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박찬욱의 영화를 보면 늘 배우들의 신명이 느껴진다. 박찬욱의 영화가 아니면 언제 또 그런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단 말인가. 우주복을 걸치지 않고도 외계인보다 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 <박쥐> 역시 그렇다. 고뇌하는 뱀파이어를 연기한 송강호는 언제나처럼 믿음직스럽고 ‘부끄럼 타지 않는 여자’ 태주로 분한 김옥빈도 열심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에서 가장 신이 나 보이는 이들은 김해숙, 박인환, 신하균 등의 조연들이다.
<박쥐>와 김해숙, 박인환
특히 김해숙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아들 강우(신하균)에게는 무한히 헌신적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순간 표독스러운 얼굴을 내비치는 라 여사. 상현(송강호)과 태주(김옥빈)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맹렬한 기세로 눈을 깜빡이는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 영화 전체를 통틀어 박찬욱 특유의 섬뜩한 유머를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낸 명연기라 할 만하다.
그동안 주로 근엄한 아버지상이나 익살스런 인물을 연기했던 박인환은 <박쥐>에서 앞 못 보는 노신부를 연기한다. 신체적 장애를 이겨내고 일생을 종교에 바친 노신부는 일견 고결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그도 결국에는 뱀파이어의 치유력을 빌려 눈을 뜨기 위해 상현에게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어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신세가 된다. 이 장면에서 박인환은 신부의 품위와 지혜를 집어던지고 목숨을 구걸하는 발가벗은 인간의 모습을 정확하게 연기한다. 박인환의 새로운 연기가 신선하다.
신하균과 괴짜 연기
그리고 <박쥐>엔 신하균이 있다. 신하균은 유능한 배우다. <박쥐>에서도 강우 역을 맡아 제 몫을 다한다. 강우는 라 여사가 신주 모시듯 떠받들며 키운 탓에 제멋대로지만 어딘가 모자라는 인물. 사람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갑자기 태주를 끌어안고 좋아하는가 하면 난데없이 뿡하고 방귀를 뀌고도 태연하다. 사시사철 잔병치레를 하는 약골에 밥벌이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그를 아내 태주는 ‘병신’이라고 부른다. 신하균은 눈을 희번덕대고 과장된 미소를 짓고 입술을 삐쭉거리고 약간 샌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강우를 연기한다. 그런 그의 연기는 괴기스런 강우의 캐릭터에 뼈와 살을 입힌다.
확실히 신하균은 연기 잘 하는 배우다. 어느 누가 그 점을 부인하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이미 눈을 희번덕대고 과장된 미소를 짓고 입술을 삐쭉거리고 약간 샌 듯한 목소리를 내는 그를 여러 번 봤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킬러들의 수다>(2001), <지구를 지켜라>(2003), <더 게임>(2007)의 신하균이 그랬다. 이상의 영화들에서 신하균은 어딘가 비정상적인 캐릭터, 한 마디로 괴짜를 연기했다. 괴짜는 같은 괴짜지만 <복수는 나의 것>(2002)의 류나 <박수칠 때 떠나라>(2005)의 영훈, <예의없는 것들>(2006)의 킬라는 좀 더 조용했다.
신하균과 '정상적'인 캐릭터
그에 비한다면 <공동경비구역 JSA>(2000), <서프라이즈>(2002), <화성으로 간 사나이>(2002), <우리 형>(2004), <웰컴 투 동막골>(2005)에서는 비교적 정상적인 인물들을 연기했다고 할 수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정우진은 철부지 막내 동생 같은 인물이었고 <서프라이즈>와 <화성으로 간 사나이>에서는 훈훈한 매력의 남자 주인공으로 분해 사랑을 나눴다. <우리 형>에서는 순하고 착한 큰 아들, <웰컴 투 동막골>에서는 남북 분단의 역사적 상황 속에 갈등하는, 보다 진지한 인물로 분했다.
한 때 그에게 청춘스타의 이미지가 드리운 적도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한 게 더 매력인, 조용한 미소가 멋진 젊은 연기파 배우. 그가 가장 대중적인 장르 중 하나인 로맨틱 코미디 <서프라이즈>와 멜로드라마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뿐만 아니다. 2000년인가, 2001년인가에는 당시 실제 연인이었던 배두나와 함께 TV 광고에 연인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하균에게서 청춘스타의 이미지는 금방 사라졌다. 영화의 흥행과 상관없이 신하균의 '정상적인' 캐릭터들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하균의 ‘정상적인’ 연기는 그가 연기한 괴짜 캐릭터들에 쉽게 가려졌다. 그건 좀 더 냉정하게 말해 <우리 형>, <서프라이즈>,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정적인 연기가 그의 다른 괴짜 연기만큼 인상적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괴짜에서 더 괴짜로
그러다보니 신하균은 <예의없는 것들> 이후 <더 게임>, <박쥐>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그의 특기인 ‘비정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예의없는 것들>의 킬라와 <더 게임>의 희도, <박쥐>의 강우를 보고 있노라면 신하균의 괴짜 연기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발을 넓힐 때
신하균만큼 괴짜 연기를 잘 하는 배우도 드물다. 그것은 분명 배우로서 뛰어난 재능이다. 그러나 그의 괴짜 연기가 점점 더 기괴한 쪽으로만 발전하는 것은 안타깝다. 그렇다고 그에게 다시 청춘스타의 반열에 올라 TV 광고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이야말로 그가 보다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연기를 향해 용감하게 발을 내딛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폭발적이고 강렬한 연기 아래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밑받침 된다면 신하균의 연기는 한결 더 풍성하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럼으로써 신하균이 지금의 기괴한 이미지 외에 좀 더 일상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면 그의 괴짜들이 은색 우주복을 입고 은하 세계를 날아다닌다고 해도 관객들은 그를 친근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동시에 그가 지극히 평범한 인물을 연기할 때도 관객들은 그 인물이 가진 갈등과 아픔을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배우에게 무슨 의무를 지우듯 ‘연기 변신’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만의 색깔 있는 연기를 좀 더 발전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의 제언이다. 신하균은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배우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차기작인 멜로영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가제)이 기다려진다. 바라건대 그 영화에서 신하균의 슬픈 얼굴을 보고 하염없이 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성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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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 좋아하지만 젊은베르테르의 슬픔 광고성이 짙네.ㅋ
2009/05/18 11:43차기작이 기대된다는 얘기 정도로 봐주죠;;;;
2009/05/18 13:08배우 신하균에 대해서는 잘 쓴 글 같아유..
웰컴투 동막골 보다가 새삼 신하균씨 눈빛 보며
2009/05/18 14:06아 이사람 정말 연기 잘 하는 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런 글이 있네요.
제목 보고 바로 클릭했답니다.
스타성이 떨어져서 그런건지 뭔지
박쥐 홍보할 때 이름도 잘 거론 안해주던데
그저 안타깝습니다.
열심히 하는 만큼 주목받고 사랑받는 배우 됐으면...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2009/05/18 14:50신하균씨는 참으로 배우를 하기에 좋은 얼굴을 가진 듯해요.
선과 악이 함께 할 수 있는 평면적인 얼굴이잖아요.
그냥 도화지같은 얼굴...뭐 그런 느낌..
신하균씨 연극할 때 모습도 참 좋아했는데
영화하면서 스타가 되어버려서 좀 걱정스럽더니
연기 잘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어느새 연기파로 자리잡더군요.
신하균씨 개인적인 성향 자체가 원래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이라
작품 선택도 그런 쪽으로 많이 하던데...가끔은 따뜻하고 포근한 캐릭터도 했으면
좋겠어요. 눈물 펑펑 쏟아낼 멜로 연기도 엄청 잘 어울리고 잘 할텐데...^^
신하균의 연기가 좋아~~~~~ ^^乃
2009/05/18 15:08중언부언.
2009/05/18 17:23글자 졸라 작네... 못 읽겠다 시바...
2009/05/18 17:42