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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영화는 모든 사건과 기자들의 모든 원고를 종결시킨 채 이튿날 발행될 신문의 기계적 제작과정을 한참 동안이나 응시한다. 윤전기가 바삐 돌아가는 가운데 빈 종이에 활자가 찍혀 인쇄된 신문이 차에 실려 세상에 뿌려지기까지의 과정을. 이 모든 것이 진행되는 사이사이 영화의 주요 제작진의 이름이 간간히 화면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마침내 신문 인쇄 및 배포의 모든 작업이 완료된 시점에서야 까만 화면에 하얀 자막에 올라가는 익숙한 엔딩 크레딧 장면이 영화의 완전한 종식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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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클레이튼>

사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꽤나 익숙한 드라마에 바탕을 둔 영화다. 영화의 각본을 쓴 토니 길로이가 2006년 직접 메가폰을 잡았던 <마이클 클레이튼>과 거의 흡사한 뼈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굳이 상기할 필요도 없다. <마이클 클레이튼>과의 유사성(혹은 연장성)조차도 잘 빠진 장르영화적 속성을 재탕했다기보다는 그저 거대기업의 더욱 더 거대한 영향력과 횡포에 대한 가장 적확하고 현실적인 시나리오라는 편이 옳다고 생각될 정도니까 말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완성된 ‘사실적 기자 캐릭터’라는 것이 단순히 마케팅 카피에 국한되지 않는다 느껴지는 것도 오로지 영화가 발하는 날카로운 리얼리티와 그를 온전히 수용한 영화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몇 백억이나 되는 돈을 위해서는 사람 목숨 따위 아랑곳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혹은 ‘않아야 당연한’) 기업과 권력의 중층적 음모를 그저 ‘장르 스릴러’로 직조하고 있을 뿐이라고 단순화해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말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는 영화가 자연스레 발하는 것만큼의 사회적 고발이나 그 이상을 의도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러는 가운데에도 베테랑 기자 칼 매카프리(러셀 크로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결코 정의를 위해 내지르는 올곧은 붓의 위상과 그 성취를 내세우기 위한 작위적 드라마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목숨을 몇 번씩이나 내던지고 기사를 몇 번씩 보류하면서 맞닥뜨리는 상황에는 이 시대 언론의 생산 및 소비 과정이 여실히 묻어난다. 정직한 언론, 올바른 언론 따위의 시시껍절한 피상적 가치에 천착하지 않는 칼 매카프리의 기치는 그저 ‘정의’에 가까울 뿐. 물론 손에 잡히지도 않을 드높고도 거룩한 의미의 그 정의가 아니다. 그저 약자를 감싸고 반칙을 고발할 줄 아는 바로 그것, 딱 그 정도의 정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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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정의를 지키기란 현실에서도, 또 현실을 완벽히 모사한 영화에서도 여의치 않다. 진실에 접근하며 자연히 생명의 위협과 권력의 협박과 맞닥뜨리는 이 스릴러적 상황은 그래서 언제나 극복될 수 있을 만큼만 닥치는 듯하다. 속보성에 제1가치를 두고 특종만을 갈구하는 오늘날 언론의 속성을 대입해 볼 때 이는 또 다른 차원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견인하며 보다 흥미로운 지점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가령 영화에서 현재 포착한 정보만으로도 특종을 터뜨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당장에 기사를 쓰기를 종용하는 편집장의 존재가 그러하다. 편집장의 발언은 목숨을 위협하는 그 어떤 외압보다도 강력하고 영화의 수많은 흑막과 음모와는 전혀 상관없이 가장 명명백백하며 확신에 차 있다. 칼의 기사 방향을 결정하는 편집장의 논리는 이러하다. “경영진은 기사의 품격보다는 판매부수를 중요시 여긴다”는 것. 따라서 단순히 깃털에 불과한 이야기로 몸통의 본질을 흐리길 바라지 않고 또 진실이 아닌 루머로 절대 지면을 메울 수 없는 ‘워싱턴 글로브’의 기자들은 이러한 편집장의 압력에 맞서야만 한다. 그러니 다분히 장르 스릴러적 갈등의 필수요소쯤으로 여기기 십상인 목숨이나 기자직을 건 크고 작은 외압과 협박은 오히려 쉬이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가볍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다른 신문이 1면에 스캔들을 쏟아내고 있을 때 오히려 아무 것도 내걸지 못하는 워싱턴 글로브는 그야말로 무력할 뿐이라고 편집장은 윽박지르고 위협하고 협박하고 있으니 그의 기사를 막기 위한 그 어떤 물리적 외압이 이에 미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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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종반, 모든 진실을 확인하고 마지막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 돌아서는 칼의 뒷통수를 향해 누군가의 날카로운 말이 날아든다. “니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 이에 칼은 돌아서서 대답한다. “그래, 그렇게 대단하지 않지. 아무도 이제는 신문을 읽지 않으니까”. 맞는 말이다. 이제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영화 속 칼마저도 웹을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신참 기자와 거의 동등한 위치일 만큼 정말로 이젠 아무도 신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칼이 대꾸한다. “그래도 독자는 진실한 기사와 쓰레기를 구분할 줄 안다”고, 그렇게 믿는다고. 그렇게 영화는 여차저차 힘겹게 마무리되고 곧이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그놈의 윤전기는 여전히 돌아가고 또 돌아간다. 아무도 신문을 보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신문은 여전히 인쇄 중이며 독자는 여전히 있다는 듯이. 바로 이들의 진실한 땀이 서린 기사가 만방에 퍼지는 것이 여전히 당연하다는 듯이. 마치 해가 뜨고 지는 상황과 마찬가지라는 듯이, 새벽녘 윤전기는 그렇게 잘도 돌아간다.

영화는 기자의 삶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마치 기자로서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듯 그런 이야기들을 줄곧 털어놓는다. 물론 그 어떤 순간도 위선적이거나 작위적인 순간에 머물지 않으면서 말이다. 생명의 위협을 가까스로 벗어나는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는 장르영화적 속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정보제공자의 발언을 몰래 녹화하는 칼의 방법론이 매 순간 올곧게 방향을 잡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저 영화는 기자의 본질, 즉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기사가 아닌 사회적 책임에 힘쓸 수 있는 진실한 기사의 본질에 충실했다는 물증 없는 신념을 근거로 그를 옹호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그저 그러하기에 그랬을 뿐이라는 듯 칼을 위시한 워싱턴 글로브의 기자들은 오로지 그렇게 나아갈 뿐이다. 무엇을 향해? 참으로 우직하게도 그저 저 너머에 있다는 진실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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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가 건네는 이야기는 오늘날 언론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명명백백한 보고서와 다름 아니다. 현재 개인적으로 FILMON 외에 몸담고 있는 매체에서 받는 압박과 그 이유 역시 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는 어쩌면 전 세계 현대 언론이 가진 필연적 딜레마라고까지 느껴졌다. 기사의 품격과 판매부수 사이에서 어떤 매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한결같은 종착점인 것만 같다. 당연하다는 듯이 많은 사람들이 구입할 만한 꺼리, 즉 높은 판매부수, 많은 클릭수를 무작정 강요받기에 이른 것이다. 허나 매체가 기사의 품격과 판매부수 사이에서 자유롭지 못할지언정 기자는 자유로워야 한다. 여기에 다른 이유는 필요치 않다. 단 한 가지 이유, 바로 독자는 ‘진실한 기사’와 ‘쓰레기’를 구분할 줄 알기 때문에 그저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2008년 5월 1일 창간한 FILMON이 얼마 전 조용히 창간 1주년을 맞았다.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현지 취재와 함께 문을 열었던 그때와 10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영화의 거리를 되밟아가며 느끼는 감회는 확실히 달랐고 그래서 기묘했다. 전주의 날씨는 여전히 무덥고 영화의 거리는 여전히 붐볐지만 작년 그 참에 느꼈던 허전함은 분명 상쇄돼 1년 전과는 조금 다른 전주를 거니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아마도 그건 1년 동안 FILMON을 찾아준 120만 독자들 때문일지 모른다. 분명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FILMON이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엔딩 장면처럼 커다란 윤전기를 돌리진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토의에 토의를 거듭하고 밤새워 원고를 붙들고 FILMON의 페이지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때문일 것이다. FILMON 1년, 어쩌면 또 다시 새로운 출발점. 그러나 이제는 후풍이 등을 민다. 기사의 품격과 클릭수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면서 언제나 다잡고 놓지 않으려 했던 것 역시 꼭 그것 때문이리라. FILMON의 윤전기는 그렇게 돌고 돈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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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0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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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zinsayascope.com BlogIcon 진사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진짜 그러고 보니 1년이 되었네요 ^^ 감축드립니다.ㅎㅎ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반응이 좋군요. 어떤 분은 개봉시기를 잘못 탔다,는 소리까지 하시고;;

    2009/05/09 15:37
  2. Favicon of http://ak20.tistory.com BlogIcon 농촌총각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축 감사해요^^

    2009/05/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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