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FF 둘째 날 현장스케치
서울독립영화제2008 둘째 날. 평일에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화인과 관객들이 찾아 주어 영화제를 뜨겁게 달구었다. 영화 상영 첫째 날이라 많은 감독, 배우들과의 GV가 있었다. 영화관람 후 관객 대부분이 GV에 참여하며 영화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었다. 현장에서 데일리팀은 즉석으로 관객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디스페이스를 처음 찾았다는 홍유정(28)씨는 연극영화과 학생으로 연출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단편경쟁작 모두를 예매한 열혈 관객인 그녀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아늑하고도 인간미 넘치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라며 내년에도 다시 찾겠다는 약속을 했다. 안소영(30), 최은세(26)씨는 지인의 초대로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았다. 다른 규모가 큰 영화제에 비해 규모와 관객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좋은 영화를 더욱 더 많이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전했다. 김보경(서독제 데일리팀)
<어배러투모로우 온 더 스트리트> 공연 소개
내일 13일 저녁 6시 30분 인디스페이스(3관)에서 <어배러투모로우 온 더 스트리트(A Better Tomorrow On the street)> 영화 상영 후 그대로 상영관에서 인디밴드 '어배러투모로우' 의 공연이 이어진다. 밴드의 멤버가 직접 제작한 이 영화는 그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이다. 그들의 음악은 일상적인 가사이면서도 도발적이고, 유쾌함 속에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매력을 뿜어낸다. 김보경(서독제 데일리팀)
휘몰아치는 감독들의 자투리 필름
나는 이런 경력이 있다
장비를 들고 다니다가 허리 디스크에 걸렸다 <1987061020080610> 이미지팩토리
스텝이 나 혼자였다 <서곡, 봄의 제전> 임창재
나이든 일소를 찾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하고 돌아다녔다 <워낭소리> 이충렬
공수부대 하사관이었고 중대장까지 군대에 7년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몸으로 때우는 건 조금 잘 한다 <사람을 찾습니다> 이서
상업영화 예고편을 만드는 일을 7년 정도 해오고 있다 <네 쌍둥이 자살> 강진아
5분 이내 영상 200편 이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시대의 증언자 렌즈 촛불을 보다> 김철민
서울독립영화제와 관련된 추억
언젠가 서독제 파티에서 아는 분이 너무 신나게 춤을 추다 스피커에 머릴 부딪혀 피를 흘리면서도 좋다고 계속 춤을 췄죠 <탑골당 만행사건> 김수영
<낙원>이 최우수상을 받았던 기억. 그래서 김종관 감독과 포옹을 했던^^ <똥파리> 양익준
2005년 SIFF에서 기술팀 자원활동을 했었습니다 <호소런> 백종관
작품과 관련된 에피소드
촬영 과정에서 중국 감옥에 3개월간 갇힌 적이 있다 <금지된 여행> 오영필
티벳 해발 6700미터에서 무리하게 등정을 하다 길을 잃었다. 정신을 잃을 때 쯤 유목민 텐트를 만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김진우
영화 마지막에 25년 전 어머니의 실제 녹음 목소리가 삽입되었습니다 <디어파파> 강민희
학교 장비를 쓰다보니 집회 현장에서 카메라 보호가 급선무였습니다. 머리로 방패를 막았던 기억이 나네요 <촛불, 거리를 밝히다> 이보호
출연진이 모두 친구와 이주활동가들이다. 방글라데시와 네팔에서 스텝이 나 혼자였다 <쫓겨난 사람들> 마붑 알엄
내 작품은 OO이다
주름의 표정이다 <김추자 : 무인도> 지태경
탈북자다 <125 전승철> 박정범
기괴한 짬뽕이다. 맛있게 드세요 <청계천의 개> 김경묵
손톱 밑을 파고드는 침 같은 영화 <고기도시> 정경록
나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Under-Road Tunner> 김경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몸부림 <A Better Tomorrow On The Street> 유민규
(최늘샘 서독제 데일리 편집장)
[SIFF를 찾은 사람들] 서울독립영화제2008 아트디렉터 최정미
서독제 포스터 디자인 컨셉을 소개해 주세요.
상상을 선동하자는 거예요. 옛날 한국만화 캐릭터를 패러디했어요.
디자인을 제도권 아카데미에서 배우지 않았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10만원 영화제 아세요? 전설이죠(웃음). 1998년쯤의 그 영화제가 모든 것의 시작이었어요. 돈이 별로 없다 보니 제가 직접 디자인을 하게 됐었고 그걸 시작으로 점점 다른 영화제에서도 부탁을 해왔죠. 원래 하던 일은 영화제 기획이었고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하게 됐죠.
디자인이 디자인으로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작업 같습니다.
아니, 그건 개인적인 불만이에요. 사회적인 개입, 비판, 사회적 디자인으로 해석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제가 가진 도구는 디자인, 그림이니까 디자인으로 드러낸 것이에요. 제가 다른 것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다르게 나타났겠죠. 개인과 사회는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 둘이 분리되는 순간 무관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이 사회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거죠.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디자인이구요.
블로그에 “이 관습, 이 문화, 이 체제, 모든 것들의 천장을 위로 둔 우리는 활기찬 상상력의 광기가 필요하다”고 쓰셨어요. 상상력의 광기란 무엇이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표출할 수 있을까요?
저는 무감했던 시간이 아주 길었어요. 우선 호기심을 가져야겠죠. ‘이게 왜 이렇게 돼 있는 걸까? 뭔가를 하고 싶은데, 불만을 가지고 싶은데?’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자신의 생활을 구성하는 게 무엇인지를 자각하면서 궁금함과 호기심을 가지면 거기에서 상상력이 나오는 거예요.
최근 촛불시위 때 리플렛이나 캐릭터 작업을 한 이야기에서 “운동에서 새로운 디자인 문법이 발견돼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남기셨어요.
그에 대한 답을 최근에 많이 생각했어요. 한 워크숍에서 ‘촛불소녀’ 캐릭터를 만든 박활민 씨의 말씀을 됐는데, “나는 그냥 사람으로 참여하는 거다. (디자인과 사회 참여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거든요. 디자이너라는 자의식을 갖는 순간, 디자인의 방법, 드러나는 문법 등에 신경을 쓰고,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단은 이런 결론을 냈고요. 불만을 가진 사람으로서 작업을 해나가면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많이 놀려고요(웃음). (SIFF2008 티저포스터의)“세상이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말하는 캐릭터를 가면으로 만들어 촛불집회에서 쓰기도 했었는데, 저것을 조그만 책갈피로 만들어서 도서관 책에 꽂아놓는 거예요. “세상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웹 사이트 주소를 적어놓으면 호기심이 있는 사람은 와서 뭔가를 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 알고 싶은 것이 첫 번째 목적이고,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의 답을 알게 되는 건 두 번째 목적이에요. 내가 가진 디자인이란 도구를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또 다른 방법을 찾는 놀이를 이번 겨울에 할 거에요. 그러려면 아르바이트가 필요할 텐데. 와서 하실래요?(웃음)
[관객심사단 리뷰] <기차를 세워주세요>
옥탑방 환상곡으로 시작한다. 해사한 햇살이 부서지고,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오는 한적한 옥상. 들어줄 사람 없지만 연주는 시작된다. 남자 셋, 여자 하나로 구성된 단출한 밴드는 기타와 실로폰으로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연주한다. 그런데, 실로폰을 두드리던 노랑머리의 남자가 목수가 연장을 탓 하듯 투덜거린다. 더 좋은 연주를 하고 싶은데 실로폰으로는 무리란다. 곧 이어 영화는 네 사람의 개별 연주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솔로연주가 시작되면 멜로디는 사라지고 귓가를 간질이는 일상의 소리들이 들려온다. <기차를 세워주세요>는 청춘남녀의 옹알이가 만들어내는 협주곡으로 거듭난다.
한지혜 감독이 말하는 청춘은 일종의 청승이다. 청승 떠는 청춘들은 세계 평화와 같은 거창한 일을 위해 한 목숨 바쳐보려고도 한다. 그들은 딱히 하는 일 없이 빈둥거려도 신세한탄 할라치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토로할게 많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각종 소음으로 떠들썩하다. 러시아에서 온 것 같은 노랑머리 청년은 불법체류로 경찰에 쫓기는 중이고, 프랑스에서 온 것 같은 청년은 한국인이 들어도 어려운 문장을 중얼거린다. 서울대를 다니는 ‘엄친 딸’은 사법고시를 패스한 남자와 선을 보라는 어머니의 권유를 뿌리친다. 그녀는 세계 평화를 위해 이라크에 간단다. 이보다 더 심각할 순 없지만, 그녀의 남동생은 어머니 앞에서 커밍아웃을 해버린다. 어머니가 경악하는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은 청춘들의 행동을 일탈이나 무규범으로 받아들인다.
감독은 빅토르 펠레빈의 소설 <노란 화살>에서 기차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출발은 <노란 화살>이란 소설의 끝이다. 감독은 소설에서 받은 인상과 소설 속 주요한 소재였던 기차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자유연상을 하듯 영화를 진행한다. 마치 공책 한 귀퉁이를 가득 메운 낙서들처럼 이야기는 두서가 없다. 개연성 없이 등장하는 배우들과 뜬금없이 들려오는 내레이션은 이 영화의 서사요, 국적불문의 대사들과 중얼거림은 이 영화의 사운드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논리정연하거나 인과관계가 탄탄한 구성없이도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말과 말이 이어지는 사이에, 개개인의 이야기가 교집합을 찾는 사이에 이야기는 흡입력을 발휘한다. 영화의 교집합은 기차와 인생이다. 출발역과 종착역이 있다는 점에서 기차와 인생을 닮았지만, 인생에는 쉬어가야 할 중간역이 없다. 잠시 쉬어가고픈 청춘남녀들은 투덜거린다. 이 기차를 세워야만 한다고. 네 남녀의 청승은 혁명과 저항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여기에는 혁명은 못하되 투정은 부려보겠다는 호기가 있고, 그 호기야말로 이 영화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세월이 지나면 그리워질 투정이다. 이도훈(서독제 관객심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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