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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캔디냐? 다 너만 좋아하게?”

영화 <미쓰 홍당무>에서 설움에 북받친 양미숙(공효진)이 ‘예쁜이’ 이유리 선생에게 던지는 한 마디. 안면홍조증으로 인해 늘 ‘왕따’ 당했던 양미숙은 선생님이 돼서도 여전히 차별을 받는다. 이유리 선생과 같은 러시아어 교사지만, 비인기과목으로 전락한 러시아어 덕분에 양미숙만 중학교 영어 교사로 ‘좌천’된다. 또 이게 무슨 일. 양미숙이 좋아하는 서종철 선생은 물론, 모든 남자들이 이유리 선생만 좋아한다. 아, 서럽다.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나라를 팔아먹은 것도 아닌데, 얼굴 빨간 게 무슨 죄란 말인가.

한국에 ‘미쓰 홍당무’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얼굴 빨개지는 아이’ 마르슬랭이 있다. 간결한 그림과 위트 넘치는 글로 사랑을 받고 있는 장 자끄 상뻬가 창조해낸 이 아이 또한 시도 때도 없이 빨개지는 얼굴 덕분에 외롭다. 마르슬랭은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잠 많은 어린 아이가 밤잠 설쳐가며 고민하는 건, 별일이다. 

그런 그가 친구를 만난다. 시도 때도 재채기를 하는 아이 르네. 한 가지씩 핸디캡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심성이 착해서인지, 여느 아이들보다 순수해서인지 둘은 절친한 친구가 된다. 르네는 마르슬랭에게 바이올린과 재채기의 협연을 들려주고, 마르슬랭은 숨넘어갈 것 같은 빨간 얼굴을 하고 각종 운동의 기술을 가르쳐준다. 그러던 어느 날 르네는 예고 없이 떠나고, 둘은 연락이 끊긴다. 성인이 된 마르슬랭, 바쁜 일상을 살고 있던 어느 날 사랑스런 재채기 소리가 들려오는데.

찬찬히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보면서, 어느덧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장 자끄 상뻬 솜씨 좋은 그림들. 점 하나 찍어 놓은 눈, ‘찍’ 한 번 그어 놓은 입, 몇 가닥 없는 머리카락. 어렵지 않게 그린 그림인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생명력이 가득하다. 마르슬랭이 기쁜지, 슬픈지, 외로운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은 아이의 표정에서 섬세한 감정의 떨림까지 느껴진다. 마치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만난 옆집 꼬마아이 같이.

책 곳곳에 숨겨놓은 작가의 유머는 압권이다. 마르슬랭과 르네가 즐겨하던 놀이는 숨바꼭질. 한 아이는 얼굴이 빨갛고, 한 아이는 연신 재채기를 하는데, 놀랍게도, 이들은 서로를 찾지 못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상상인가. 다른 아이들과 그렇게 해보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숨바꼭질, 친구가 함께 있기에 이제는 할 수 있다. 꿈은 이렇게 이루어지나보다.

마르슬랭과 르네의 재회는 가슴 찡하다. 바쁜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마스슬랭. 그는 만원 버스 안에서 끝없이 들려오는 재채기 소리를 듣는다. 마르슬랭은 보지 않고도 안다. 그게 십수년간 그토록 듣고 싶었던 르네의 재채기라는 것을. 아마도 보고 싶은 마음이 몸을 타고 나와 서로의 마음을 건드렸겠지. 성경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보지 않고 믿는 믿음이 더욱 크다’고. 마르슬랭의 빨간 얼굴과 르네의 재채기가 변하지 않았듯, 그들의 우정 또한 변하지 않는다.

요정을 만들어 주는 아이

<얼굴 빨개지는 아이>의 초반 부분, 장 자끄 상뻬는 숲 속의 요정과 솜씨 좋은 의사 얘기를 꺼낸다. 만약 요정이나 의사가 있다면, 마르슬랭의 병을 고쳐줄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우리는 요정이나 의사가 될 수 없을까. 얼굴색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면 가능하지 않을까. 르네가 마르슬랭에게 요정이 되고, 마르슬랭이 르네에게 의사가 된 것처럼. 아이야, 얼굴이 빨간 건 병이 아니란다. 마르슬랭과 르네, 우리에게 요정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 준 소중한 아이들이다. 안효원 기자(FILMON)

*반디앤루니스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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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usen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굴 빨개지는 아이라는 책 덕분에 이 작가가 그린 그림이 있는 책은 다 찾아서 읽었죠.
    어쩜 그림을 그리 무심하듯 하면서도 섬세한지 ^^ 따라 그려보기도 했네요.

    2009/04/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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