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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의 추위를 녹이는 것은 연인들이 꼭 붙잡은 손만이 아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08에 출품된 뜨거운 작품들과 더 뜨거운 관객들의 열기가 명동의 ‘좋은 열섬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찌 한 번 가보지 않고 배길 수 있겠는가.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도 벌써 중반에 접어들었다. 오늘 데일리는 축제의 장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자원활동가 김지혜의 수줍은 고백으로 시작한다.

[상상다이어리] - 자원활동가 김지혜편

안녕하세요. 6관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얼굴. SIFF 자원활동가 김지혜입니다. 이 출렁이는 '상상의 휘모리'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구요? 이제부터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웃음) 저는 찾아와 주신 관객 분들만큼이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각 타임 상영을 준비, 안내하고 있습니다. 감독님과 독립영화 관계자 분들,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아주신 모든 관객 분들,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지혜 친구 기억해주세요~
글 김지혜(서독제 행사진행팀) / 사진 이나경(서독제 기록팀)


[관객과의 대화 현장 ‘밀착’ 취재] - 5년의 해프닝을 지켜봐야 한다니. 참.
단편경쟁 3(12월 14일)

<자가당착> 김선, 김곡 감독

<자가당착>, 조금 어렵다. 어떤 내용인가?
김곡: 한국사회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어떤 나락으로 빠질 것인가...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 나타내려 했다.
김선: 그냥 느낀 대로 만들었다. 영화 만들 때 촛불시위가 한창 일어나고 있었다. 영화 만들다 뛰어나갔다.
김곡: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찍다 뛰어나갔다.

<뇌절개술> 때의 특수효과가 아쉬웠었는데 이번엔 확실하게 한 듯하다(웃음). 연구 많이 하셨나? DV로 찍은 것 같다, 또 (마네킹의 잘려진 목에서 피가 솟구치는) 효과는 어떻게 한 것인가?
옛날 느낌을 내는 게 의도였다. DV로 찍어 VHS 로 화질을 연하게 했다.

쌍둥이인 두 감독이 같이 작업하다가 의견이 다르게 나올 때는 어떻게 하나?
김선: 그때마다 다르다. <자가당착>은 내가 먼저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서 제가 주로 결정을 내렸다.

정치적인 사건에 대한 기록들이 많이 나오는데, 유독 박근혜 피습이 중요하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선: 중심 이미지를 두고 박근혜인지 이명박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둘 다 이미지 정치인 것은 확실한 듯하다. 국민들은 정책이나 업적보다는 이미지를 더 선호한다. 그런 것을 비유하고 싶었다. 이미지 정치하면 역시 박근혜 아니겠나?(웃음) 정치 역사의 모델로 박근혜를 쓴 것이다.
김곡: 날이 가면 갈수록 이명박 정부는 자신이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하는 듯하다. 알맹이 없는 ‘무대포’다. 뒤죽박죽해서 보수정치의 모델이 될 만한 자격도 없다. 그래서 차라리 박근혜가 낫다고 생각했다. 박근혜는 아무리 죽은 것이라도, 한낱 이미지일지라도 잡고 있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명박은 미래, 미래 하면서 잡고 있는 것도 없다. 이명박은 정치가아닌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며 논외가 되었다.
김선: 5년 동안 그 해프닝을 지켜봐야 한다. 참.

<탑골당 만행사건> 김수영 감독

마지막 부분 노래는 직접 만들었나?
음악감독 전산 씨가 직접 만든 것이다.

영화에 시민들도 많이 등장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찍었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
배우들이 힘들어했는데 ‘미친 척 하자’고 했고 잘 따라줬다. 고맙다.

애초부터 뮤직비디오 넣는 걸 기획했었나?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뮤직비디오 빼고는 저렴하게, 하루 만에 찍었다. 편집하다 보니까 뮤직비디오 장면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PD님이 아이디어를 주셨다.

감독님이 남자분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30대 백수남과 여고생의 만남을 통해 드러내려고 한 것은 무엇인지?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백수청년이라는 점에서 나와 비슷한 캐릭터다. 오랜 백수생활을 하면서 프로 백수화 되어 사는 캐릭터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30대 백수 청년이 여고생들과 만나고 폭력사건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내가 생각이 다른 세대간의 갈등 혹은 갈등, 폭력 등에 관심 많아서 그렇다. 30세의 청년인데 이미 꿈을 포기해 버리고 기성세대화 되어버리고, 훈계조로 얘기하는 캐릭터에 일침을 놓는 어린 소녀들의 에너지 폭발을 담아낸 것이다. 신나고 재미있고 즐겁게 찍고 싶었고, 보는 사람도 그렇게 보길 바랐다. 분출하는 느낌의 영화를 찍기 바랐다.

<창조기> 박재영 감독

신체기관을 분해해서 사람의 모습을 새로 만들었는데,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특이하게 하고 싶었다. 소소한 아이디어로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어디선가, 여자는 촉각, 청각적인 면에서 남자에게 사랑을 느낀다고 들었다. 입술 얼굴을 가진 남자는 그렇게 나온 것이다. 

일반적인 창조신화는 남자가 먼저 창조되고, 남자가 여자의 유혹에 빠져 타락하는 등의 내용을 갖는데 <창조기>에서는 그 내용이 반대로 나타나 흥미로웠다.
<창조기>를 본 많은 남자 분들이 지루해하시더라. 어떤 여자 감독께서는 저를 페미니스트라고 보시고.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고 만들지 않았다. 창세기를 토대로 만들었지만 종교적인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감독인 내가 여자니까, 내 기준으로 풀어가다 보니 그렇게 된 듯하다.

손의 이미지가 많이 쓰인 듯하다. 이유는 무엇인가. 또 효과음이 많이 나오는데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저그 효과음 같은데, 맞나?
나는 그림을 그리니까, 창작을 할 때 손을 많이 쓴다. 손은 나 자신을 비유한 것이다. <창조기> 안에서는 창조주가 작가, 나 자신이다. 여태까지 만든 작품들이 호응을 많이 받지 못해서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손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창조기>속의 창조주는 ‘사랑받지 못한 거대한 손’이 된 것이다. 효과음은 급하게 넣었다. 이유림 감독을 존경해서, 그의 작품에서와 같은 기묘한 느낌을 내고 싶어 주문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사운드 때문에 실망했다는 말을 들었었다. 스타크래프트의 저그 효과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 말

김곡: 이명박 정부는 자가당착 정부입니다(웃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저희의 눈을 가져가긴 했는데 마네킹을 잘 안 만든 것 같아요. 돌려줬으면 좋겠어요.
박재영: 단편을 작업 중이다. 2009년에도 작품이 나올 거고 또 서독제에서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수영: <탑골당 만행사건>의 목적은 싸고 빨리, 즐겁게 찍는 거였기 때문에 사운드 등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한다.
글 김효정(서독제 데일리팀) / 사진 이나경(서독제 기록팀)


[SIFF에게 보내는 편지3] 김하나(독립영화배급사 시네마 달 활동가)

2004년 12월 용산CGV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자원활동가를 하며 영화제 곁을 1년 정도 기웃거린 결과 덜컥 자원활동가 팀장이 되어버린 그 해 겨울. 그렇게 나와 당신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사실 그 겨울의 열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서른 살이 되어버린 당신, 처음 시도된 멀티플렉스에서의 상영, 매일 밤 이어지는 술자리, 그와 상관없이 이어지는 아침 상영. 그 정신없이 돌아가던 속에서 스물한 살 꼬맹이가 바짝 긴장해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그 때 내가 집중했던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자원활동가들 밥 굶지 않게 하기'. 관객심사단까지 합쳐 서른 명에 달하는 이들의 식사를 챙기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푸드코트와 지하마트를 (상영관보다 자주) 드나들었다. 제일 많이 했던 말도 단연, “식사하셨어요?” (이 때 생긴 ‘식사하셨어요’의 버릇이 아직도 입에 남아있단 건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 ‘식사하셨어요’를 만 오천 번쯤 중얼거리고 나니 영화제가 끝나있었더랬다. 그것이 나의 첫 서울독립영화제. 당신과의 얼레벌레 첫 만남. 점프.

2005년 12월 상암CGV
무척이나 추웠던 겨울. 자원활동가 팀장 장기집권을 꿈꾸며 다시 만나게 된 당신. 그 해의 당신은 정말이지 혹독했다. 허허벌판에 자리 잡은 상암CGV, 매서운 추위도 추위였지만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것은 해외 초청 감독, 아오야마 신지. 두둥! 일본어를 몇 마디 주억거릴 수 있었으며 게다가 운전면허도 있던 나는(장하다 김하나) 공항에서 ‘그 분’을 모셔오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운전 솜씨와 일본어 솜씨는 참으로 보잘 것 없었으며, 연말의 서울시내 교통상황은 정말이지 굉장했다(그 분의 숙소는 명동한복판에 자리한 번쩍거리는 호텔이었고, 내비게이션 따위 있을 리 없었으며, 물론 나는 길을 잘 몰랐다). 꽉 막힌 도로 한복판에 갇혀 갈 곳을 모르던 나는 결국 “스미마셍”을 백번 외치며 택시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 아무쪼록 신지님의 기억 속 서독제가 ‘조그맣고 못생긴 아이가 짜증나게 하던’ 시간으로 기억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 다시 점프.

2008년 12월 명동 인디스페이스
두 번의 '찐한'(적어도 나에게는) 만남 이후 당신을 잊지 못해 지금껏 매년 당신 주위를 맴돌고 있는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당신을 만나러 간다. 지난 몇 년 동안 용산에서 상암으로, 명동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때로는 고즈넉하게(일취월장) 또 때로는 집요하게(파고들다), 그러다 호기롭게(다른 영화는 가능하다) 그 모습을 달리하는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흠흠) 각설. 상상의 휘모리. 드디어 휘몰아치는 것인가... 라며 자신만만하게 깃발을 흔드는 당신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서른넷, 근래에 보기 드문 열혈 중년. 올해도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열심히 휘몰아쳐주시길 바라며, 마무리 러브송 한 자락. ‘찬바람 부는 겨울이면, 나는야 어쩐지 당신이 생각나요. 하얀 김 모락모락 나는 편의점의 호빵만큼~’ 얼쑤!

[관객심사단 리뷰] <봄에 피어나다> - 맨몸으로 봄을 맞다

<봄에 피어나다>는 수업 중인 교실의 일상적인 풍경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한구석에는 선생님에게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연아가 있다. 연아는 자신에게서 더럽고 역겨운 냄새가 난다며 괴로워하지만,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연아를 의아하게 생각할 뿐이다. 반장인 성은만이 의미심장한 눈길로 연아를 응시한다.

냄새라는 모티브는 세계의 실상을 암시하는 병적인 징후와도 같다. 그러한 종류의 냄새는 예민한 후각을 지니지 않은 이들이라면 전혀 감지하지 못하거나,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봄에 피어나다>는 어쩌면 가장 예민했던 사춘기 때 우리가 맡았을지도 모르는 냄새를 상기시킨다. 밝은 추억의 이면에 있던 어둡고 끔찍한 기억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절실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연아처럼 일상에 균열을 내는 소수의 사람은 나머지 다수에게 고쳐져야만 하는 존재로 비춰질 때가 많다. 그래서 삶의 기본적인 욕망인, 먹는 것조차도 거부하는 연아에게 같은 반 아이들은 억지로 입을 벌리고 밥을 먹인다. 하지만 코피를 흘리면서도 교과서 내용을 암기하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는 성은의 태도는 연아의 비정상적인 모습과 묘하게 겹쳐진다. 그들 사이에는 소통을 위한 어떠한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지만, 성은은 연아를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화는 연아에 대한 성은의 동질화를 그려내면서도, 그들 주변의 환경에 대한 묘사를 최대한 자제한다. 그럼으로써 특이한 개인들의 일탈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의미를 탐색한다.

영화의 전복적인 결말이 주는 울림은 매우 크다. 예상과는 달리 정지연 감독은 세상에서의 도피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녀들에게 미쳤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연아와 성은은 단둘만 남아 있게 된다. 그러나 이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고립이 아니다. 오히려 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 있으라고 말한다. 거세게 내리는 비를 맞고 서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투명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동물적인 삶에서 비롯되는 고통과 냄새는 그렇게 씻겨간다. 아프지만 힘차게 그들은 돋아나고 있다. 바야흐로 봄인 것이다. 이종희(서독제 관객심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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