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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잡지 수몰 위기?

ESSAY ON 2009/03/14 18:52 Posted by 파란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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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시사를 보고 나오던 참, 동행한 A기자가 담배를 사야 된다며 잠시 가던 길을 멈췄다. 다행히 서울극장 편의점에서는 담배를 팔지 않았고 조금은 고소한 마음으로 편의점을 나오던 중 방송작가 K선배와 마주쳤다. 그렇게 우연히 K선배와 만난 A기자와 나는 편의점 앞에 우두커니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제는 빤했다. <실종>이 그래도 <세이 예스>보다는 나은 거다, 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미 업계에선 며칠 전부터 기정사실화되어 돌고 있는 소문의 주인공 P잡지와 관련한 이야기로 흘러들어갔다. 여전히 뜬소문인지 아닌지, 왜 이런 소문이 나돌게 된 건지, 진짜 실상은 무엇인지 아리까리했던 나도 K선배를 통해 이 이야기를 벌써 세 번째 듣는 것이었다. 얼마 전 폐간한 F잡지의 선례에 미루어보건대 P잡지의 폐간 역시 확실한 것 같다. 그러니까 F잡지와 P잡지의 폐간 후 이제 남은 영화지는 주간지 둘, 월간지 하나. 그러나 남은 셋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 오히려 이들의 폐간 소문은 더욱 오래 전부터 돌고 있으니 말이다.

오랫동안 영화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그램의 방송작가로 일하는 K선배는 작금의 사태를 향해 이렇게 이야기하더라. “언젠가 돌아갈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고향들이 하나둘 수몰되어 가는 것 같아. 이제 돌아갈 곳이 없어”라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정처 없이 수몰지를 맴돌았다. 그리고 P잡지의 폐간이 혹시 “한국이 싫었다”고 말한 권상우의 인터뷰를 실었기 때문에 권상우가 폐간시킨 거 아니냐는 우스개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나도 이런 한국이 싫다는 자조와 탄식으로 얼룩져 갔다.

가장 큰 독자층을 20대로 삼고 있는 영화잡지는 ‘88만원 세대’로 몰락한 20대와 함께 몰락 중이다. 한 달에 한 번 극장을 찾을까 싶은 사람들이 즐비한 이때, 그리고 어떻게 먹고 어떻게 입고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의 문제가 더욱 절박한 사람들에게 영화란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무언가일 뿐이다. 우리가 전혀 몰랐던 사이, 아니 우리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음에도 애써 외면하고 격려하고 밝은 미래만을 갈구하는 사이 한국의 영화는 그런 위치로 전락했다는 중간 결론은 참으로 쉽게 도출됐다. 이어 K선배는 “이제 얼마 후면 평론가들도 할리우드 영화만 가지고 얘기할 거야. 아이러니하지만 정말 그렇게 가고 있잖아”라고 말했다. 고개를 들어 서울극장에 걸린 대형 포스터를 쭉 훑어보니 정말 그렇다. 하지만 이 잘 빠진 할리우드 영화란 것들마저도 일주일 이상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작품은 불과 몇 개 되지 않는다. 훌륭한 영화라며 글을 늘어놓는 순간 이 영화들은 모두 순식간에 한국 관객들을 스쳐 지나갔고 또 스쳐 지나갈 것이다.

물론 어디 영화나 잡지만 이렇게 죽어나는 것인가. 책도 어렵고 음악도 어렵고 모두가 힘들다. K선배가 작가로 있는 영화음악 라디오 프로그램 역시 시장의 논리에 근거하야 그냥 가요나 틀자는 압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이유인즉슨 너무 어렵단다. 물론 K선배는 “우리가 무슨 C잡지도 아닌데 어려운 얘길 하겠어”라지만, 그 어려움이란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늘날 영화가 상징하는 커다란 벽과 맞닿는다. 정말로 사람들은 점점 더 즉흥적이고 즉물적인 것에만 반응할 뿐이다. 취향이라는 건 오래 전 사치로 전락했고 이제는 보는 순간 느껴야 하고 듣는 순간 움직여야 한다. 그 뿐이다.

바로 그날 저녁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취재하러 갈 A기자 역시 나와 함께 점심을 먹는 도중 그래도 이 시상식이 소극장에서나마 열리게 된 게 다행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래, 다행은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도 돈으로 보는 장관님 덕에 1등만 살아남는 경쟁력 있는 문화 만들기에 진력이 나는 건 사실이다. A기자와 나는 돈이 없어 이민 못가고 눌러 사는 거지 권상우만 한국이 싫은 거냐며 괜스레 울적해하면서 꾸역꾸역 순대를 밀어 넣었다.

확실히 영화의 위치는 과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달라졌다. 어쩌면 그다지 크게 변한 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즐길 수 있는 어떤 수준의 문화는 결코 아닌 듯하다. 담론 같은 건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고 이 공허한 이야기를 사람들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시간을 때우는 무언가로 인식해 잠시 혀를 댄 후 퉤 뱉을 뿐이다. 자연히 영화잡지가 설 자리도 없어져만 간다. 영화를 홍보하는 입장에서도 이제 영화잡지란 하나의 창구에 불과하다. 그것도 감독 인터뷰나 영화 비평 따위를 실으려 하는 아주 귀찮고 비효율적인 창구.

A기자가 간만에 담배를 피지 않는 탓에 비교적 청량한 공기를 마시고 있었음에도 가슴은 참 답답했다. 나도 이런 한국이 싫었고 이런 얘기를 하는 도중에는 정말 현기증이 일 만큼 싫었다. 물론 단지 나나 권상우만 싫은 한국은 아닐 것이다. 없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없이 살아야 하는 탓에 한국이 싫을 테고, 있는 분들도 무슨 절박한 이유가 있어서인지 원정출산에 열을 올리며 한국을 싫어하고 있지 않던가. 영화잡지 수몰? 아니다. 한국의 문화가 수몰 위기에 내몰렸다. 이게 비단 나라님이나 장관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렇게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래, 아직까지는 그래도 다행인지 모르겠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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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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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zinsayascope.com BlogIcon 진사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마음이 아픕니다. 글에는 이니셜로 처리되어 있지만 어떤 분들이실지 빤히 보이는 마당에 이런 마음이 더 깊어요. 무슨 쇳덩이 하나 등짝에 진 느낌이라서 말입니다. : (

    아직도 오프라인 영화잡지의 영향력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는 저한테는 더 뼈아픈 소식이 아닐 수 없어요. 어쩌면 온라인 매체 (E모, F모 웹진을 제외한 모든 온라인 매체들) 보다 더 신뢰하고 있는 게 오프라인 영화잡지들이라 그런 건지도 몰라요. 이 댓글 달면서 책장의 절반을 점령한 영화잡지들을 잠깐 스윽 훓어보고 나니 참 제가 다 서글퍼지네요 하하. 오프라인 영화잡지의 현실이 이토록 참혹하다는 것이.

    직딩 시절부터 시작해 정말 많이 쓰지도 않는 주머니돈을 탈탈 털어 영화잡지 한 권 사서 보는 게 참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 보람된 일들 중 하나가 되어 있는데, 더 이상 이런 풍경을 만나기 난감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참 기분이 슬퍼요.

    기사의 마지막 문장인 '아직까지는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그래도 일말의 바램을 걸어 봅니다. 예전에 필름2.0 폐간 관련해서 글을 적었을 때 마지막에 적은 문장이 기억나네요. '더 이상 이런 기사를 오프라인 매체로 볼 수 없는 것은 불행' 이라고....^^ 더 이상 이런 슬픈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만, 세상이 너무 박하네요. 이거 뭐 대세만 밀어 주는 분위기라 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2009/03/17 11:08
  2. Favicon of http://www.moviejoy.com BlogIcon 무비조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영화 좋아하는 분들하고 이야기하면
    다들 위기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정말 뾰족한 수가 없더군요...

    영화잡지가 폐간되어도 인터넷에서 대신할 수 있을거란 믿음 혹은 맹신을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실상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영화전문지들이 없어진다는 것은 전문가 집단이 없어진다는 것과 마찬가지란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사이트를 운영하기는 하지만 인터넷에서 제공해줄 수 있는 것과
    전문가들이 제공해주는 심도 깊은 영화분석 글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전문가 집단이 살아 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비평이나 다른 대안을 제시하면서 어떤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데.. 그런 전문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자꾸 매몰되어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요즘은 무조건 문화도 돈이라는 인식하는 위엣분들때문에 영화 잡지 한 둘 없어진다고 뭔 대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죠..

    2009/03/17 16:46
  3. 새벽거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에 절절 와닿는 얘기... ㅠㅠ
    건필하시고 화이팅임돠.

    2009/09/1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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