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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기억을 치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혹자는 상처를 꺼내 극복하라 하고, 혹자는 묻어둔 채 그냥 그렇게 살라고 한다. 문정현 감독의 <할매꽃>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고통을 받은 감독 자신의 가족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2001년 문정현 감독은 고향에 있는 작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감독의 기억 속에 작은 외할아버지는 냄새나고 항상 뭔가를 중얼거리는 인생의 패배자다. 이런 이유로 그를 멀리했던 탓에 감독은 망자의 죽음에 큰 감정의 동요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우연히 망자의 일기를 접한 감독은 자신의 가족사에 그동안 알지 못했던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외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면서 사회주의 사상을 받아들인다. 해방 후 자연스럽게 좌익운동을 한 외할아버지는 경찰에 의해 감옥신세를 지게 된다. 작은 외할아버지는 고문을 당하는 형을 면회하러 가는데, 그를 맞이한 건 우익 경찰이 쏜 공포탄이다. 공포탄 소리에 충격을 받은 작은 외할아버지는 이후 정신병을 앓게 된다. 이날 사건은 작은 외할아버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그는 가족은 물론 모든 사람을 경계하고, 자해를 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

쓰러져가는 가문의 중심을 잡은 것은 감독의 외할머니다. 물론 역사의 광풍 한 가운데 서 있는 그녀의 삶도 평탄치는 않다. 그녀의 큰 오빠는 평소 친분이 있던 동네 주민에게 총살을 당하고, 남편은 고문을 당한 뒤 피폐한 삶을 산다. 또 그녀의 동생은 일본으로 유학 갔다가 한국의 상황이 위태로워 돌아오지 못한 채 일본에서 조선인으로의 힘겨운 삶을 산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문을 지킬 마지막 사람이라고 생각해 남 몰래 눈물을 훔치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할매꽃>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워낭소리>와 유사한 지점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잊어버린 것들, 하지만 오늘 우리의 가슴 깊숙한 곳에 남겨진 것들. <워낭소리>에서는 그것이 낭만과 향수로 그려졌다면, <할매꽃>의 그것은 아프고 또 아픈 기억이다. <할매꽃>에서는 그 근원을 찾아가는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 이념적 대립이 만들어 놓은 가족, 마을, 그리고 한 나라의 처절한 갈라짐. 이를 보고 있자면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힘이 있다. 아픔을 간직하면서도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가족들의 역동적인 모습, 그리고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비밀스러운 가족사를 만천하에 공개한 문정현 감독의 용기 등은 아픈 자를 일어나게 하는 마력이다.

가족의 비밀을 속속 드러나면서 문정현 감독의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도대체 왜, 이들은 서로 죽이고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에 대한 질문이다. 감독은 그 대답을 듣기위해 가해자 가족을 만나고자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흔들린다. 감독은 과거를 들춰 현재를 사는 사람들을 또 다시 아프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픔을 묻어둬야 하는지, 감독이 영화를 시작하면서 던졌던 질문을 다시 마주한다. 물론 그 고민의 깊이는 가족의 험난한 여정처럼 깊고 넓게 확대된다. 그런 감독에게 중심을 잡아준 것은 그의 어머니다. 그녀는 “사람 사는 데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며 답 없는 고민에 괴로워하는 감독을 위로한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 전쟁과 이념 대립을 맨몸뚱이로 견뎌낸 외할머니가 병상에 누워 있다. 감독은 “다음 세상에는 마음 편히 사세요”라는 인사를 건넨다. 이는 고통과 회한의 역사를 품은 부모와 그 이전 세대에게 건넬 수 있는 젊은 세대의 힘겨운 인사말이다. 문정현 감독이 말을 들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할머니의 모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안효원 기자(FILMON)

[문정현 감독 인터뷰]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바로 당신의 이야기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릴 적 무서워했던 작은 외할아버지가 몇 해 전 돌아가셨다. 가깝지 않은 관계였기 때문에 큰 느낌은 없었는데, 작은 외할아버지의 얘기를 발견하고 놀라게 됐다. 작은 외할아버지는 정신병이 있었는데, 수십 년의 기록을 4박스 넘게 갖고 계셨다. 매주 교회에 가서 어떤 찬송을 부르고, 어떤 기도를 했고, 어떤 설교를 들었는지까지. 그리고 어머니를 통해 충격적인 가족사를 듣게 됐다. 그것을 기록한 것이 <할매꽃>이다.

언제 촬영을 시작했나?
2003년에 기획을 시작해 2004년 자료조사를 하면서 촬영을 시작했고, 2005, 2006년에 본격적인 촬영과 편집을 동시에 했다. 70-80개 테이프 분량을 촬영했다.

작업하면서 느낀 점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근현대사가 만든 아픔을 목격하게 됐다. 놀라운 것은 그것이 내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나 뿐 아니다. 친구, 동료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가족이 겪은 얘기다. 가족 이야기에 집중하면서도 근현대사가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었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가족 이야기라는 게 힘들었다. 다큐멘터리는 대상과의 관계 그 자체이다. 몇 년 동안 작업을 하면서 ‘가족 다큐멘터리가 힘들구나’ 생각했다. 아무리 가족 구성원들의 얘기라고 하더라도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객관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았다. 가족의 아픔과 슬픔을 정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작품이 가족의 한풀이나 위로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가족의 이야기를 객관화 시키는 것. 그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만큼 남는 것도 있을 텐데.
부모님, 특히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어머니를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선배들은 다큐멘터리를 인생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이번에 어머니를 통해 확실히 배웠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좋아서 하는 거다.(웃음) 내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 행여나 내 작품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을 것이다.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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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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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0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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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 net./moga2641 BlogIcon 모과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든 전쟁 때나 가족이 어려 울때는 늘 여자가 나라와 가정을 구했습니다.베트남의 전쟁 기념관에서 본 사진들도 전시에 나라를 구한 베트남 어머니들의 모습이 많았습니다.
    우리 나라도 지금 경제가 어려운데 여성들이 모두 힘을 합해서 나라 경제를 살리는 데 합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가 되는 순간부터 강해집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2009/03/11 12:26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oulream BlogIcon 어울림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고편을 보곤 딱 느꼈던건
    '이거 NL이 만든 영화구나;'
    마치 '우리학교'를 보는 듯한 느낌이였습니다. 아니 그 감독이 속편을 만든걸지도..

    민족의 비극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이런식의 영화구성은 곤란하지요. 북한에 긍정적인 영화는.

    2009/03/11 18:38
    • 농촌총각  수정/삭제

      영화 전편을 보시면 북한을 긍정하는 작품이 아니란 걸 아실 겁니다. 다소 그렇게 비칠 수 있는 측면이 있으나 그리 큰 부분은 아닙니다. 또 체제경쟁에서 이미 북한이 진 걸 모두 아는 상황에서 그 문제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런 얘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겠죠.
      영화는 이념과 신분의 갈등이 한국의 과거와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거대 담론은 개별 인간들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곧 지금 우리 사는 모습에 대한 영화라는 겁니다. 혹시 작품을 보시고도 생각이 바뀌시지 않으면 다시 대화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2009/03/11 19:49
  3. Favicon of http://culturemon.tistory.com/ BlogIcon 몬스터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고 갑니다.
    과거에 대한 올바른 정리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언제쯤 시작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남의 블로그에서 이런 얘기하는 건 실례일지 모르겠는데
    어울림님, 이념적 문제 혹은 사상적 문제의 경우 뭐는 안된다 식의 생각이
    지난 시기의 아픔을 만들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2009/04/0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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