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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의 유명한 주먹 천둥(이정재)은 싸움을 벌이다 바람처럼 나타난 설지(김옥빈)의 미모에 반해 정신을 놓는다. 집에 돌아온 천둥은 할머니의 국밥집 ‘명월향’에서 천리마 택배의 실수로 잘못 배송(?)된 기생 설지와 재회한다. 하지만 배송사고가 난 것을 안 고급주접 ‘명월향’의 주인 만득(김석훈)은 설지를 데려가고, 천둥은 어떻게 되찾을지 골몰한다. 때마침 천둥은 주먹들의 회합에 참가하러 가는 짝귀(여균동)과 싸움을 벌이고, 한 방에 기절시킨다. 졸지에 짝귀파의 두목이 된 천둥은 칠갑(이원종)과 명월향에 가고, 설지와 만득을 만난다. 주먹세계의 룰을 모르는 천둥은 설지를 달라고 하고, 만득과 피튀기는 전쟁을 치르게 된다.

<1724 기방난동사건>(이하 <기방>)은 컴퓨터 그래픽, 패러디 등 다양한 재미를 주는 영화다. ‘기방난동사건’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애초 비장미와는 거리가 먼 영화다. CG를 통해 사방으로 튀는 침과 피를 포착하고, 슬로우 모션과 극단화시킨 클로즈업으로 싸움꾼들의 왜곡된 표정을 보여줌으로써 싸움 구경의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여기에 <양들의 침묵> <록키> 등을 패러디한 장면들은 영화 속 영화를 찾는 재미를 선사한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시퀀스를 연결하면서 보여주는 ‘감정 비틀기’의 재미도 곳곳에 등장한다. 고위관리 송대감이 천한 출생을 들먹이며 만득을 욕보이자 만득은 심각한 표정을 짓다 방으로 장소를 옮겨 신세한탄을 한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노래방 반주’에 맞춰 ‘진상’을 부리는 만득의 모습은 술 취해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못난 아저씨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기방>에서 김석훈은 한창 안티팬을 불러 모으던 시절의 문희준 컨셉을 훌륭히 소화했다.) 또 설지에게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돌아가는 길에서 포카리 스웨트의 청량한 음악에 맞춰 방방 뛰는 천둥 일행의 모습은 귀엽다 못해 앙증맞다.

하지만 영화는 잔재미 이상의 것을 보여주기엔 실패한다. 영화 중반 이후 <기방>은 천둥과 설지의 사랑, 민중 영웅으로 부활한 천둥 등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심각해진다. 마치 롤러코스터가 최고점을 거쳐 최저점으로 낙하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정재, 김옥빈, 김석훈, 이원종 등 배우들의 호연으로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수준은 아니나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천둥과 만득의 결투신을 상기해보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300>과 유사한 색감과 동작의 왜곡을 통해 새로운 액션 장면을 연출하고자 했으나 이 장면은 컴퓨터 게임의 그래픽 수준 이상을 넘지 못한다. 마치 <디 워>의 마지막 장면이 영화 전편의 분위기와 매치되지 않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애초 사랑과 복수라는 닳고 닳은 이야기를 선택, 내러티브로 영화의 승부를 걸지 않았다면 절정의 순간에 뭔가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기방>은 거기서 어긋난다. 롤러코스터가 상하전후좌우를 거쳐 제자리를 찾아온다면, <기방>은 그 중간에서 방향을 잃은 셈이다.

<무한도전>의 거성 박명수가 <기방>을 봤다면 “빅재미가 없잖아. 멍충아!”라고 비난을 날렸을 지도 모른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많은 기교, 패러디,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냈지만, 여균동 감독이 전작 <비단구두>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힘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잽이 아닌 한 방이 아쉽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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