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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트렉> 시리즈는 늘 관심 밖이었다. <스타워즈>에 열광하고, <스타쉽 트루퍼스>도 좋아하고, 심지어 게임 <스타크래프트>도 즐겨보는 내가 <스타 트렉>에 흥미를 못 느끼는 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미지와의 조우는 늘 흥미롭기 때문이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농촌아이’였던 어린 시절 <스타 트렉>에 관심을 기울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터. 문명의 이기라고는 달랑 TV 한 대밖에 없던 시절, 채널 선택권은 내 것이 아니었다. 장성한 이후 <스타 트렉> 시리즈를 보자니 너무 많고, 마니아들도 많이 있어 발을 쉽게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 세상은 넓고 영화는 많으니까.

하지만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이하 <더 비기닝>)은 손꼽아 기다렸다. 기술의 발달이 만들어 놓은 우주 공간이 궁금했고, ‘초심’으로 돌아간 영화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었으며, 장수 시리즈의 시작도 궁금했다. 이것 말고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J.J. 에이브람스 감독이다. 긴장감 떨어진 <미션 임파서블 2>에 속도감을 붙여 3편을 만들고, <로스트> 연출, <클로버필드> 제작을 통해 보는 이의 심장을 쥐락펴락한 J.J. 에이브람스 감독. 이번에는 어떻게 관객을 농락(?)할지 궁금했다.


<더 비기닝>은 비극으로 출발한다. 아버지 커크 함장은 정체불명의 비행물체를 만난다. 거대한 적 앞에서 함선은 속수무책이고, 아버지 커크는 함선에 홀로 남아 선원들의 탈출을 돕는다. 아버지 커크의 운명? 대적할 수 없는 적, 홀로 지키는 함선. 결과는 뻔하다. 이때 탈출용 비행선에서 엔터프라이즈호를 바라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만삭인 그의 아내다. 아비가 죽음의 문턱으로 들어가는 순간 아들 커크는 생명의 터널을 뚫고 나온다. ‘커크’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슬픔은 남았다.

20여 년이 지나 장성한 커크(크리스 파인)는 술집에서 미녀 선원 우후라(조 샐다나)를 두고 싸움을 벌인다. 전부터 커크를 지켜보던 엔터프라이즈호 함장은 그가 함선에 오르기를 바라고, 그는 운명처럼 아버지의 길을 걷는다. 3년 후, 커크가 테스트 과정에서 속임수를 썼다는 혐의로 문책을 받고 있는 가운데 스팍(잭커리 퀸토)의 고향 발칸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전원 출정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정학을 받은 커크는 우여곡절 끝에 엔터프라이즈호에 탑승한다. 이제 스팍과의 기싸움과 <스타 트렉>의 놀라운 서막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더 비기닝>의 이야기 전개나 인물 설정은 낯익다. 원작이 있고, 이미 수많은 시리즈가 나왔으니 당연한 이야기일 테다. 그런데 여기서 얘기하는 것은 극 전개상의 특성이다. 감성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인물(커크)과 차가울 정도로 논리적인 인물(스팍)의 갈등과 우정, 인간과 발칸인 모두 될 수 있지만,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스팍의 혼란, 외부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헤쳐 가는 영웅 등은 타 영화에서도 이미 많이 본 요소이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빤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음, 생각해보면 <더 비기닝>은 빤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맞다. 할리우드의 힘을 보여주는 무서운 블록버스터 영화.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속도감. 작품은 엔터프라이즈호가 광속으로 항해를 하는 것처럼 빠르게 전개된다. 아버지 커크의 죽음, 아들 커크의 성장, 스팍의 고민 등 두 주인공이 만나고, 엔터프라이즈호의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될 때까지 작품은 한 달음에 달려간다. 이후 극 전개도 마찬가지다. 네로 함장(에릭 바나)의 공격, 위기와 탈출, 반격이 쉴 새 없이 이뤄진다.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가 큰 틀이라면, 매 장면 극 전개를 빠르게 리드하는 것은 뚜렷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다.

커크의 명쾌한 성격, 스팍의 빠른 계산은 제외하고라도 <더 비기닝>의 인물들은 행동을 지체하는 법이 없다. 초반에 민망한 실수를 하고 나서도 위기 때마다 뛰어들어 솜씨를 발휘하는 1등 항해사 술루(존 조), 커크와 스팍의 목숨이 걸린 순간 이동을 할 때에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어린 항해사 체코프(안톤 옐친), 모든 외계어를 섭렵한 듯한 통신장교 우후라까지. 인물들의 행동은 단 하나, 영화의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아비 없는 자식 커크의 힘겨운 성장 과정, 선원들의 힘겨운 훈련과정? 영화 속에 드러나지 않는다.

자유자제로 조정되는 카메라 움직임은 작품에 속도감을 더한다. 작품의 카메라 움직임은 대체로 빠른 편이다. 위기의 순간 카메라는 바쁘게 움직이는 인물들을 포착, 긴장감을 배가 시킨다. 함정과 우주를 잡아내는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진보한 기술력, 거대한 자본을 투여해 만든 환상의 공간을 자세히, 오랫동안 보여주고 싶은 충동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보여주기에 별 관심이 없다. 스펙터클한 장면을 일부러 연출하기보다는 극의 흐름 속에서 슬쩍 내비친다. 하지만 대놓고 보여주지 않아도, <더 비기닝>의 우주 공간은 매력적이다.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에로 영화가 더 섹시한 것처럼.

빠른 카메라 움직임에 예외가 있다. 카메라가 유독 느리게 움직이거나 정지된 순간이 있는데, 인물들의 감정이 극도로 격화된 순간이다. 미지의 적을 만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빠르게 잡은 후, 인물들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면 갑자기 속도를 늦춘다. 무장해제 된 인물의 공포가 극대화 된 시점에서는 인물을 클로즈업 하거나 멀리서 전체 상황을 조망한다. 카메라는 고통을 당하는 인물들과는 전혀 상관없다. 무관심한 듯 느린, 혹은 정지한 장면은 비극적 정서를 극대화 시킨다. 손이 묶인 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한 순간도 빠지지 않고 목격해야하는 것처럼. 아버지 커크가 죽은 오프닝 시퀀스가 대표적인 예다. 위기 상황에서의 클로즈업, 정지된 카메라, 여기에 지극히 평화로운 장대한 음악까지. 영상과 음악의 부조화는 역설적이며, 비극적이다.

마이클 베이를 잇는 차세대 할리우드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는 J.J. 에이브람스 감독은 <더 비기닝>을 통해 마이클 베이의 자리마저 위협한다. 그가 관객의 심장을 주무르는 솜씨는 수준급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의 함정에 빠지는 느낌인데, 그 체험은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짜릿하다. <더 비기닝>을 보고자하는 독자들에게 두 가지 제언을 한다. 하나, 작품은 가능하면 극장에서 볼 것. 광활한 우주공간을 브라운관에서 체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둘, 초반 5분을 꼭 사수할 것. 근래에 본 그 어떤 영화보다도 멋진 오프닝 시퀀스다. 차가 막혀 시간을 맞추지 못한다면, 과감히 다음 타임을 선택하라.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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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타 트렉 : 더 비기닝 (Star Trek, 2009)

    Tracked from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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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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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zinsayascope.com BlogIcon 진사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극장에서 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는 영화죠 ^ㅅ^
    '보는 재미'를 오랜만에 제대로 느낀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009/05/11 12:20
  2. 오늘하루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어떤 블로그에서 스타트랙 더 비기닝의 오픈과 동시에 시리즈물을 연재하는 것을
    보고 이 영화를 보니 참 더 재밌게 느껴지더군요. TV시리즈에서 부터 영화에서도 종횡무진하던
    스팍의 젊은 모습을 드라마 '히어로즈'로 익숙한 배우가 한다는 것이 (악역이었기에)종종 이질감을
    느꼈지만, 의외로 선역이 어울리더라구요.

    <!!! !!!밑에 내용은 약간의 트레일러, 네타있습니다 주의!!! !!!>



    중간의 얼음행성에서 만난 미래의 스팍이나, 과학자(?)는 팬서비스와도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물론 비기닝이란 것 자체가 팬서비스이지만...^^ 아 참 그리고 얼음행성에서 나온 그 괴물이요.
    클로버 필드에서 나온 괴물이랑 비슷한 것 같네요^^ 감독이 클로버 필드를 만든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네개의 입, 네개의 다리, 크기라던지 뭐든지...다 비슷하던데 흠...

    2009/05/11 13:48
  3. 천마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옛 극장판들과 TV시리즈인 "넥스트제네레이션"하고 "보이저"를 몇편 본 정도인데도 세계관이해에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두 스포크가 만나는 장면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처음 네로에게 파괴되는 주인공 아버지의 우주선은 "엔터프라이스"가 아니고 "켈빈"입니다. 대사에 분명히 "켈빈"호라고 나옵니다.

    게다가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스타플릿의 우주선들은 다 함번과 함명이 상단에 크게 쓰여있는데 특징인데 U.S.S.켈빈이라는 함명과 NCC-0514라는 함번이 나옵니다.(글에 실린 사진의 파괴되는 우주선을 잘 보시면 상단에 0514라는 함번과 함명 일부가 보이실겁니다)

    참고로 엔터프라이스 함번은 NCC-1701입니다. 옛 TV시리즈는 물론 후속 시리즈에서도 이 함번은 절대 안변하더군요.

    2009/05/13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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