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시체들의 일기 DIARY OF THE DEAD
2007 | 감독 조지 A. 로메로 | 제작 피터 그룬월드, 아트 스피겔, 셈 엥글바르드트, 아라 카츠 | 촬영 에덤 스위커 | 편집 마이클 도허티 | 음악 노르망 오렌스타인 | 출연 미셀 모건, 조쉬 클로제, 숀 로버츠 | 95분 | 2008 JIFF 불면의 밤: 호러의 밤
한 무리의 영화학도들이 공포영화 촬영 도중 죽은 사람들이 살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습격한다는 뉴스를 접한다. 겁에 질린 이들은 학교를 버리고 안전한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가족들마저 좀비로 변한 것을 보고 도망칠 곳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곧 전 세계는 좀비들이 점령한다. 이 와중에 제이슨은 카메라를 들고 집요하게 좀비들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담는데 여념 없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좀비를 통해 미국 사회상에 대한 풍자적인 시선을 던지며 인간 이면에 대한 불신을 공포영화라는 장르 안에 녹여왔던 감독 조지 A. 로메로. 그의 2007년작 <시체들의 일기>는 또 하나의 현대문명에 대한 우화다. 느닷없이 죽은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산 사람에게 이빨을 들이대기 시작한다. 시체는 또 다른 시체를 만들고, 그렇게 새로 태어난 시체들은 더 많은 시체를 양산하며 생자(生者)들을 공포에 몰아넣는다는 좀비의 기하급수적 철칙은 <시체들의 일기>에서도 여전히 반복되는 코드다. 다만 생소한 것은 조지 A. 로메로의 2007년도판 좀비의 서사 방식이다. 좀비를 꾸준히 호러 장르 이상의 존재로 확장해나가던 로메로 감독의 또 다른 야심은 일인칭 시점을 통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택해 <블레어 윗치> <클로버필드>의 성공적인 사례를 다시금 로메로만의 좀비 이야기에 적용시킨다.
카메라에 이 모든 사건의 진실을 담겠다는 제이슨의 강박은 <블레어 윗치>와 <클로버필드>가 그랬듯 좀비의 습격과 이를 따돌리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고어 장면들을 더욱 피부에 가깝게 위치시킨다. 그러나 이번 로메로의 우화는 UCC로 대변되는 새로운 현대 문명에 대한 성찰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느닷없이 날라 온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를 향해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클로버필드>의 장면이 현대의 기록 문화와 그 무의식적 집착을 함축하고 있듯이, <시체들의 일기> 역시 바로 눈앞에서 좀비와 맞닥뜨린 동료에게 끊임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기록에 대한 가치를 우위에 놓는 어리석음을 질타하며 최근 <킬 위드 미>가 정면으로 다뤘던 군중들의 몰도덕성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더해 온 세계가 좀비라는 새로운 법칙에 지배당함으로써 경찰이나 군인이 치안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우위에 서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에 대한 당연한 귀결을 보여주기도 하며, 종국에는 좀비를 사냥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조명함으로써 좀비라는 메타포를 더욱 분명히 한다.
영화는 완전히 날 것을 보여줬던 <클로버필드>와는 다르다. 지금 상영되고 있는 장면은 경각심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새롭게 편집하고 음악을 가미했다는 속편한 설정 아래 장르영화 특유의 정제된 방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미 UCC 형식을 빌린 일인칭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낯선 방식이 아니다. 이를 대규모로, 그것도 시침 뚝 떼고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상황인 듯 밀어붙이며 괴수 습격 상황을 가정했던 <클로버필드>에 비한다면 단순히 좀비 버전의 아류로 치부될 수 있을 정도로 <시체들의 일기>는 새로운 형식에 한껏 기댄 정도에 비해 많은 결과를 산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강상준 기자 (www.film-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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