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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아픈 소년 제임스와 그를 곁에서 지켜주는 형 빅터가 있다. 어느 날 제임스의 집에 불청객이 찾아오고, 불청객은 제임스의 아버지를 죽인다. 분노에 찬 제임스. 그의 손등에서 날카로운 물체가 튀어나오고, 제임스는 그것으로 불청객을 살해한다. 빅터는 겁에 질려 도망치는 제임스에게 ‘우리는 저들과 다르다’며, 서로 지켜줄 것을 약속한다. 성년이 된 제임스와 빅터는 미국의 남북전쟁, 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을 거쳐 불사의 군인이 된다. 그러던 중 둘은 미국 정부 기관에 들어가 비밀 업무를 수행하는데, 살인에 염증을 느낀 제임스는 조직을 떠난다.

할리우드에서는 몇 년 전부터 시리즈 영화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등장했다. <배트맨 비긴즈>가 그 대표적인 예고, 곧 개봉할 <스타 트렉: 더 비기닝>도 마찬가지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기술의 발달로 새롭고 스펙터클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고, 진부한 스토리 전개의 고리를 끊고 관객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 물론 이는 소재 빈곤을 겪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자구책이기도 하다. 그 이유야 무엇이든 초심으로 돌아간 작품들에 기대하는 바가 분명 있다. 특히 <배트맨>의 경우 수많은 아류작, <배트맨 포에버> <배트맨과 로빈> 등을 뒤로 하고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등 걸작이 탄생하지 않았는가.

<엑스맨 탄생: 울버린>도 <배트맨 비긴즈>와 같이 히어로가 탄생되는 과정을 그린다. 남들과 다르다는 자의식, 전쟁과 살인에 대한 회의, 사랑하는 이의 죽음까지. 영화는 제임스가 울버린(휴 잭맨)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에 ‘울버린의 고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영화는 울버린과 다양한 돌연변이들의 화려한 몸놀림으로 가득 채워진다. 영화 초반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고, 자주 나오는 인물 클로즈업, 아프리카의 한 마을을 공격하러 갔을 때 차례로 선보이는 돌연변이들의 특기는 영화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애초부터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사람을 죽이고, 자신이 남과 같지 않다는 데 어찌 고민이 없겠는가. 또 날로 난폭해지는 형 빅터(리브 쉐레이버)를 보면서 울버린은 심한 내적 갈등을 하고 조직을 떠난다. 하지만 여자친구 실버 폭스(린 콜린스)가 죽고 복수를 결심한 울버린에게는 그 어떤 고민도 남겨지지 않는다. 그저 빅터를 죽이고,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존재들을 불살라버리고 싶을 뿐이다. 때때로 울버린이 고민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내 등장하는 액션 장면들은 그의 고민은 묻어 버린다. ‘액션에 봉사하는 고뇌’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극의 전개를 늦출 수 있는 인물의 고뇌가 사라지고, 영화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액션의 향연을 펼친다. 최후 복수를 위해 다양한 적들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이 열광할 업그레이드 된 이종격투기를 선보인다. 총을 맞고, 예리한 물체가 몸을 관통해도 죽지 않으니 이들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하겠는가. 여기에 하이 앵글에서 포착하는 자연 풍경, 액션 장면 등은 영화가 볼거리에 얼마나 충실하고자 했는가를 보여준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 신선하지는 않다. 영화를 보면서 곳곳에서 기시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영화가 타 작품들에서 선보였던 방식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전투 장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상륙 작전 장면과, 울버린이 수술을 받고 탈출해 노인에게 발견되는 장면은 <터미네이터>의 미래에서 온 아놀드 형님과 모습이 똑같다.(이는 작품에 대한 오마주일 수도, 아니면 그것이 벌거벗은 남성이 ‘중요한 부분’를 가리는데 최적의 포즈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또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결투에서는 <300>의 색감, <매트릭스>의 카메라 이동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 지금 할리우드가 만들 수 있는 ‘볼만한 블록버스터’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하지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그리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닐 것이다. 새로운 소재와 존재에 대한 고민은 사라졌고, 액션만 남았으니까.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은 없고, 몸 좋고 싸움 잘하는 ‘엑스맨’만 남았다. <배트맨>에 비교하자면, <배트맨2>에서 <배트맨 포에버>로 넘어가는 과정, TV 프로그램과 비교하자면, 익숙한 연예인들이 나와 어제 한 개인기를 또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 정도가 될 것이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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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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