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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보다 서둘러 찾아온 여름 덕분에 사람들의 걸음이 분주해졌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12일) 그 어떤 곳보다 활기차고 분주한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가 열린 신촌의 아트레온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스탭들까지. 여기에 열기를 더하고자 필름온 기자들 또한 아트레온을 찾았다. FILMON과 ‘영화 좀 보자’ 2탄 - 여성영화제 특집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극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려본 게 얼마던가. 상영 시간이 될수록 심장의 박동은 빨라졌다.

사실 이번 이벤트에 많은 독자들이 함께하지는 않았다. 아마 날씨가 너무 좋아 사랑하는 이와 멀리 여행을 떠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은 아쉬움일 뿐, 영화와 함께 보는 이가 있는데 어찌 오래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상영 시간이 다 되어 상영관을 찾았다. 최근 한국 극장가가 불황을 겪고 있다고 하지만, 여성영화제가 열리는 아트레온은 예외였다. 많은 관객들이 줄지어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와우!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관객들의 낮은 목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도 별 시덥지 않는 농담을 나누며, 축제를 즐겼다. 그리고 불이 꺼지고 영화 <레인>은 시작했다.


<레인>은 바하마 소녀 레인의 성장영화이다. 작은 섬에서 할머니와 살던 레인은 할머니가 죽자 엄마가 있는 도시로 나간다. 모든 것이 낯선 땅. 신기한 눈으로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레인. 하지만 도시는 그녀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을 허락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응시하면 불쾌해하는 도시 사람들은 그녀의 시선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어머니를 만난다. 모녀상봉. 하지만 감동적이거나 눈물겹지 않다. 엄마 글로리는 무덤덤하게, 그녀가 살고 있는, 일명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레인을 데려간다. 그때까지 레인은 몰랐다. 그곳에 왜 무덤이라 불리는지. 그곳은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빈곤의 순환이 반복되는 곳이다.

가뭄에 비 오듯, 레인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친절한 선생님’ 아담스가 지도하고 있는 육상부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달리기는 레인의 특기이다. 도시처럼 놀이문화가 많지 않는 그녀에게 달리기는 유일한 친구였다. 레인은 이제 트랙 위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게 됐다. 하지만 그 트랙도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촌뜨기의 달리기 실력을 시샘하는 친구들은 그녀를 따돌리고, 새 운동화 하나 살 수 없다. 거기다 레인의 학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판 글로리는 깊은 마약중독에 빠져, 침대를 나오지 못한다. 그 무엇 하나 레인에게 촉촉한 단비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가뭄 끝에 비가 오듯, 희망의 줄기가 레인을 감싼다.


<레인>은 바하마산 <달려라 하니>라 할만하다. 불우한 환경, 하지만 운명에 맞서 달리고자 하는 의지. 이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성장 영화의 전형을 따르고 있는 영화는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바하마의 낯선 풍경과 낯선 이들의 삶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깡말랐지만 쉽게 지치지 않는 레인의 모습 또한 생의 의지가 충만하다. 또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바하마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 영화 작업을 한 마리아 고반 감독의 애정이 영화 전반에 묻어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상영관이 불이 켜지고, 마리아 고반 감독과의 대화가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런데 좌석 뒷자리에 있던 한 관객이 쑥 일어나더니, 앞으로 나갔다. 아, 감독과 영화를 앞뒤자리에서 보다니,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영화보고 난 뒤 최고의 재미가 있는 뒷풀이 자리로 옮겼다. ‘이 영화는 성장 영화네’ ‘이 영화는 루저 영화네’ ‘이 영화는 스포츠 영화네’ 등 많은 얘기가 나왔다. 양꼬치와 함께 먹은 칭따오 맥주 또한 시원했다. 영화를 함께 보거나,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거나, 맛있는 저녁을 먹거나, 시원한 맥주를 함께 할 독자가 다음에는 더 많았으면 좋겠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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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zinsayascope.com BlogIcon 진사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놀라운 경험을 하셨군요. 감독님과 가까운 좌석에서 영화를 보셨다니 : )
    감회가 남다르셨겠는걸요? 이래서야 못 간 게 한이 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싶군요 ㅜ.ㅜ
    결론은 이런 대박 부럽습니다 입니다. 하하.

    성장 - 루저 - 스포츠 영화라... 뒷풀이 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나 보네요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2009/04/1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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