생을 피멍이 들도록 매질한 어느 여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VCR이 방영되면서부터 세 남자의 데스크는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얼마 전 국군의 날, 전차 행렬 앞에서 누드 퍼포먼스를 펼치며 ‘군대 폐지’를 주장했던 강의석 씨를 인터뷰했던 <스매시> 제작진은 이번엔 그날의 인터뷰이를 오늘의 인터뷰어로 내세워 체벌 학생의 부모와 해당 교사의 행방, 이에 대한 교육부의 교사 감싸기와 같은 자기보호적 발언 등을 뒤쫓았다. 육체적 고통은 물론 그로 인해 정신적 공황 상태에까지 시달리는 피해 아이들의 사례는 끔찍하기 짝이 없지만 세 MC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이 하나의 피해사례에 대한 단순 논평이나 체벌 교사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에 그치지 않는다. 아직도 당연시되고 부분적으로나마 당연히 용인되고야 마는 한국의 체벌문화와 이 사회적 폭력의 끊임없는 재생산을 향해 자연스럽게 비판과 염려의 시선을 들이밀며 나아갈 수 있는 힘은 <100분 토론>을 주름잡은 유일무이한 경력의 로커 신해철의 분노 그대로의 분노를 그대로 수용하고, 다채로운 비유와 인용을 적절히 활용하며 현학적이거나 교조적인 위치를 점유하지 않더라도 명쾌한 해설을 펼쳐 나가는 김태훈 캐릭터에 대한 가장 적확한 활용으로부터 나온다. 제작진의 요구에 따라 기계적인 웃음과 환호성으로 이들의 코멘트에 반응하던 방청객들을 향해서도 “이 사건에 대해서만은 조금은 엄숙한 반응을 보여야 하지 않느냐”는 신해철의 돌발 발언이 아무런 제재 없이 스튜디오 안을 싸늘히 식힐 수 있었던 바탕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있어 보이기 위해’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보호를 주장함이 아니라 그저 신해철이나 김태훈, 김진표가 가진 캐릭터를 그대로 활용함으로써 가장 리얼하고 게다가 비교적 버라이어티하기까지 한 토의장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스매시> 제작진들의 의도라면, 이는 그야말로 독특하고도 명쾌한 성취다.
실제로 MC들의 요구에 의해 대본 수정은 물론 녹화 중에도 대본과는 전혀 다른 MC들의 논지 전개도 그대로 수용하며, 제작진은 이 일견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세 MC들 각각의 신념에 근거한 주장을 적극 긍정하며 VCR의 재편집까지 감행한다. 이에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 그러나…’라는 대본의 결론과는 달리 MC진은 “사랑의 매라는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며 체벌에 대해 무감각한 사회적 무의식을 향해 오히려 이를 드러내는가 하면, 교육청 앞에서 해당 체벌 교사의 해임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을 향해 해당 교사의 형사처벌을 요구할 수 있는 갖가지 사례들을 들며 그 미온한 자세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또한 뉴스라는 팩트 전달 이전에 이를 전하고 받아들이는 시각 자체를 애초에 결정짓고 강요하는 일반적인 뉴스와는 달리 설득과 독설과 비난과 조롱을 더해 마침내는 개선을 향한 확고한 근거를 다져 가는 <스매시>의 열린 형식은 시청자들의 문제의식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낸다. 실제 방영분에는 편집될 게 뻔하지만, 단 한순간의 컷도 없이 간간이 “씨발”과 “니미”를 내뱉으며 분노를 곧바로 표출하는 MC들의 깊숙한 사안 접근 방식을 허락하는 것 역시 처음부터 한국 사회의 거대한 무언가가 아닌 작은 지점에서 만연한 비상식적 행태에 대한 고발과 개선을 목표한 <스매시>의 명징한 목표를 이룬다. 그럼으로써 일개 사례를 조명하는 것에서 시작해 어느새 거대한 비상식의 세계를 겨누고야 마는 이 방식은 보다 분명한 힘을 지닌 채 더욱 큰 함의를 품게 되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형 시사다큐로서의 잠재력
임신 6개월 된 몸으로 어린 학생들을 마구 구타한 체벌 교사를 향해 “태교 한번 제대로 하시네요”라 쏘아붙이고, 해마다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뒤엎는 연례행사가 어느새 이틀 전에 새로 깐 보도블록까지 뒤엎고야 마는 이 웃지 못할 사태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선진국입니다. 보도블록도 일회용이네요”라고 비꼬는 <스매시>가 독특한 시사다큐인 이유는 또 있다. 빈약한 매체력을 바탕으로 여기서 거절당하고 저기서 무시당하는 취재현장의 어려움을 여과 없이 보여 주는 현장 화면은 언제고 당당하기만 했던 공중파 시사다큐 프로그램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가끔은 비굴하고 때때로 약자를 지켜 주기 위해 달려간 이들이 오히려 더 불쌍해 보여도 이를 허락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들 제작진이 카메라가 가진 힘보다는 그 진정성에 더 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tvN이라는 다소 생소한 방송국 이름을 들고 <스매시>라는 더 생소한 이름을 팔아 접근하는 이들은 안 되는 위트와 개그를 뒤섞어 취재현장 화면을 구성한다. 세련미와는 먼 이 결과물은 처음부터 의도한 듯 ‘저렴해 보이길’ 자처하는 듯도 하고, 또 애초에 목표했던 지점에 다다르지도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지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익숙한 시사다큐 프로그램의 형태와는 사뭇 다른 면모를 ‘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바로 이런 부분들이 오히려 이들이 인식하는 카메라의 역할이나 언론의 역할을 재확인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일부러 약자를 자처하지 않고도 어느새 스스로 약자가 되어 약자를 조명하는 <스매시>는 처음부터 스튜디오에 앉아 이를 논평하는 세 MC들의 존재를 염두에 둔 것처럼 “그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랄 뿐”이라는 제작진의 마이너리티적 관점을 자신들의 존재 자체로 대변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오로지 발로 뛰며 부당함에 대하는 이들의 조악하고도 일견 시사다큐답지 않게 열등해 보이기까지 한 카메라는 오히려 색다른 지점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사다큐 프로그램 <스매시>의 특별함은 ‘이색뉴스쇼’를 표방하는 잡식성 쇼 엔터테인먼트적 특성에 있다. 비록 세련되거나 유려한 방식은 아니지만 솔직담백한 리얼 버라이어티를 적극 활용하며 토론, 시사다큐, 뉴스라는 단단한 기저에 쉽고 재미있는 사안 접근을 돕는 엔터테인먼트 속성은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이들 MC들과 제작진의 올곧은 자의식의 산물이다. “우리가 적에게 대항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라는 MC 김태훈의 발언은 <스매시>가 지닌 진한 엔터테인먼트적 측면에 대한 적절한 함의를 이룬다. 또 “지금 우리나라는 사회적 약자 쪽에 아무리 치우쳐도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는 MC 신해철의 말 역시 <스매시>의 방향을 명확히 다진다. 그 어느 때보다도 얽히고설켜 있는데다가 복잡하고 뒤틀릴 대로 뒤틀리기까지 한 한국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거대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 웃음과 분노를 머금은 <스매시>는 시사 프로의 이단아이자 유망주로 평가받기 충분하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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