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계형 아르바이트로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유명 블록버스터 위주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 대본을 쓰고 있다. 홍보, 마케팅 뻥뻥 터트리는 영화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 “화려한 캐스팅, 아찔한 액션, 실감나는 컴퓨터 그래픽이 지대로다!” 같은 쓰나 안 쓰나 똑같은 수사를 반복하는 것이 공해다 생각 하면서도, 나 역시 가끔 똑같은 문장을 끄적거리곤 한다. 기자시사회와 함께 엄청나게 쏟아지는 화제작 리뷰 중에서도 식상한 수사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필자들의 노력 부족도 한 몫 하겠지만 일면 최근 대중 영화들도 대체로 식상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중적’이라는 미덕을 편의적으로 해석해서 캐릭터도 줄거리도 아파트 단지 조성하듯 도식적으로 이어 붙이는 영화들 사이에서는, 게다가 그런 영화들마저도 2~3주만에 극장에 떴다가 사라지는 환경 속에서는, 새로운 해석과 어휘의 리뷰가 나오기 쉽지 않다. 게다가 마감 시간의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기사는 더 하겠다 싶다. 나 역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다가도 영 떠오르는 게 없어 대충 얼머부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렇게 어휘의 빈곤과 뇌세포의 파열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보란듯이 뒷통수를 때려주는 발견의 영화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성의한 손가락 사이사이에 채찍질을 가하는 듯 깊숙이 찔러대는 영화들. 그중 하나가 <똥파리>다.
<똥파리>는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미 입소문이 자자했고, 서울독립영화제 등등 여러 통로를 통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영화다. 감독 양익준이 독립영화계에선 알아주는 배우이고 여러편의 단편 작업을 거쳐 감독으로서도 꾸준히 기량을 갈고 닦아 왔다는 사실도 너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배우적 유명세와는 또 다른 의미로, 지난해 지지난해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양해훈 감독과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이 그러했던 것처럼 양익준이란 이름이 영화저널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길 기대한다. 벌써 2~3년 전인가, 딱 한번의 인터뷰에서 만났던 그는 진지와 유머를 오가며 영화를 향한 신중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고민의 결과인지, <똥파리>에서 보여준 감독과 배우, 두 얼굴의 양익준은 중견 못지 않은 드라마와 인물의 세공력을 자랑한다. 장외 고수가 여기 있었군, 이마를 치게 만드는 깊이와 묘사력이다.
영화는 사채 수금을 전문으로 하는 용역 깡패 상훈(양익준)의 뒤를 따라간다. 똥파리의 첫 장면. 상훈은 길거리에서 어떤 여자를 무자비하게 때리고 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가 주먹을 날린다. 그러더니 홱 돌아서서 여자에게도 주저않고 주먹을 날린다. “왜 병신같이 맞고 다니냐”고 분통을 터트리면서. 아버지의 폭력으로 여동생과 어머니를 잃은 그는 이렇게 폭력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폭력에 대한 증오를 거두지 못하며 살고 있다. 입에서 욕지기가 떠나질 않고 좀처럼 웃지도 않는 그에게 유일한 소일거리는 이복 누나의 어린 아들을 찾아가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내는 것. 가족이란 등판에 쩍 달라붙은 에일리언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던 상훈의 유일한 틈새다. 그러던 어느날, 살갑게 반겨주는 이복 누나를 피해 도망치듯 자리를 뜨게 된 상훈은 주택가 골목에서 만난 여고생 연희(김꽃비)를 향해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한다. 무기력했던 어머니와 여동생에 대한 증오는 아직 그의 마음 언저리에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끓어넘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연희는 제법 잘 자란 여학생인체 하고 있지만 사실 정신나간 아버지와 반항심 가득한 남동생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상훈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겁도 없고 깡도 세지만, 어쩔 수 없는 혈연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어깨는 축 쳐져있다. 그렇게 비슷한 환경, 서로 다른 자리에서 고통을 감내했던 소년, 소녀가 더 자라지 못한 어른같은 얼굴로 만나게 된다.
요약하면 폭력 가정에서 자라나 메마른 도시의 하수구 똥파리처럼 살아가던 상훈이 점차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희망을 발견한다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똥파리>는 상업영화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깡패라는 군상에 대한 대중의(혹은 창작자들의) 무한반복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인물의 면면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피를 봐도 표정이 없는, 방어막을 단단히 친 이 남자 상훈의 틈새를 요리조리 파고들어 그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주변 인물들에게 이해시키고,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고, 결국 상훈 그 자신에게 이해시키고야 만다. 상훈이란 이름의 깡패를 보자 하지 않고, 깡패란 직업의 상훈이란 놈을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보스는 늘 자기 아래 있던 부하의 손에 죽고 만다는 공식이 등장하는 점이 한편으론 아쉽게 느껴지긴 했지만, 어쩌면 이런 드라마야말로 <똥파리>가 장외에서 벗어나 대중영화로 진입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중요한 건 하늘 아래 새로울 것 없어도 깊이감으로, 혹은 뭉클한 인간애로 영화는 계속 새로워질 수 있다는 걸 <똥파리>가 증명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독립영화 배급사 인디스토리에서 올 봄 극장 개봉을 추진 중이지만, 솔직히 흥행은 모르겠다. <비열한 거리>나 <열혈남아> 등과 비견해도 전혀 손색 없는 영화지만 관객들에게는 독립영화와 대중영화에 대한 거리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대를 버릴 수 없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이렇게 제대로 울게 만드는 영화가 된다고들 하니까. 송순진 기자(FILMON)
똥파리! 제목부터 독특한 이 독립영화는 극빈층의 발악할수록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와 핏줄! 그리고 가족의 상처와 치유에 대한 얘기를 한다. 이미 용산 참사 사건에서도 기억되다 시피 이제는 경찰의 비호를 받고 활동을 할 정도로 성장해 버린 합법적인 조폭들을 우리는 용역 깡패 들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경찰들도 엄두를 못내거나 지저분하게 생각하는 일들을 이제는 암묵적인 묵인하에 용역깡패들의 몫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감독은 주인공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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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보고 왔는데 정말 멋진 영화였습니다^^* 기름기 하나도 없는 살코기를 먹고 온 기분이랄까요^^*
2009/04/04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