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있었던 <실종> 언론시사회 현장입니다. 희한하게 당일까지도 메일에는 무대인사 및 기자간담회 참가자를 명시하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예상을 깨지 않고 (왼쪽부터) 주연 문성근, 추자현, 그리고 신인 전세홍, 김성홍 감독과 프로듀서가 참가했습니다.
무대인사 역시 차례로 짧은 인사말과 언론시사 소감과 잘 봐달라는 애교를 버무리며 진행됐는데, 여기서는 약간 재밌는 부분이 있었다지요. <세이 예스> <올가미> 등을 연출했던 김성홍 감독은 약 5분 이상 장황하게 이 작품은 <추격자> 전에 시나리오가 완성된 것이며 강호순 사건 이전에 기획됐으며 나는 이런 영화만 벌써 네 번째 만드는 거라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네네, 영화로 확인할게요 감독님. 그리고 프로듀서님은 술이라도 한 잔 걸치신 건지 잘 봐달라며 무려 큰절을 올리셨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사진으로 담지 못한 점 반성합니다.
주연 추자현, 문성근입니다. 문성근 씨는 SBS드라마 <자명고>에서도 낙랑 땅이 미치도록 갖고 싶은 대무신왕 무휼 역을 맡아서 얼마 전 제작발표회에서는 화려한 의상으로 만나뵜었는데, 오늘은 그에 비해 수수한 차림이셨습니다. 자현 언니도 블랙으로 빼입으셨고 참가자 모두가 블랙톤으로 맞춰 입은 이유는 영화의 분위기를 고려했기 때문일까요.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 재미있게 봐주세요, 라는 부분에서 다들 상당히 어색해 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재미있게는 보지 마시고 다른 방식으로 봐달라는 얘기들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라는 게 꼭 뒤집어질 만큼 웃긴 것만 지칭하는 건 아닐텐데 말이죠. 살짝 귀띔하자면, <실종>은 그 어떤 의미에서도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한마디 더 보태자면 장르영화적 재미를 포기하고 얻은 효과는 최근 강호순 사건 등으로 경각심이 극에 달한 현상황에 대한 리바이벌일 뿐이었고 말이죠.
희생자 자매입니다. 이렇게 보니 얼핏 닮았는데 영화에서도 많이 닮아보이더군요. 상투구대로 두 사람 모두 '열연을 펼쳤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종>은 처음부터 끝까지 살인자의 영화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희생자의 반격이 완전히 거세된 살인자의 영화라고 해야 옳겠구요. 열연을 펼칠만한 구석을 그다지 마련하지 못한 채 두 여인은 일방적으로 갖은 고초를 다 당합니다.
앞서 두 여인들이 고초를 겪는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 고초라는 단어가 민망스러울 만큼 영화가 선사하는 강도는 꽤나 높고 불쾌합니다. 극의 균형이 처음부터 끝까지 살인자 쪽에 치우쳐 있어서 반격이나 그로 인해 생기는 긴장감, 서스펜스와 관련된 재미라고는 단 1그램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메시지? 어떤 메시지? 낯선 곳에서 낯선 남자를 조심하라는? 영화는 직접적으로 이를 언급하고 있지만, 글쎄요. 이게 굳이 극영화로 만들 만한 낯설고 주효한 메시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실종>은 장르영화적인 부분을 완전히 포기하고 별다른 사건 없이 일방적인 주행만 계속합니다. 잔혹한 설정으로 사실적인 무언가를 끌어오기 위해 무진 애를 쓰지만 그에 비해 영화가 흡입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처음부터 그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주의라는 이름의 함정에 빠져서 정말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영화 <실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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