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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어린 라티카를 연기한 루비아나 알리가 팔려갈 뻔했다는 보도가 영국에서 나왔다. 루비아나의 아버지가 그녀를 20만 파운드(약 4억원)에 아랍의 부호에게 팔아 넘기려고 했다는 것. 이는 영화 속 그들의 삶만큼 처절한 이야기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보여주는 슬픈 예다. 인류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다고는 하지만 인권의 사각지대는 늘 존재해왔고, 물리적,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빈민가 아이들은 언제나 음지에서 고통 받아 왔다. 보육과 교육은 둘째 치고, 먹을 것 없어 기아에 허덕이고, 어른들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 큰 눈망울에 불뚝 튀어나온 배, 진흙쿠키를 먹어야 하는 아이들.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빈민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구호를 외칠 새도 없이, 아이들의 삶은 더욱 처절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사회는 양극화로 치닫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 영화 속에서 묘사된 빈민가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오늘은 어떤지 살펴본다. 안효원, 강상준 기자(FILMON)


<시티 오브 갓>
2002 |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카티아 런드 | 출연 알렉산드레 로드리게즈, 레안드로 피르미노, 펠리페 하겐센


1960, 70년대 브라질의 한 빈민촌 'Cidade de Deus(City of God)'. 폐허나 다름없는 공터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고 있다. 빈민가 아이들은 이들은 경찰의 쫓겨 뿔뿔이 흩어진다. 그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 부모에게조차 관심을 갖지 못하는 그들은 뒷골목으로 향한다. 그중 어려서부터 폭력에 익숙했던 제빼게노는 유능한(?) 갱으로 성장한다. 그는 기존에 있던 조직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강자가 된다. 하지만 폭력으로 위태롭게 쌓아진 권좌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시티 오브 갓>에서 아이들은 노동자다. 아주 조금의 돈을 받으며 호객행위를 하고, 마약을 운반하고, 또 살인을 저지르는 비운의 노동자. 양손의 총을 쥐고 있는 모습은 강해보이기 보다 위태로워 보인다. 대낮 대로에서 세력 간 펼쳐진 대규모 총격전, 그 속에서 아이들은 힘없이 사라진다. 이 도시에 아이들을 위한 신은 없다. 작품은 브라질 작가 파울로 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은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니, 비극은 곧 현실이다.


<연을 쫓는 아이>
2008 | 감독 마크 포스터 | 출연 제케리아 에브라하미, 아흐마드 칸 마흐미드제다


아이들이 활기차게 연싸움을 한다. 최후 승자가 된 아미르는 연을 주우러 간 하인이자 친구 핫산을 기다린다. 하지만 핫산은 돌아오지 않고, 그를 찾으러 간 길에서 아미르는 핫산이 강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도와주지 못했다는 죄의식에서 비롯된 증오에 휩싸인 아미르는 핫산을 멀리하고, 전쟁 발발 후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온다. 그런데 아버지의 고향 친구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고 그는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다. <연을 쫓는 아이>에서는 아이들은 인종 갈등과 전쟁의 피해를 동시에 겪고 있다. 핫산이 강간을 당한 이유는 그가 아프가니스탄 내 소수민족인 하자라인이기 때문이다. 인종에 근원한 가혹한 폭력은 아이들의 동심을 짓밟는다. 또 아미르가 돌아갔을 때 목격한 현장은 더욱 끔찍하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아이들의 시체, 한 다리로 뛰어 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탈레반 관리들에게 '성상납'을 강요받는 아이들까지.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연을 쫓던 순수하고, 건강한 아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갈등과 폭력이 그들을 앗아갔기 때문이리라.


<취한 말들의 시간>
2000 | 감독 바흐만 고바디 | 출연 아윱 아마디, 아마네 에크티아르-디니, 마디 에크티아르-디니


취한 말들의 시간. 은유적인 표현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말이 술을 먹는 것은 진짜 벌어지는 일이다. 이란, 이라크의 전쟁을 겪으며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국경 마을 바네. 12살 소년 아윱은 소년 가장이다. 어머니는 막내를 낳다 죽고, 아버지는 밀수길에 나섰다가 지뢰를 밟아 죽었다. 소년은 아픈 동생 마디와 여동생 아마네를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런데 마디가 수술을 받지 못하면 얼마 살지 못한다는 아윱은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바 있는 밀수에 참가한다. 위험한 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매서운 추위와 국경수비대에 감시, 위험천만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말이 술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짐을 운반하는 말이 무섭도록 추운 날씨를 이겨내게 하는 방법이다. 물론 아윱의 몫은 없다. 소년은 말보다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취한 말들의 시간>에서 아픈 마디가 주사를 맞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주사바늘, 하지만 그는 바늘이 자신을 관통할 때에도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괜히 동생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셈이니, 아이는 그렇게 참는다. 아프고, 슬프다고 말할 수조차 없는 아이들은 오늘도 국경을 넘는다.


<내일의 죠>
1970 | 감독 데자키 오사무 | 원작 치바 테츠야, 카지와라 잇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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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바 테츠야, 카지와라 잇키의 권투만화 <내일의 죠>는 당시 운동권 학생들이 한 손에는 화염병을 다른 한 손에는 <내일의 죠>를 들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일본 사회의 거칠고 어두운 면면을 조명한 스포츠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눈물을 흘리며 넘는다는 ‘눈물다리’ 너머 빈민가로 흘러 들어온 문제아 야부키 죠의 챔피언 입성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내일의 죠>는 익히 알려진 2부의 결말이 상징하듯 죠의 성공기라기보다는 링 위에서 하얗게 불태우기만을 기다리며 전진에 전진을 거듭하는, 무모하지만 그렇기에 가치 있는 그의 도전기에 가깝다. 빈민가 아이들을 이끌던 죠가 소년원을 전전하다 오로지 권투에만 매진하면서 이곳 아이들에게 한 아름 선물을 안기는 것만으로 여가를 소진하는 것은 곧 여전히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작은 보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무 것도 담보 받지 못한 빈민층, 거기서도 최하층에 속하는 아이들에게 허락된 삶은 고작 아무 것도 없는 도전자 야부키 죠를 향한 응원뿐. 그러나 죠가 이길 이유는 처음부터 이것이었는지 모른다. 뿌리도 없는 빈민가 고아 죠에게 권투가 그러하듯 눈물다리 밑 판잣집 도장 주위를 맴도는 아이들에겐 하얗게 불태워 사라질 죠만이 유일한 빛이다. 


<불법 카센터>
2007 | 감독 라민 바흐러니 | 출연 알레한드로 포란코, 아마드 라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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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퀸즈 외곽, 윌레츠 포인트의 쓰레기장은 소년 알리의 일자리, 그리고 이곳에서 훔친 차를 분해해 부품을 파는 불법 자동차 정비소가 바로 알리의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희망이다. 세상은 남미계 이민자 남매 알리와 이자마르가 아직 약하고 어린 10대라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호객행위로 어른들과 경쟁을 펼쳐야할 뿐 아니라 자그마한 희망을 붙들고 지키기 위해 불신과 배신에 길들여진 이곳에서 매번 작은 몸을 일으켜야 한다. 고된 삶이지만 지하철에서 사탕을 파는 삶보다는 어느새 훨씬 안락해 보이는 정비소에서의 삶. 그러나 12살 알리는 누나와 식당 트레일러를 운영하는 작은 꿈을 키우다 그 꿈이 좌절당한 후 꿈을 위해 도둑질을 감행해야만 하고 또 돈을 받고 몸을 파는 누나를 바라봐야 하는 서글픈 순간을 마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법 카센터>는 이 모든 아픔을 잊은 채 하늘로 비상하는 비둘기를 보며 웃음 짓는 남매의 얼굴로 마무리된다. 지극히 짧은 순간 맞이하는 이 짙은 해방감은 결코 가짜가 아니지만 여전히 오래토록 이어질 그들의 비범한 삶은 영화가 끝난 후에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2008 | 감독 대니 보일 | 출연 데브 파텔, 프리다 핀토, 마두르 미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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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 출신 고아 청년의 백만장자 성공기가 운명론 판타지의 힘을 입고서도 뭉클하게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인도 뭄바이에서 건져 올린 진한 현실감 때문이다. 대니 보일의 재기작이자 명실 공히 최고작으로서 아카데미 8개 부문 수상을 포함해 전 세계 88개 영화상을 석권한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쿵쾅거리는 타악기로 가슴을 두드리며 배우들을 질주시키는 대니 보일 특유의 도입부는 쓰레기 더미를 헤치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이곳 뭄바이 아이들에 의해 온전히 재림한다. 또한 쓰레기장 위에 세운 간이 천막에서 숙식을 해결하다 콜라 한 병에 이끌려 구걸을 배우는 자말 형제의 고난은 인도 현대사를 관통하는 비극이면서 동시에 진짜 뭄바이 빈민가에서 생활하는 영화 속 아역배우들의 실제 현실이기도 하다. 때문에 영화 속 자말의 성공이나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결실과는 달리 이들 아역배우들은 여전히 영화의 무대이자 그들의 진짜 현실이기도 한 뭄바이의 모진 가난에 파묻혀 있을 뿐이다. 이에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제작진은 최근 국제어린이구호단체 플랜을 통해 한화 약 10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곳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해 영화와 현실의 작은 합일을 기도했다. 이 순간 분명 뭄바이의 희망은 영화 그 이상으로 피어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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