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학교 가는 길 BUDDHA COLLAPSED OUT OF SHAME
2007 | 감독 하나 마흐말바프 | 제작 마이삼 마흐말바프 | 촬영 오스타드 알리 | 각본 마지예흐 메시키니 | 출연 니박트 노루즈, 압돌라리 호세이날리, 압바스 알리조메 | 81분 | 2008 JIFF 국제경쟁 부문
잠자리의 날개를 띠어내고 머리를 뽑아들며 즐거워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잔인함에는 어른들의 잔학함 이상의 끔찍함이 서려 있는 법이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딸 하나 마흐말바프의 장편 데뷔작 <학교 가는 길>은 탈레반이 3년 동안 국제사회와 협상을 벌이다 마침내 석굴을 무너뜨린 도시 바미안의 실상을 일상적으로 각인된 아이들의 폭력성을 통해 그려낸다.
이웃에 사는 압바스가 글자를 읽는 걸 부러워하던 꼬마 소녀 박타이는 학교에 가려면 공책과 연필이 필요하다는 압바스의 조언에 따라 우선 공책과 연필을 구하기 위해 분투한다. 마흐말바프 감독은 마치 아프가니스탄의 지역색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위한 의도 밖에 없다는 듯 6살 꼬마 소녀의 천진함에 매료될 만한 흐뭇한 장면들로 영화를 가득 채운다. 비전문배우만으로 구성된 영화는 그저 보는 이의 입꼬리를 슬며시 올려 세울 만큼 평화로운 여느 이국적인 도시의 풍경을 담고 있을 뿐이고, 양손에 계란 네 개를 쥐고 시장을 기웃거리는 박타이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만을 선사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영화의 도입부와 대단원에 석굴 폭파 장면을 배치한 그 명백한 의도만큼 영화의 이 의도된 순수함은 박타이의 학교 가는 길에 놓인 수많은 일상적인 사건들과 대치되며 원래의 의미를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한 장치다. 박타이의 학교 가는 길에는 무너진 불상 아래 나무총을 들고 입으로 총성을 내뱉는 남자아이들의 전쟁놀이가 펼쳐진다. 눈과 입 구멍이 뚫린 봉투를 박타이의 머리에 씌우고 여자라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동굴로 끌고 가 인질 삼는 아이들의 눈에는 살기와 증오가 잔뜩 어려 있다. 원치 않는 전쟁놀이를 향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박타이의 호소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저희들끼리 탈레반과 미군을 흉내 내며 끊임없이 살인과 죽음을 연극하는 이 어린 소년들은 영화가 이따금씩 무거운 음악과 함께 조명하고 있는 이곳 바미안의 일상적인 폭력을 무겁게 압축한다.
문맹, 가난, 성차별, 폭력에의 잔향이 짙게 배어나는 이곳을 아이들의 별 뜻 없이 행해지는 놀이를 통해 여과 없이 그려내고 있는 <학교 가는 길>은 ‘불상은 수치심으로 인해 무너졌다’는 원제의 의미를 모두에게 전이시킨다. 폭파된 불상 아래 뛰놀며 또래 아이를 흙탕물에 처박는 폭력의 길들여진 아이들과 그에 대한 수치심은 마침내 어른들이 남긴 짙은 포연 속에 몸을 웅크린다. 강상준 기자(www.film-on.kr)
'REVIEW 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8 JIFF] 국제경쟁부문 <하늘, 땅 그리고 비> - 관조하는 카메라, 그 일상적 정지 상태 (0) | 2008/05/09 |
|---|---|
| ['08 JIFF] 국제경쟁부문 <스트리츠> - 소녀는 울지 않는다 (0) | 2008/05/09 |
| ['08 JIFF] 국제경쟁부문 <학교 가는 길> - 아이들의 세계로 응축된 폭력의 잔해들 (0) | 2008/05/09 |
| ['08 JIFF] 국제경쟁부문 <컨티넨털> - 고독은 나의 것 (0) | 2008/05/09 |
| ['08 JIFF] 국제경쟁부문 <도둑 맞은 남자> - 아르헨티나 청춘별곡 (1) | 2008/05/08 |
| ['08 JIFF] 국제경쟁부문 <불법 카센터> - 비상하거나 추락하지 않는 뒷골목 소년의 삶 (0) | 2008/05/08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