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언론시사회’가 있다면 드라마에는 ‘제작발표회’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으로 생각되던 드라마 제작발표회가 이제는 영화 언론시사회만큼이나 필수적인 홍보창구로 격상되고 있는 추세다. 영화 개봉예정작들이 개봉을 앞두고 언론시사회를 갖는 것처럼 드라마 역시 방영에 앞서 대대적인 제작발표회 자리를 마련해 언론의 힘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실시간으로 포털을 잠식해나가는 인터넷 언론들의 눈부신 속도전에 의한 것으로, 바로 이들에 의해 오늘날 드라마 제작발표회는 그 위상은 물론 형태마저 점차 다각화되어 가고 있다(최근에는 영화 역시 이를 의식해 언론시사에 앞서 진행되는 제작발표회에도 점차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언론시사회도 없는 드라마가 겨우 이들 발 빠른 인터넷 언론에 의존해 제작발표회라는 그 이름 그대로 제작을 발표하여 단순히 방영예정이라는 사실을 만방에 유포하는 데 그치는 것은 언제나 큰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가 배우들을 통해 이목을 집중시키면서도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를 우선에 두고 언론시사라는 기본 목적을 유지하는 것만 돌이켜봐도 이는 더더욱 드라마 제작발표회만이 지닌 판이한 성격으로 규정될 만하다.
결과적으로 드라마 제작발표회는 그동안 꾸준히 보아왔던 비슷한 포맷의 드라마를 또 다시 선보이면서 이를 독창적이고 색다른 무언가로 포장하기 위한 멋들어진 마술쇼로 전락하기 일쑤다. 배우들의 아름다움과 유능함을 읊조리는 사회자의 발언이 더해진 무대인사, 그리고 플래시 세례에 몸을 맡긴 빛나는 스타만을 내세운 제작발표회는 결국 이 자리에서 선보일 10여 분간의 평범한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도 무너지기 십상이다. 물론 겨우 시놉시스와 하이라이트 영상에만 의존한 그룹 인터뷰 역시 공허한 건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찬란한 유산>의 제작발표회 역시 이 자리에 모인 취재진들에게 이번 주 토요일 오후 10시에 방영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누구누구가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또 안하무인 재벌 2세 녀석이 가난하지만 당찬 여주인공과 엮이는 거야?’라는 의구심은 단 한 줌도 해결해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청률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자명고>의 열세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설화 속에 등장하는 자명고를 사물이 아닌 사람으로 해석하는 데서 시작한 기획은 상당히 그럴듯했지만 언제나 기획의도야 훌륭하기 마련. 드라마를 봐야 할 결정적인 차별화 전략은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배우들의 극중 의상 패션쇼를 중심으로 거행된 제작발표회를 통해서는 아무리 작품의 독특한 구석들을 부러 강조하고 애써 되뇐다 해도 결국엔 그저 독밖에 되지 않을 뿐이다.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도 부질없어 보이는 요즘, 팩션 사극이라는 낯익은 품새를 박차고 튀어나올 용기도 없이 그저 낙랑국과 고구려를 맴도는 <자명고>의 성적이 증명하듯 안이한 이목끌기용 제작발표회를 꾸릴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야말로 어쩌면 드라마의 결과를 일찌감치 판가름할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문의 영광>의 시청률 영광을 이어갈 새 주말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제작발표회 무대에 선 한효주, 이승기, 배수빈, 문채원, 김미숙, 한예원의 눈부신 자태는 분명 현장을 빛내기 충분했다. 또한 인터넷 포털에서 마주한 그들의 모습 역시 여전히 눈부시다. 하지만 이 눈부심을 조금만 분배해 작품의 차별화 지점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법했다. 아니, 그랬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베스트였을 게다. 가족과 희망, <찬란한 유산>이 이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들로부터 찬란하고도 독창적인 무언가를 건져 올리길 그저 막연히 기대해본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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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2009/04/27 01:56억지 '내조의 여왕' < 부족한 대하사극 '자명고',
'바람의 나라' <<< '자명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