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3M興業 (흥 UP!) : [JIFF 2008] 영화 보다가 소변이 마려우면?을 읽고
내가 극장에서 핸드폰의 전원을 완전히 끄는 이유는 단 하나다. 다른 사람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뻔한 이유보다도 나 스스로가 핸드폰으로 인해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핸드폰 전원을 꺼달라는, 그리고 꺼야 한다는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핸드폰이 자기 자신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영화를 보고 글을 써야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극장을 찾은 사람들만 그득할 기자 시사 도중에도 핸드폰은 울리곤 하니까. 그리고 그들이 극장 내에서조차 꺼두지 못한 핸드폰으로는 분명 중요한, 아주 아주 시급을 다투는 중대한 내용이 담겨있을 게 분명하기에 대체로 이해는 해보려고 언제나 노력 중이다. 허나 나는야 아쉽게도 그런 대단한 전화를 받을 곳도 없고, 당면한 영화 관람이 훨씬 더 지대한 관심사인지라 영화 시작 전 반드시 핸드폰을 끈다. 해보면 알겠지만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영화 상영 중 극장을 들락거리며 화장실을 다닌다는 사람들은 극장 안에 켜놓은 핸드폰처럼 남아있는 관객들에게 야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잠재된 불안요소다. 굉장히 조심스럽고 민망한 마음을 가득 안은 채(어쩌면 방광 내 가득 찬 소변보다 더!) 극장을 나설 게 분명하다. 당당히 왔다 갔다 할 리도 없거니와 본인 스스로도 영화의 일부분을 놓치는 것이기에 일부러 그랬을 리도 만무하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적은 용량의 방광과 영화관이라는 갇힌 공간에서만 발생하는 심리적 동요로 말미암은 이 안타까운 생리현상은 그저 비극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어보인다.
하지만 극장 안에서 앵앵대며 울리는 진동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극장 안에서 핸드폰을 이곳저곳에서 펼쳐드는 통에 쏘아대는 빛에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극장 문을 여닫으며 들어오는 빛은 특히나 더 고통스럽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펼쳐드는 핸드폰이나 상영 도중 아주 조심스럽게 화장실을 다녀오는 행위 따위가 누군가의 영화 관람을 해친다는 생각까지 미처 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런 작은 것들에 울컥하는 사람들이 정말 있다. 영화만 보면 요의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영화제는 특히나 더 심각하게 극장 내 ‘관객 관리’를 주도하지만, 그래도 핸드폰은 켜져 있고, 화장실 가는 사람도 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상영 전에 ‘핸드폰을 꺼 달라’,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 음식물 반입을 금지한다’, 그리고 ‘상영이 시작되면 이동을 자제하고 상영 도중 극장 문을 나서면 재입장이 불가하다’ 등의 안내 문구를 빠짐없이 내보낸다. 짧은 문장으로 빠르게 지나가지만 그 규칙들은 ‘쾌적한 영화관람’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실제로 그 규칙 덕분에 바스락대는 소리가 극장을 가득 채우던 풍경은 확실히 막을 수 있었던 거고 극장 내 정적을 깨는 공포의 핸드폰 소리도 경험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반론을 제기하기 힘든 공고한 규칙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람 나기 전에 영화가 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극장을 빠져 나가는 이들을 관용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그러나 유수의 해외영화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관객들은 그저 관객들의 저평가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상황일 뿐이지, 결코 지향해야할 행동이나 이를 영화제적 풍경으로 치부하는 합리화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민망함과 미안함을 무릅쓰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람의 황망한 죄책감까지 감싸안아줄 만큼 영화제의 규칙들이 특히나 더 녹록치 않은 까닭은 영화가 존중해야 되는 예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도 방해받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고픈 여느 관객에 대한 존중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객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쾌적하게 영화를 볼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마려운 오줌까지 참아가면서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강상준 기자 (www.film-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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