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기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별다른 가공 없이 완벽 이식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는 사실 제목 그대로 ‘<프로젝트 런웨이>의 한국 버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표절과 창작 사이에서 주저하는 필연의 갈등을 완전히 배제한 채 인기 포맷을 정당히 구입하여 그 구성과 형식은 물론 때깔과 대사까지 그대로 재연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는 해외 포맷의 적극적(어쩌면 극단적) 활용만으로 일단의 선례를 남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찌됐든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는 지난 3월 7일 5회 방송을 기점으로 총 10회로 예정된 여정의 중간 절취선을 끊었다. 여전히 세계적인 성공에 기반을 둔 ‘익숙함’보다는 처음 느낀 ‘어색함’의 휘발 여부가 프로그램 시청의 관건이지만, 그 성공여부만큼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는 이른바 2034여성들에게는 동시간대 케이블채널 부동의 1위 프로그램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가구시청률도 꾸준히 1%대를 유지함으로써 어색한 번역체 문장과 과도한 따라잡기라는 지적도 패션디자이너들의 치열한 격전장 자체에 대한 관심을 막을 수 없음을 증명했다.
물론 문제점은 여전히 도사린다. 매회 출연자들이 불평하는 심사기준의 모호함은 곧 이들의 꿈을 담보한 시험을 단순 ‘게임’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첫 번째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판 원작과 마찬가지로 느긋하게 합의에 도달하는 심사위원단들의 모습은 도전에 응하는 출연진들과는 달리 언제나 여유롭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 여유로운 모습과는 달리 디자이너들을 끊임없이 주눅 들게 만드는 심사위원진의 발언에는 모두가 엄지를 세울 만한 작품으로써의 명확한 근거는 다분히 상쇄된 느낌이며, 이는 때때로 의외의 탈락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정도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행보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매회 고된 작업과 스트레스에 적응해가는 출연자들보다도 더 발전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심사위원들은 약점을 파고들어 출연진을 무장 해제시키는 질문과 명쾌한 기준을 내세우며 ‘진부한 디자인은 퇴출되고 진보한 디자인만이 환영받는 냉정한 패션계’를 대변하려 한다. 게다가 회를 거듭할수록 출연진들 각자의 캐릭터 역시 더욱 분명해지면서 ‘리얼리티 서바이벌’ 포맷을 부각시키려는 모습 역시 주목할 만한 점이다. 또한 탈락자의 윤곽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났던 원작에 비해 의외의 탈락자가 속출했던 것이 한국판 런웨이 심사기준에 대한 의혹을 부추긴 것이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극적 효과 면에서만큼은 실효를 거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무엇보다도 절묘한 예고편 편집으로 항상 분란에 대한 기대만 부풀렸을 뿐 실상은 아무 것도 아니었던 이전 방영분과는 달리 진짜로 출연진간의 갈등이 불거진 5회분은 드디어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의 진면목으로 또 다른 볼거리를 추가했다. 다분히 한국적이고 그래서 독창적(?)이랄 수 있는 소위 ‘낙하산 의혹’은 미션이 계속 될수록 내부 경쟁에 의한 갈등과 스트레스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 특별한 시발점을 제공했다. 단순히 동대문 시장을 무대 삼아 원단을 사러 뛰어다니는 것만으로 부족했던 ‘한국적인’ 무언가가 이런 식으로 특장점화될지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 경쟁 집단의 리얼한 한 단면인 것만은 분명하며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는 이렇듯 의외의 지점에서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다.
<프로젝트 런웨이>는 불가능한 미션을 완수하며 성장하는 이들 패션디자이너 세계에 대한 축소판인 동시에 우리가 서식하는 경쟁사회에 대한 압축판이기도 하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가 한국 패션디자이너의 세계를 압축하는 사이 고의로 한국의 이야기를 삽입하지 않았음에도 이만큼 완벽한 로컬라이징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벌어지는 그대로, 즉 ‘리얼리티’ 그대로를 담으려는 제작진의 분명한 의도에 기인한다. 한 회 한 회 피 말리는 경쟁을 통해 이제야 각자의 속내를 노출시키며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서의 기치를 세우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이 리얼리티가 앞으로 남은 5회분 한국형 런웨이 위에 새로운 재미를 각인시킬 수 있길 기대해본다. 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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