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윌 페럴’의 부담스런 깜찍함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건 갑자기 등장해 스크린을 가득 채운 그녀의 영롱한 눈망울이었다. 할 말 잃게 만드는 커다랗고 푸른 눈에 눈부신 미소를 지닌 이 금발 여인은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엘프녀’였다. 아니, 이렇게 요정스러운 배우가 다 있나.
엘프(2003)
그렇게 <엘프>에서 조이 데샤넬이라는 배우가 처음 눈에 박혔다. 자신이 엘프인 줄 알고 살던 남자의 인간성 되찾기를 그린 이 황당 코미디에서 엘프 코스프레를 하고 백화점에서 크리스마스용 선물 포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녀는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이 요정 뺨치는 외모를 지녔지만 실은 입에 풀칠하고 사는 게 영 피곤한 뉴요커였다. 첫 등장 때 한 가득 마법 가루를 뿌려 놓고는 이내 시니컬하고 엉뚱하게 ‘깨는’ 면모를 과시한 그녀. 심지어 윌 페럴과 로맨스를 펼치기까지 한 그녀! 이때부터 ‘조이 데샤넬’이라는 특이하고 낯선 이름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니 데샤넬을 처음 접한 건 <올모스트 페이머스>였다. 주인공 소년 윌리암의 누나 애니타로 출연한 그녀는 언제 이 영화에 나왔었나 싶을 정도로 아주 잠깐 등장한다. 하지만 그녀는 윌리암이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달고 쓴 세상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인물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히피로 분한 데샤넬은 방에 처박혀 록 음악만 듣고 있는 남동생에게 모험을 하라고, 쿨하게 살라고 부추긴다. 어수룩한 15살 소년이 록 밴드 투어에 동참해 <롤링 스톤>에 기사를 쓰고, 첫 사랑의 짜릿함도 맛보게 만든다.
올모스트 페이머스(2000)
그녀의 귀엽고 달콤한 외모는 꽃미남과 커플을 이룬 이쁘장한 로맨스 영화의 히로인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조이 데샤넬은 달달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얘가 걘가’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스타일을 바꾸며 작품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스위트한 외모를 배반하는 ‘이상한 여자’로, 주연이기보단 조연으로, 주류보단 비주류에 가까운 영화 위주로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기상천외한 SF극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도 데샤넬은 이상한 여자 트릴리언이 된다. 사랑스런 외모로 주인공 아서의 마음을 빼앗더니 느닷없이 “마다가스카로 떠나자”고 말한 그녀는 소심한 아서가 망설이자 뒤도 안 돌아보고 똘아이 우주인 자포드에게 이끌려 우주로 날아간다.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에선 또 어떤가. 사라 제시카 파커와 매튜 맥커너히의 그닥 인상적이지 않은 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데샤넬은 역시나 귀여운 외모의 괴짜 여인으로 등장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물론 괴상하기로 치면 드라마 <위즈>가 최고봉이다. 어느 하나 막장 아닌 캐릭터 없는 <위즈>지만, 시즌2 후반부와 시즌3 초반에 이르는 4개의 에피소드에 투입된 데샤넬은 앤디의 옛애인 캣으로 분해 ‘제대로 미친 여자’의 면모를 온 몸 던져 표현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 귀엽고 사랑스런 얼굴을 하고서.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2006)
틴맨(2007)
모험과 판타지는 이상한 나라에서 튀어 나온 듯한 배우 조이 데샤넬이 선택한 영화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정서다. 그 중에서 드라마 <틴맨>은 가장 돋보이는 지점이다. ‘사이버펑크 버전 <오즈의 마법사>’인 <틴맨>에서 ‘SF 버전 도로시’가 된 데샤넬은 이상한 나라의 모험심 가득한 소녀로서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판타지 아동극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나 이상현상 재난극 <해프닝>에서도 데샤넬의 범상치 않은 기운은 영화의 일부분으로서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짐 캐리라는 대스타의 그늘에 가려 ‘주인공의 어여쁜 파트너’쯤으로 적당히 소비될법한 최신작 <예스맨>에서도 조이 데샤넬은 예의 이상한 기운을 잘 살려내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 넣었다. 네댓 명의 ‘오덕후’ 관객을 앞에 두고 기이한 퍼포먼스를 동반한 괴노래를 매우 진지하게 부르는 장면은 과하지 않게 괴짜스러움을 표현하는 조이 데샤넬표 연기의 정점이다. 달리면서 사진 찍는 게 취미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인생이란 놀이터에서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신나게 놀 줄 아는 여자를 그처럼 그럴만하게 표현할 배우는 드물다.
예스맨(2008)
10여 년간 40편 가까운 작품에 출연할 정도로 왕성한 필모그래피를 보여주고 있는 데샤넬. 하지만 그녀의 다양한 출연작을 한국에서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어쩌면 우린 조이 데샤넬이란 배우의 극히 일부분만을 경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의 신작이 더 기다려진다. 어떤 영화에서 어떤 비중으로 출연하든 그녀는 이상하게 빛날 테니.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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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 디샤넬 예뻐요! 필모그라피를 보다가 엘프에선 어떤 캐릭터로 나왔을까 했는데 저런 모습이었군요. 그녀에게 금발은 별로 안어울리는 것 같네요. 해프닝에서도 독특하게 맹한 모습이 참 예뻤는데...
2009/01/08 11:00전 <엘프> 때가 가장 예뻤던 거 같아요. 이 영화 무지 재미있습니다. ㅎㅎ 기회 되시면 꼭 보세요!
2009/01/08 15:27개인적으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의 이미지를 매우 좋아하고 있어요.
2009/01/08 20:26왠지 최강희와 비슷한 이미지를 풍기는 것 같기도 하고, 여하간 완소 입니다. 개인적으로 격하게 아끼는 배우에요. ㅇ_ㅇb
그러고 보니 최강희와 좀 닮은 듯! ㅎ
2009/01/09 13:21정말 묘하게 이쁜 여배우죠. 요즘 호감가는 배우들 중 하나입니다.
2009/01/09 03:27<엘프> 보고 싶어지네요. 저 귀여운 얼굴이라니ㅜㅜ
꼭 보세요~~
2009/01/09 13:22그거 보고나서 어 저 여배우 누구냐!!! 그러면서 찾아봤던 기억이 나네요.
2009/01/14 22:34최강희씨랑 조금 비슷한 느낌인 것 같은데요.
어쨋든 아주 매력이 넘치는 분이 아닌가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