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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30일 밤 12시 10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2008 인디뮤직 페스타 헬로루키 of the Year’가 방영된다. 지난 11월 29일 열렸던 이 공연은 한국 인디 음악의 생기 있는 젊음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줬다. 한 달이 지나 TV 방영을 계기로 그날의 감상을 옮긴다. 공연장에 가지 못했다면 방송으로라도 꼭 챙겨보길 권한다.
누가 한국 대중음악을 획일적이라 했나. ‘비주류’란 항목으로, ‘인디’라는 분류로, ‘록’이라는 장르로 묶여 한정된 영역에 머물러 있지만 여기, 이처럼 창조적이고 뜨거운 음악과 음악인들이 들끓고 있다. 이들이 있는 한 한국 대중음악의 미래는 밝다. EBS <스페이스 공감>의 ‘2008 인디뮤직 페스타 헬로루키 of the Year’는 그
사실을 절감한 공연이었다.
사실을 절감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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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잠잠하던 찬바람이 다시 몰아친 11월 29일 토요일 오후. 서울 광장동에 위치한 공연장 멜론악스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EBS <스페이스 공감>이 마련한 ‘2008 인디뮤직 페스타 헬로루키 of the Year’(이하 ‘헬로루키 of the Year’) 때문이다. EBS <스페이스 공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헬로루키 of the Year’는 <스페이스 공감>이 지난 1년간 진행해 오던 인디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의 연말결선 콘서트. 그동안 선정된 헬로루키 21팀 중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일곱 팀을 추려 이들 중 2008년 최고의 헬로루키를 뽑는 행사다.
일곱 팀에 선정된 마제, 바플라이, 장기하와 얼굴들, 한음파, 국카스텐, 고고스타, 드라이플라워는 인디씬에서 그 실력을 충분히 검증받은 밴드들이다. 하지만 오늘은 단순히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대상을 놓고 경합을 벌여야 한다. 가수 이상은, 음악평론가 박은석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이들의 음악적 예술성뿐만 아니라 연주력, 무대 매너, 관중의 호응도까지 모두 살핀 후 영예의 대상과 특별상, 인기상 수상팀을 선별하게 된다. 평소 <스페이스 공감>이 진행되던 151석 규모의 아담한 공연장 ‘EBS SPACE’가 아닌, 2천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멜론악스에서 열린 이번 ‘헬로루키 of the Year’는 그 규모에서부터 2008년을 화려하게 장식할 무대임을 실감케 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3시간 전부터 추위를 잊은 관객들의 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공연장 안에선 완벽한 라이브 무대와 원활한 진행을 위한 리허설이 엄격하게 진행됐다. 이윽고 오후 5시. 공연장의 문이 열리자 1층 스탠딩 객석과 2층 좌석에 2천여 명의 관객이 빨려 들어갔다.
그룹 문샤이너스의 리더이자 영화 <고고70>으로 배우 신고식을 멋지게 치른 차승우가 기타를 메고 등장해 오프닝 무대를 힘차게 열어젖힌다. 이윽고 뮤지션으로 영역을 넓힌 패션모델 장윤주가 명품 몸매를 뽐내며 등장. 이날의 사회자 차승우와 장윤주가 나란히 서자 객석은 환호로 요동친다. “징그럽게도 많이 오셨습니다.” 혀 짧은 발음을 매력으로 승화시킨 차승우가 1, 2층을 빈틈없이 채운 관객들을 보고 진심으로 놀란 멘트를 날린다. 초보 MC 장윤주는 “오늘 우리 잘할 수 있겠죠?”하며 또 다른 초보 MC 차승우에게 긴장된 심정을 내비친다. 이제 ‘헬로루키 of the Year’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도울 차례. 무대 뒤편에 마련된 화면이 켜지자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의 조근조근한 내레이션을 배경으로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 프로젝트와 ‘헬로루키 of the Year’를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영상이 친절하게 상영됐다.
몰려오는 감동의 쓰나미
“여러분! 즐길 준비 되셨죠?”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MC의 외침이 관객의 심박동수를 한껏 높여 놓자 첫 번째 참가팀 드라이플라워가 조명을 받는다. 포크 록에 기반을 둔 서정적인 사운드의 드라이플라워. 허스키하고 파워풀한 가창력이 돋보이는 여성 보컬리스트의 호소력 짙은 노래가 통기타 선율과 어우러져 첫 무대를 안정적으로 장식했다. “그냥 공연이 아니라 경쟁이라는 것에 부담감이 있지만 참 즐겁다”고 말하는 드라이플라워가 두 곡을 연주하고 내려가자, “시작부터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오네요. 잘 한다, 진짜!” MC 차승우의 꾸밈없는 ‘감정이입형 멘트’가 관중을 웃음 짓게 했다. 두 번째 무대는 관록이 느껴지는 밴드 한음파가 이어받아 몽환적인 록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1, 2번 참가팀이 비교적 얌전하고 차분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면, 세 번째 참가팀 국카스텐은 공연장의 공기를 일순간 끓어오르게 한 주역이었다. 무대에 등장하기도 전부터 “국카스텐!” “국카스텐!” 팬들의 외침으로 예사롭지 않은 팀이라는 걸 예고하더니 에너지 넘치는 록 사운드를 선보이며 폭발할 듯한 함성을 유도해 냈다. 앙칼진 보컬과 힘 있는 헤드뱅잉으로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 퍼포먼스도 작렬했다. “이곳에 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영혼을 바쳤는지 모른다”는 재치 넘치는 멘트에서부터, “국카스텐이 언제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 보겠냐”며 “<스페이스 공감>은 우리처럼 사막을 걷는 인디 밴드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고 주최측에 귀여운 아부도 날려 준다. 가히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였다. 이에 차승우는 “같이 음악 하는 입장에서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을 주는 무대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인디씬의 슈퍼스타
한국 모던 록의 대표주자 언니네 이발관의 축하 무대가 후배 뮤지션들의 생기발랄함을 성숙미로 전환시킨 것도 잠시, 참가번호 4번 마제가 록 음악만이 내뿜을 수 있는 반항적인 기운을 잔뜩 몰고 나타났다. 올드스쿨 하드코어를 추구하는 밴드 마제는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보컬리스트의 ‘목발 투혼’이 빛나는 무대를 만들어 냈다.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인 양 심하게 들끓는 음색과 귀를 찢을 듯 강렬한 소음, 시뻘건 조명이 만들어 내는 무아지경의 록 사운드가 공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마제의 동물적인 사운드를 이어받은 건 고고스타. 고고 리듬에서 진화한 펑크 사운드를 추구하는 밴드 고고스타는 퍼포먼스가 가장 돋보이는 밴드다. 실감 나는 빗소리가 공연장을 에워싼 가운데 우산을 펴고 걸어 들어온 보컬리스트. 흰 가면을 쓰고 각자의 포지션에 서 있는 밴드 멤버들에게 한 명씩 다가간 후 피에로 인형을 무대에 걸어 놓는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신비로운 등장에 이어 흥겨운 디스코 사운드가 울려 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우스꽝스런 춤을 마구 추더니 백덤블링까지 하며 무대를 장악한다. 팬들은 자지러지는 함성으로 응수한다. 이들은 이미 인디씬의 스타였다.
고고스타가 떠난 후 공연의 후반부를 장식할 여섯 번째 팀 바플라이가 조용히 등장했다. 별다른 퍼포먼스도, 재치 섞인 멘트도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조용히 마이크를 잡고 기타를 치는 모던록밴드 바플라이. 정갈한 보컬과 풍성한 선율, 화려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팀이다. 심사위원 이상은은 “이 정도면 런던에서 공연해도 창피하지 않을 거 같다”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바플라이로 차분해진 분위기를 다시 최고조에 이르게 한 건 마지막 참가팀 장기하와 얼굴들이었다. 이미 ‘달찬놈’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디씬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포크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등장하자 객석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마치 MC라도 되는 양 자연스럽고 익살스런 말로 관객을 유도하는 장기하는 ‘인디계의 아이돌’ 같았다. 귀에 착착 감기는 보컬과 심금을 울리는 가사가 인상적인 ‘싸구려 커피’가 연주되자 모두 하나 되어 노래를 따라 부르기에 이른다. “이게 원래 슬픈 노랜데 너무 큰 사랑을 받다 보니 부를 때 감정이 안 잡혀서 큰일”이라는 장기하의 멘트에 또 다시 자지러지는 관객들. 그리고 드디어, 장기하 신드롬의 주역 ‘달이 차오른다, 가자’의 시작을 알리는 미미 시스터즈가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미미 시스터즈는 두건과 선글라스로 멋을 내고 예의 진지한 무표정 댄스로 ‘달이 차오른다, 가자’의 중독성 강한 멜로디에 몰입도를 한껏 높였다.
록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경쟁자들의 긴장감 넘치는 본공연이 모두 끝나 한숨 돌리는가 싶었다. 그러나 쇼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일곱 팀의 참가자들이 전부 무대에 나오더니 함께 준비한 헌정 공연을 시작하는 게 아닌가. 델리 스파이스의 ‘차우차우’,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 송창식의 ‘고래사냥’, 신중현의 ‘미인’ 등 한국 록 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들이 젊은 록 뮤지션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는 모습이 경건함마저 불러일으켰다. 마지막으로 장기하가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부르던 중, 무대 중앙의 문이 열리고 미미 시스터즈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김창완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헌정 공연의 백미가 시작됐다.
이날 참가팀 중엔 그룹 산울림이 활동할 당시엔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산울림의 김창완과 젊은 뮤지션들이 ‘록’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이렇게 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음악만이 주는 특별한 혜택이다. 김창완은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아직도 스물네 살이다. 노래는 주름이 지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겨 후배 로커들과 관객들의 찬사를 이끌어 냈다. 비록 얼굴엔 주름이 가득하지만 목소리만큼은 그 어떤 이십대 못지않게 청아한 김창완은 강렬한 펑크 록을 들고 돌아와 나이를 잊게 만드는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세대를 아우르는 로큰롤의 열정을 남기고 떠났다.
드디어 가슴 떨리는 시상식 시간. 객석에서 팬들이 각자 응원하는 팀의 이름을 연호하는 가운데, 가장 커다란 관객 호응도를 보여 준 장기하와 얼굴들이 인기상을 수상했으며, 록 음악의 무한한 확장을 증명해 보인 실력파 밴드 한음파가 특별상을 가져갔다. 그리고 2008년 최고의 인디 밴드로 인정받은 대상은 화끈한 무대로 공연 초반 분위기를 띄웠던 국카스텐에게 안겨졌다. 상금 500만 원과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 자격, 그리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에 설 기회까지 주어지는 대상의 영예. “얼마 전 사비를 털어 국카스텐 CD 1천5백 장을 구웠는데, 재킷 인쇄할 돈이 없었다. 이제 재킷을 인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참으로 ‘인디 밴드스러운’ 수상소감이 울지도 웃지도 못할 묘한 감동을 자아냈다.
‘헬로루키 of the Year’를 보면서 떠오른 건 얼마 전 열렸던 ‘2008 MKMF’였다. 2008년 최고의 아이돌 스타들이 모여 화려한 무대에서 첨단의 장비로 기똥찬 퍼포먼스를 선보인 게 ‘MKMF’라면, ‘헬로루키 of the Year’는 ‘인디 음악계의 MKMF’라 불러도 될 정도로 2008년 최고의 인디 밴드가 한자리에 모여 뜨거운 무대를 선사한 자리였다. 비록 공연장 규모나 세트의 화려함, 관객의 숫자와 대중의 관심도 면에선 확연한 차이를 보였지만, ‘MKMF’를 보며 느꼈던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 부족에 대한 아쉬움이 ‘헬로루키 of the Year’를 보며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었다.
비록 TV에선 못 보더라도, 더 많은 공간에서 쉽게 들을 수는 없더라도, 한국 로큰롤의 명맥을 이어 오며 묵묵히 인디씬을 지키고 있는 그들이 있다는 것을 좀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 아니겠는가.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 of the Year’가 2009년, 2010년에도 쭉 이어져 한국의 로큰롤, 한국의 인디 음악을 조명하는 의미 있는 시상식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정미래 기자(FILMON)
일곱 팀에 선정된 마제, 바플라이, 장기하와 얼굴들, 한음파, 국카스텐, 고고스타, 드라이플라워는 인디씬에서 그 실력을 충분히 검증받은 밴드들이다. 하지만 오늘은 단순히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대상을 놓고 경합을 벌여야 한다. 가수 이상은, 음악평론가 박은석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이들의 음악적 예술성뿐만 아니라 연주력, 무대 매너, 관중의 호응도까지 모두 살핀 후 영예의 대상과 특별상, 인기상 수상팀을 선별하게 된다. 평소 <스페이스 공감>이 진행되던 151석 규모의 아담한 공연장 ‘EBS SPACE’가 아닌, 2천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멜론악스에서 열린 이번 ‘헬로루키 of the Year’는 그 규모에서부터 2008년을 화려하게 장식할 무대임을 실감케 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3시간 전부터 추위를 잊은 관객들의 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공연장 안에선 완벽한 라이브 무대와 원활한 진행을 위한 리허설이 엄격하게 진행됐다. 이윽고 오후 5시. 공연장의 문이 열리자 1층 스탠딩 객석과 2층 좌석에 2천여 명의 관객이 빨려 들어갔다.
그룹 문샤이너스의 리더이자 영화 <고고70>으로 배우 신고식을 멋지게 치른 차승우가 기타를 메고 등장해 오프닝 무대를 힘차게 열어젖힌다. 이윽고 뮤지션으로 영역을 넓힌 패션모델 장윤주가 명품 몸매를 뽐내며 등장. 이날의 사회자 차승우와 장윤주가 나란히 서자 객석은 환호로 요동친다. “징그럽게도 많이 오셨습니다.” 혀 짧은 발음을 매력으로 승화시킨 차승우가 1, 2층을 빈틈없이 채운 관객들을 보고 진심으로 놀란 멘트를 날린다. 초보 MC 장윤주는 “오늘 우리 잘할 수 있겠죠?”하며 또 다른 초보 MC 차승우에게 긴장된 심정을 내비친다. 이제 ‘헬로루키 of the Year’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도울 차례. 무대 뒤편에 마련된 화면이 켜지자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의 조근조근한 내레이션을 배경으로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 프로젝트와 ‘헬로루키 of the Year’를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영상이 친절하게 상영됐다.
몰려오는 감동의 쓰나미
“여러분! 즐길 준비 되셨죠?”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MC의 외침이 관객의 심박동수를 한껏 높여 놓자 첫 번째 참가팀 드라이플라워가 조명을 받는다. 포크 록에 기반을 둔 서정적인 사운드의 드라이플라워. 허스키하고 파워풀한 가창력이 돋보이는 여성 보컬리스트의 호소력 짙은 노래가 통기타 선율과 어우러져 첫 무대를 안정적으로 장식했다. “그냥 공연이 아니라 경쟁이라는 것에 부담감이 있지만 참 즐겁다”고 말하는 드라이플라워가 두 곡을 연주하고 내려가자, “시작부터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오네요. 잘 한다, 진짜!” MC 차승우의 꾸밈없는 ‘감정이입형 멘트’가 관중을 웃음 짓게 했다. 두 번째 무대는 관록이 느껴지는 밴드 한음파가 이어받아 몽환적인 록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1, 2번 참가팀이 비교적 얌전하고 차분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면, 세 번째 참가팀 국카스텐은 공연장의 공기를 일순간 끓어오르게 한 주역이었다. 무대에 등장하기도 전부터 “국카스텐!” “국카스텐!” 팬들의 외침으로 예사롭지 않은 팀이라는 걸 예고하더니 에너지 넘치는 록 사운드를 선보이며 폭발할 듯한 함성을 유도해 냈다. 앙칼진 보컬과 힘 있는 헤드뱅잉으로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 퍼포먼스도 작렬했다. “이곳에 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영혼을 바쳤는지 모른다”는 재치 넘치는 멘트에서부터, “국카스텐이 언제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 보겠냐”며 “<스페이스 공감>은 우리처럼 사막을 걷는 인디 밴드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고 주최측에 귀여운 아부도 날려 준다. 가히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였다. 이에 차승우는 “같이 음악 하는 입장에서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을 주는 무대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인디씬의 슈퍼스타
한국 모던 록의 대표주자 언니네 이발관의 축하 무대가 후배 뮤지션들의 생기발랄함을 성숙미로 전환시킨 것도 잠시, 참가번호 4번 마제가 록 음악만이 내뿜을 수 있는 반항적인 기운을 잔뜩 몰고 나타났다. 올드스쿨 하드코어를 추구하는 밴드 마제는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보컬리스트의 ‘목발 투혼’이 빛나는 무대를 만들어 냈다.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인 양 심하게 들끓는 음색과 귀를 찢을 듯 강렬한 소음, 시뻘건 조명이 만들어 내는 무아지경의 록 사운드가 공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마제의 동물적인 사운드를 이어받은 건 고고스타. 고고 리듬에서 진화한 펑크 사운드를 추구하는 밴드 고고스타는 퍼포먼스가 가장 돋보이는 밴드다. 실감 나는 빗소리가 공연장을 에워싼 가운데 우산을 펴고 걸어 들어온 보컬리스트. 흰 가면을 쓰고 각자의 포지션에 서 있는 밴드 멤버들에게 한 명씩 다가간 후 피에로 인형을 무대에 걸어 놓는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신비로운 등장에 이어 흥겨운 디스코 사운드가 울려 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우스꽝스런 춤을 마구 추더니 백덤블링까지 하며 무대를 장악한다. 팬들은 자지러지는 함성으로 응수한다. 이들은 이미 인디씬의 스타였다.
고고스타가 떠난 후 공연의 후반부를 장식할 여섯 번째 팀 바플라이가 조용히 등장했다. 별다른 퍼포먼스도, 재치 섞인 멘트도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조용히 마이크를 잡고 기타를 치는 모던록밴드 바플라이. 정갈한 보컬과 풍성한 선율, 화려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팀이다. 심사위원 이상은은 “이 정도면 런던에서 공연해도 창피하지 않을 거 같다”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바플라이로 차분해진 분위기를 다시 최고조에 이르게 한 건 마지막 참가팀 장기하와 얼굴들이었다. 이미 ‘달찬놈’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디씬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포크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등장하자 객석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마치 MC라도 되는 양 자연스럽고 익살스런 말로 관객을 유도하는 장기하는 ‘인디계의 아이돌’ 같았다. 귀에 착착 감기는 보컬과 심금을 울리는 가사가 인상적인 ‘싸구려 커피’가 연주되자 모두 하나 되어 노래를 따라 부르기에 이른다. “이게 원래 슬픈 노랜데 너무 큰 사랑을 받다 보니 부를 때 감정이 안 잡혀서 큰일”이라는 장기하의 멘트에 또 다시 자지러지는 관객들. 그리고 드디어, 장기하 신드롬의 주역 ‘달이 차오른다, 가자’의 시작을 알리는 미미 시스터즈가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미미 시스터즈는 두건과 선글라스로 멋을 내고 예의 진지한 무표정 댄스로 ‘달이 차오른다, 가자’의 중독성 강한 멜로디에 몰입도를 한껏 높였다.
록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경쟁자들의 긴장감 넘치는 본공연이 모두 끝나 한숨 돌리는가 싶었다. 그러나 쇼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일곱 팀의 참가자들이 전부 무대에 나오더니 함께 준비한 헌정 공연을 시작하는 게 아닌가. 델리 스파이스의 ‘차우차우’,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 송창식의 ‘고래사냥’, 신중현의 ‘미인’ 등 한국 록 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들이 젊은 록 뮤지션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는 모습이 경건함마저 불러일으켰다. 마지막으로 장기하가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부르던 중, 무대 중앙의 문이 열리고 미미 시스터즈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김창완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헌정 공연의 백미가 시작됐다.
이날 참가팀 중엔 그룹 산울림이 활동할 당시엔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산울림의 김창완과 젊은 뮤지션들이 ‘록’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이렇게 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음악만이 주는 특별한 혜택이다. 김창완은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아직도 스물네 살이다. 노래는 주름이 지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겨 후배 로커들과 관객들의 찬사를 이끌어 냈다. 비록 얼굴엔 주름이 가득하지만 목소리만큼은 그 어떤 이십대 못지않게 청아한 김창완은 강렬한 펑크 록을 들고 돌아와 나이를 잊게 만드는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세대를 아우르는 로큰롤의 열정을 남기고 떠났다.
드디어 가슴 떨리는 시상식 시간. 객석에서 팬들이 각자 응원하는 팀의 이름을 연호하는 가운데, 가장 커다란 관객 호응도를 보여 준 장기하와 얼굴들이 인기상을 수상했으며, 록 음악의 무한한 확장을 증명해 보인 실력파 밴드 한음파가 특별상을 가져갔다. 그리고 2008년 최고의 인디 밴드로 인정받은 대상은 화끈한 무대로 공연 초반 분위기를 띄웠던 국카스텐에게 안겨졌다. 상금 500만 원과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 자격, 그리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에 설 기회까지 주어지는 대상의 영예. “얼마 전 사비를 털어 국카스텐 CD 1천5백 장을 구웠는데, 재킷 인쇄할 돈이 없었다. 이제 재킷을 인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참으로 ‘인디 밴드스러운’ 수상소감이 울지도 웃지도 못할 묘한 감동을 자아냈다.
‘헬로루키 of the Year’를 보면서 떠오른 건 얼마 전 열렸던 ‘2008 MKMF’였다. 2008년 최고의 아이돌 스타들이 모여 화려한 무대에서 첨단의 장비로 기똥찬 퍼포먼스를 선보인 게 ‘MKMF’라면, ‘헬로루키 of the Year’는 ‘인디 음악계의 MKMF’라 불러도 될 정도로 2008년 최고의 인디 밴드가 한자리에 모여 뜨거운 무대를 선사한 자리였다. 비록 공연장 규모나 세트의 화려함, 관객의 숫자와 대중의 관심도 면에선 확연한 차이를 보였지만, ‘MKMF’를 보며 느꼈던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 부족에 대한 아쉬움이 ‘헬로루키 of the Year’를 보며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었다.
비록 TV에선 못 보더라도, 더 많은 공간에서 쉽게 들을 수는 없더라도, 한국 로큰롤의 명맥을 이어 오며 묵묵히 인디씬을 지키고 있는 그들이 있다는 것을 좀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 아니겠는가.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 of the Year’가 2009년, 2010년에도 쭉 이어져 한국의 로큰롤, 한국의 인디 음악을 조명하는 의미 있는 시상식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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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스타 넘좋아요! 이번 공연 정말 재밌었겠네요. 방송으로 꼭 챙겨봐야겠어요
2008/12/31 15:20전 노브레인 노래를 좋아... ㅠ..ㅠ
2008/12/31 23:00블로그를 통해 정말 다양한 분야에 지식을 지니신 많은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답니다.
좋은 노래 많이 듣고 싶은데... 운영하시는 블로그가 그 해답을 줄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