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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츠 STRIZH
2007 | 감독, 각본 아바이 쿨바예프 | 촬영 알렉산더 코스틸레브 | 미술 알렉세이 신딘 | 출연 이네사 키슬로바. 맥심 푸피소브, 바크티아 코차 | 80분 | 2008 JIFF 국제경쟁 부문
사내아이처럼 짧게 친 머리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추운 거리를 쏘다니는 소녀 아이누라. 이혼 후 술주정뱅이와 재혼한 엄마는 피곤에 절어 딸이 뭘 하고 다니는 지 관심 밖이고, 우유부단한 친아빠는 “대학만 들어가면 집 사준다”는 말로 어설프게 위로할 뿐이다. 학교에 가도 선생님은 문제아라며 야단만 치고, 또 다른 문제아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싸움을 걸어온다.
<스트리트>는 카자흐스탄 불량소녀의 방황기다.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의 을씨년스러운 거리 위에서 가정과 학교로부터 방치된 10대 소녀가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성장 드라마 형식으로 그려냈다. 제목인 ‘Strizh’는 ‘머리카락을 자르다’라는 뜻. 영화는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막 자르고 나온 아이누라를 좇기 시작한다. 긴 머리 짧게 치고 거리로 나선 아이누라는 언뜻 봐선 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중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터벅터벅 돌아다니는 아이누라. 망나니 같은 계부와 불친절한 엄마, 삶에 찌든 아빠, 툭 하면 벌주는 선생님과 짓궂게 구는 남학생들. 전반적으로 짜증나는 일들뿐이니 집도 학교 어느 곳에도 정을 붙이지 못한 아이누라는 겨울 거리를 배회한다.
부모의 이혼과 가난으로 인해 삐뚤어지는 청소년의 이야기는 전세계 어디서든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적이다. 2007 유라시아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스트리츠>가 많고 많은 불량 청소년 방황기와 차별화를 둔 것은, 소녀의 상황을 극단까지 밀어붙이고야 마는 결말이다. 반 친구인 아셀은 부잣집 모범생이지만 아이누라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아셀은 아이누라와 함께 케이블카를 타고 샴페인을 마시며 우정으로 감싸주는가 싶더니, 돈을 잃어버리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누라를 의심하고 돌아선다. 방황하던 아이누라에게 내려졌던 구원의 손길은 이렇듯 허무하게 거둬진다. 급기야 밤길을 헤매던 아니누라는 소녀가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일까지 당하게 된다. 무책임하기만 했던 아이누라의 엄마가 아셀의 엄마에게 아이누라가 훔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돈을 값고, 동생이 태어난다는 소식에 아이누라가 기뻐하며 병원으로 달려가는 등 뭔가 희망적인 마무리를 보여주는 듯하던 영화는 또 한 번 당혹스러운 결말로 충격을 안겨준다. 현실은 이렇듯 가혹하다. 그러나 이 모든 역경 속에서도 아이누라의 반항기 가득한 눈빛은 절대 풀리지 않는다.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 강단이 그녀에겐 있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정미래 기자(www.film-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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