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질링> - “내 아이가 아니에요.”
어느 날 한 아이가 사라진다. 아이의 엄마 크리스틴(안젤리나 졸리)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아침엔 돌아올 것”이란 대답만 듣는다. 하지만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5개월이 지난 어느 날 아들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크리스틴은 기쁜 마음으로 기차역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자신의 아들이 아니다. 경찰에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얘기를 해보지만, 그녀는 엄마의 역할을 하지 않는 ‘무책임한 어른’이란 소리만 듣는다. 부패와 책임방기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경찰 당국은 모든 책임을 크리스틴에게 돌리고, 그녀는 힘겨운 싸움을 한다.
<체인질링>은 1920년대 실제로 발생한 해프닝을 통해 모성과 권력의 부패를 섬뜩하게 그린다. 모성의 발로인 아들 찾기 과정에서 그녀는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타자’로 낙인찍힌다. 처음에는 아이를 돌보고 싶지 않은 부정한 엄마에서, 권력에 도전하는 반체제적인 문제 시민으로, 종국에는 정상적인 사고체계를 갖지 않은 미친 사람이 되고 만다. 이는 철학자 미셸 푸코가 <광기의 역사>에서 밝힌, 멀쩡한 사람이 권력에 의해 사회 부적응자로 추락하는 과정과 일치한다. 우리가 사는 국가 권력의 근원과 작동 원리는 대체 무엇인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질문은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모든 사람이 크리스틴의 아들이 죽었다고 확신할 때도, 그녀는 아들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편이었던 사람들과도 인식의 차이를 달리하게 되는데, 여기서 새로운 질문이 등장한다. 과연 인간은 진리를 획득할 수 있는가. 인간은 삶을 위해 진리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아닌가. 이 혼란 속에서 크리스틴은 희망을 본다. 과연 그 희망의 정체는 무엇일까. 눈물 속에서 희망의 빛을 간직하고 있는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와 긴장과 이완의 정서를 동시에 환기시키는 재즈풍의 음악, 1930년대의 느낌을 충실히 살린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여우주연상(안젤리나 졸리), 촬영상, 미술상 노미네이트.
<다우트> - “당신은 조금의 의심도 없나요?”
1964 브롱크스의 성 니콜라스 교구 학교. 학생은 손톱을 길러서도, 볼펜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거대한 감시자인 교장 수녀 알로이시스(메릴 스트립)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감시와 통제가 학교를 운영하고, 신과 가까워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두 가지 고민이 있다. 최초의 흑인 학생 도널드 밀러(조셉 포스터)와 자유와 변화를 바라는 플린 신부(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가 그 주인공이다. 플립 신부와 밀러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흔적을 포착한 알로시이스 수녀는 둘을 쫓아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다우트>의 ‘차이’가 충돌해 빚어낸 비극을 재현한다. 알오이시스 수녀와 플립 신부는 닮은 구석이 없다. 한 가지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본질적인 목표인 신의 구원이다. 만약 이들이 동일한 지향점을 갖지 않았다면, 혹은 하나의 목표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면, 그 같은 비극이 있었을까. 작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공동체가 한 가지 목표를 갖는다는 것은 착각이다. 그런데 착각은 현실에서 차이를 제거하려 하는 잔인한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의심 없는 신념, 폭력이 과연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메릴 스트립과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펼치는 연기 대결이다. 소름끼치는 냉정함을 선보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무서운 공격성을 선보이는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압권이며, 열정적이면서도 끊임없이 고뇌하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연기 또한 뒤지지 않는다. 이밖에 사건의 전말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존 패트릭 샌리 감독의 연출과 숨 막히는 인간관계를 공간으로 형상화한 영상 또한 인상 깊다. 연극이 원작인 <다우트>, 화려한 카메라 워크, 자극적인 이미지 등 영화적 장치가 없어도 한 작품이 살아 숨 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남우조연상(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여우주연상(메릴 스트립), 여우조연상(에미 아담스, 비올라 데이비스), 각색상 노미네이트.
<레볼루셔너리 로드> - “당신은 날 사랑해!”
그들도 나이를 먹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첫눈에 반했던 이들이 어느덧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부모가 됐다. 매일 같은 직장생활로 변화 없는 나날을 보내는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은 어느 날 프랑스 파리로 떠나자고 한다. 잠시 고민하던 프랭크는 의외로 쉽게 수락하며, 프랑스로 떠날 준비를 한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고 해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출발 날짜가 다가면서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각자 한 가지씩 소식을 들고 온다. 그들은 떠날 수 있을까.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타이타닉>보다 샘 맨더스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와 훨씬 가까운 작품이다. 샘 멘더스 감독은 10여 년 전 헤어졌던 연인을 결합시키지만 그들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작품에서 프랑스 파리는 에이프릴의 이상향이다. 연애 초창기 시절, 프랭크는 에이프릴에게 파리의 경험을 얘기하고, 그녀는 그를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라고 생각한다. ‘파리=변하기 전 프랭크=행복했던 기억=이상향’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셈이다. 이는 ‘현실은 행복하지 않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비단 프랭크, 에이프릴 부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길 이름)가 관통하는 마을 사람들은 이 부부를 부러워한다. 잔디 마당 위의 하얀 집에 사는 그들은 분명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부러워하는 것의 실체는 없다. 그저 있다고 믿을 뿐이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에이프릴에게 ‘당신은 날 사랑해’라며 울부짖는 프랭크의 공허한 모습처럼. 점점 피폐해져가는 프랭크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드러나지 않는 슬픔이 더욱 애절하다는 것을 보여준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 아름다워 보이면서도 쓸쓸한 기운을 담고 있는 마을 공간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남우조연상(마이클 샤논), 미술상, 의상상 노미네이트.
*덧붙이는 말. <체인질링>과 <다우트>는 상영관이 많지 않다. 조만간 다 내릴 것 같다. 관람을 원한다면, 허리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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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더 레슬러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
2009/02/26 20:26여기서도 미키루크가 외면당하네요 ㅋㅋㅋ
<더 레슬러>를 외면한 게 아니라, 아직 국내 개봉 전이라서 언급하지 않은 것입니다.
2009/02/27 09:36<더 레슬러>는 곧 따로 리뷰로 다룰 예정입니다.
2009/02/27 00:26다우트는 정말 생각도 많이 하게하는 영화였어요.. 재미있기도 하고..
2009/02/26 23:15체인질링은 재미있기는 한데 좀 너무 가슴아파서 보기가 힘들었다는..
정말 changeling은 명작중에 명작이라고 생각함..
2009/02/27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